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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롯데, 호텔상장·해외진출 다시 속도 높일 듯

중앙일보 2017.12.23 01:03 종합 3면 지면보기
왼쪽부터 황각규, 소진세, 강현구.

왼쪽부터 황각규, 소진세, 강현구.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이 법정 구속을 면하면서 올해 악재를 거듭 겪은 롯데그룹이 오랜만에 한숨을 돌렸다.
 

‘총수 유고’ 피했지만 갈 길 바빠
일본 롯데 지배권서 벗어나려면
기업공개해 지주사 체제 완결 시급

미뤘던 정기인사도 곧 마무리 예정
신동빈 회장 판결 뒤 “국민께 죄송”
황각규·소진세·강현구 무죄 판결

신 회장은 22일 열린 ‘롯데 총수 일가 경영비리 사건’ 1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과 소진세 롯데 사회공헌위원장,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은 무죄를 받았다. 채정병 전 롯데그룹 정책본부지원실장(사장)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롯데 측은 총수의 인신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높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검찰은 지난 14일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 결심 공판에서 신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이 면세점 관련 청탁 대가로 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내년 1월 26일 재판의 결과를 지켜보는 한편 경영비리 사건의 항소심도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재판 내내 어두웠던 신동빈 회장의 표정은 선고 뒤에도 밝아지지 않았다. 판결에 대한 심경을 묻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만 말한 뒤 자리를 벗어났다.
 
이날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건강상태를 고려해 구속되지 않은 신격호(95) 총괄 회장은 선고 중 괴성을 지르며 항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롯데는 판결 직후 “롯데그룹 임직원은 더욱 합심해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 반응을 내놨다. 최악의 사태를 피하게 된 롯데그룹은 그동안 미뤄둔 정기 인사를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할 계획이다. 통상 12월 초에 인사를 해왔지만 총수 일가와 주요 경영진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아 미뤄지고 있다,
 
국내 계열사의 중간지주격인 호텔롯데의 상장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일본의 한국 롯데 지배권을 약화시키기 위해선 호텔롯데의 상장이 필요하다. 롯데의 지주사인 일본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 롯데가 호텔롯데를 지렛대로 삼아 한국 롯데의 의사 결정에 간섭할 수 있다. 물론 현재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1.4%에 불과하지만 창업주 아들이라는 프리미엄과 경영 능력으로 일본롯데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이날 구속됐다면 일본 롯데의 한국 지배가 가시화될 수도 있었다. 롯데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일본롯데의 지분율을 50%대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6월 상장 예정이었지만 롯데면세점 입점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미뤄져 왔다. 신 회장이 법정구속을 면하면서 지주사체제 완성 등 남겨진 숙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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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차세대 사업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온 동남아 진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롯데는 최근 신흥 시장으로 뜨는 동남아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대규모 자금투자나 인수합병(M&A)이 수반되는 해외사업의 특성상 의사결정권을 가진 총수의 유고(有故)는 약점이라 롯데 측의 걱정이 컸다.
 
롯데는 계속된 검찰 수사와 함께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의 표적이 돼 올해 약 2조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이 구속을 면하면서 한숨 돌리긴 했지만 그룹 정상화까지는 첩첩산중이라는 얘기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1심 선고 이후 장인인 요시마사(淡河義正) 전 다이세이(大成) 건설 회장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신 회장의 부인인 오고 마나미(淡河眞奈美)가 요시마사 전 회장의 장녀다. 롯데 관계자는 “장례식이 26일로 시간적 여유가 있어 우선 급한 업무를 처리하고 주말께 출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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