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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리의 짐 내리고 보수 재건의 짐 짊어진 홍준표

중앙일보 2017.12.23 01:25 종합 30면 지면보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무거운 짐을 어깨에서 내려놓게 됐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이 홍 대표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는 알게 모르게 홍 대표의 자유로운 행보를 가로막았다. 홍 대표는 “누명을 벗게 돼 다행”이라며 ‘폐목강심(閉目降心·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힘)’이란 말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표현했다.
 
홍 대표는 “공판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검사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음은 홍 대표 자신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대법원 판결은 혐의를 입증하기에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며, 그런 판결에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런 사람들한테서 홍 대표가 정말 떳떳해질 수 있는 길은 검사들에게 분풀이를 하기에 앞서 홍 대표 스스로 밝힌 대로 “한국당이 보수 우파의 중심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리멸렬한 집안 싸움과 지역을 볼모로 한 구태정치 행태를 일신하고 뼈를 깎는 아픔으로 그동안 누려 왔던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는 자세로 출발해야 한다. 아울러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새로운 보수에 대한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명백하게 제시해야 한다. 지금 같은 웰빙정당의 모습으로는 아무리 수를 부풀려 원내 제1당이 된다고 한들 실망한 보수 유권자들의 귀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홍 대표는 비리 혐의의 짐은 덜었지만 힘 있는 야당의 재건이라는 더욱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낡은 친박세력부터 확실히 정리하고 보수정치의 뼈대를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존재감 없는 야당은 대한민국 정치에 있어 크나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의 그릇이 되는지 홍 대표는 이제 심판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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