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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취업·돈 걱정 탓 … 20대 우울증 증가율 22% 최고

중앙일보 2017.12.23 01:00 종합 10면 지면보기
대학생 이모(26)씨는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 지 1년 넘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성적·취업·월세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잊으려고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다 새벽에 잠든다. 수업을 듣거나 공부할 때 집중력이 떨어진다. 짜증이 부쩍 늘어 친구 사이가 멀어졌다. 이씨는 “집에 혼자 있을 때면 문득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진단 결과 우울증이었다.
 

가수 종현 사망 사건으로 본 실태
감정 기복 심하고 집중력·의욕 감소
60대 이상보다 더 빠르게 환자 증가

자살도 늘어나 20대 사망 원인 1위
증세 호전 안되면 상담·치료받아야

20대 우울증 환자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최근 우울증을 앓다 목숨을 끊은 가수 김종현씨도 20대였다.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2년 5만2793명에서 지난해 6만4497명으로 22.2% 늘었다. 60대 이상 증가율(20%)보다 높다. 같은 기간 10대, 40~50대는 줄었고 30대(1.6%)는 약간 늘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대는 대학·군대·직장 등 생활에 변화가 많은 시기다. 잘 적응하지 못하면 자책감·괴로움이 밀려올 수 있다”며 “기분이 우울했다 갑자기 들뜨는 양극성 우울증이 20대에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때보다 높은 청년실업률(9.2%)과도 무관하지 않다.
 
20대 우울증은 감정 기복이 심한 게 특징이다. 슬픈 감정만 느낀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기분이 우울했다가 한순간에 들뜨듯 좋아지고 ▶짜증이 많아져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기 쉬우며 ▶불면증이 심하고 집중력도 많이 흐트러진다. 방치하면 뇌 기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도파민 같은 신경전달 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힘들다. 김현정(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국자살예방협회 홍보·대외협력위원장은 “신경전달 물질의 균형이 깨지면 의욕과 의지가 점점 감소한다”며 “상담·약물 치료에다 생활습관 개선을 곁들여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을 앓아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전모(24·여)씨는 2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심리적 충격에 시달렸다. 항상 몸이 무겁고 잠을 자도 피곤이 가시지 않았다. 직장에서 갑자기 멍해지거나 졸기 일쑤였다. 집중력·기억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져 자주 실수했다. 전씨는 친구의 권유로 의사와 상담한 후에야 우울증이란 사실을 알았다. 의사는 “힘든 일이 있어도 걱정 끼치기 싫어 전혀 내색하지 않았던 게 문제다. 감정을 억누르기만 한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지난해 기준)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5%는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 전문가와 상의한 적이 있는 비율은 10명 중 1명(9.6%)에 불과하다.
 
증세가 서서히 악화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자살은 20대 사망 원인 1위다. 지난해 전체 자살률(인구 10만 명당)이 전년보다 3.4% 줄었지만 20대(16.4명)는 같다. 20대 여성은 12명에서 12.5명으로 늘었다.
 
자살을 떠올릴 무렵이면 특징적인 징후가 나타난다. 감정이 격해지기보다 누그러진다. 주변 자극에도 잘 반응하지 않고 표정이 없어진다.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딴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친구나 가족에게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게 좋다. 생활 리듬이 깨지면 호르몬 균형이 무너져 감정 조절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올빼미 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 창피를 당하거나 싫은 소리를 들었을 때 자책하기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전홍진 교수는 “불면 증세가 나아지지 않으면 빨리 병원을 찾아 상담받아야 한다. 수면제를 임의로 먹거나 남용하면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예민해져 병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위원장은 “‘의지를 갖고 극복해라’ ‘힘내라’는 막연한 말은 도움이 안 된다”며 “차라리 전문가를 만나러 갈 때 동행해주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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