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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비트코인, 규제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중앙일보 2017.12.23 01:22 종합 29면 지면보기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가상화폐 논란이 뜨겁다. 지난 13일 정부의 규제안과 16일 업계의 자율규제안이 연이어 발표됐다. 주로 거래소의 안정성과 신뢰성 제고에 역점을 두고 있고 우려했던 가상화폐 거래의 전면 금지는 제외됐지만 가상화폐공개(ICO) 금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비트코인 선물을 상장해 제도금융권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일본과 독일에서도 선물시장을 개설할 것이라고 한다. 논란의 핵심은 이미 시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속도로 거래되면서 제도금융권에 속속 편입되고 있는 가상화폐를 어떻게 볼 것인가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다.
 

우린 가상화폐 규제하지만
이미 글로벌 금융질서 되어
외국선 중앙은행도 동참해
현실맞는 제도 마련에 박차

가상화폐의 개념에 대해 일본과 미국의 시각을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개정자금결제법에서 가상통화를 ‘재산적 가치를 지니고 불특정 다수의 지불수단 기능과 법정통화와의 교환기능을 가진 결제수단’의 하나이며, 다만 법정통화는 아니라고 규정한다. 미국 주정부 감독협의체(CSBS)에서도 가상통화를 ‘가치 교환·저장 및 회계 단위의 수단으로 사용 가능하지만 법정통화 지위가 없는 전자적 단위’로 정의해 일본과 유사하게 본다. 가상통화를 법정통화는 아니지만 사실상 가치저장, 교환수단, 교환척도라는 통화의 기능을 지닌 새로운 화폐로 규정한다.
 
화폐의 역사에서 상품화폐, 금속화폐, 법정화폐에 이어 디지털화폐가 등장한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디지털혁명이라는 기술혁신의 결과다. 한국 정부가 인정하든 말든 이미 가상화폐는 글로벌 현실이다. 언제 어디서나 시공을 초월해 세계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글로벌 통화이기 때문에 앞으로 국제통화금융질서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가능성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앞으로 법정통화를 점차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규제하고 뒤지면 새로운 국제통화금융질서에서 낙후되는 결과만 초래하게 된다.
 
지금 한국에 급한 것은 그 투기적 성격에 대한 걱정과 규제의 유혹이 아니다. 하루빨리 성격 규정부터 하고, 제도권으로 편입해 규제 중심에서 투자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발전 지향적 방향으로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일이다. 이미 여러 나라 중앙은행들은 가상화폐를 발행하거나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은행도 이에 빨리 동참하는 게 맞다. 가상화폐 개발을 준비해 발행하고, 민간발행 코인과 중앙은행 코인이 공존하는 시대에 유효한 통화정책, 다가오는 새로운 국제통화금융질서의 대응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시론 12/23

시론 12/23

현물거래는 존재하는데 선물거래를 부정하면 현물거래 위험을 헤지하지 못해 투자자 피해가 증가하므로 한국도 선물거래를 허용하고 외국선물거래에도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거래의 핵심 기반이다. 블록체인 거래를 금융 면에서 종결짓는 화폐가 가상화폐이므로 쌍방(P2P)거래 블록체인 가상화폐는 삼위일체다. 모든 거래는 금융이 결제돼야 종결된다. 블록체인은 육성하면서 블록체인 거래를 금융 면에서 종결짓는 가상화폐를 부정하면 한국 블록체인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없어 4차 산업혁명에서 낙후될 우려가 크다.
 
거래소의 서버 용량, 해킹 방지 시설, 고객 신원 확인, 자금세탁 방지시스템 강화 등 거래소 안정성과 신뢰성을 제고해 투자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 가상화폐 공개는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이 에인절투자자나 벤처캐피털 회사들에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는 것과 유사한 행위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가상화폐로 투자받는 점만 다르다. 원금 보장이나 수익을 약속하고 자금을 모으는 유사수신행위와는 다르다. 이를 규제하면 벤처기업의 창업생태계만 악화되어 4차 산업혁명만 저해된다. 금지보다는 일반 투자자들도 가상화폐 공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민간의 자율적인 가상화폐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공시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오 정 근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대출하는,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금융회사이므로 과도한 위험자산 투자는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투자은행의 경우에도 가상화폐를 보유·매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투자 부작용을 예방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문화에 익숙해진 디지털 원주민인 10대를 디지털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이주민인 50~60대의 잣대로 재단하면 한국에서는 제2, 제3의 부테린이 나오지 말라는 것과 같다. 부테린은 19세 때 이더리움을 개발했다. 오히려 성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무분별한 투자 부작용을 막기 위해 부모 동의하에 계좌를 개설하는 정도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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