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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없는 로비'로 막내린 '성완종 리스트' … 홍준표 무죄 확정

중앙일보 2017.12.23 01:05 종합 3면 지면보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오후 ‘성완종 리스트’ 관련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홍 대표가 여의도 당사에서 판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강정현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오후 ‘성완종 리스트’ 관련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홍 대표가 여의도 당사에서 판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강정현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대표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홍 “증거조작 검사 책임 물을 것”
한국당 친정체제 구도 강화 전망
재보궐·지방선거엔 불출마 방침

홍 대표는 2011년 6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모씨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윤씨 진술을 토대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거꾸로 윤씨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삼아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날 성 전 회장에게서 2013년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무죄를 확정해 한때 정국을 뒤흔들었던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실체 없는 로비사건으로 끝을 보게 됐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2015년 4월 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정치권 인사 8명의 이름과 금품 액수로 추정되는 숫자가 적힌 쪽지를 남긴 채 목숨을 끊으면서 불거졌다.
 
특히 홍 대표에겐 치명적 아킬레스건이 될 뻔했다. 1심에서 실형 판결이 나와 법정구속까지 될 뻔했으나 재판부가 현직 경남지사 신분임을 감안해 감옥행을 면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맞서 보수 단일화가 쟁점으로 부상했을 때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어차피 홍 후보는 낙마한다”며 자격 시비를 걸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자 홍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누명을 벗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에겐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도 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장제원 대변인은 “홍 대표가 오랜 시간 긴 터널을 뚫고 나왔듯 자유한국당도 다시 도약할 것”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족쇄를 푼 홍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바른정당 복당파 영입→‘친홍’ 김성태 원내대표 당선→‘친박’ 중심의 당협위원장 54명 자격 박탈 등으로 이어져 온 친정체제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당장 홍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당협위원장 교체의 전권을 지닌 조직강화특위를 발족시켰다. 이용구 당무 감사위원장 등 사실상 친위 그룹을 조강특위에 포진시켰다.
 
또한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출전시킬 새 인물 수혈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한편으론 복당파 김용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제2 혁신위도 띄우기로 했다. 다만 홍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에 직접 출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선거에서 경선 없이 전략공천하면서 당 장악력을 높여 나가겠다는 홍 대표의 구상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제는 당내 주류 자리를 내준 친박계가 ‘반홍’ 그룹으로 변할 조짐이다. 당장 이날 최고위에서도 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이 홍 대표 측 인사들로 조강특위가 구성되자 “홍준표 사당화다”고 소리치며 회의장을 뛰쳐나가는 일이 있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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