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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영의 IT월드] 빅데이터 노다지 캐려, 하버드대 ‘꿈의 자리’ 버렸다

중앙일보 2017.12.23 01:00 종합 15면 지면보기
실리콘밸리로 간 경제학자 피터 콜스
 

노벨상 받은 앨빈 로스 교수의 제자
이베이서 2년 일한 뒤 에어비앤비로

학계는 자료, 기업은 분석가 절실
앞으로 ‘교차수분’ 더 활발해질 것
에어비앤비 데이터 연구진 130명

학교에서 연구했던 ‘시장 설계’ 이론
기업 현장에 적용해 보면서 큰 희열

피터 콜스는 미국 하버드대 교수직을 관두고 이베이를 거쳐 2015년부터 에어비앤비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사진 에어비앤비]

피터 콜스는 미국 하버드대 교수직을 관두고 이베이를 거쳐 2015년부터 에어비앤비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사진 에어비앤비]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경영대학원)에서 촉망받는 젊은 교수였던 피터 콜스는 2013년 8년간 몸담은 학교를 뒤로하고 실리콘밸리로 향했다. 경제학자들에게도 ‘꿈의 자리’로 불린다는 아이비리그 교수직을 마다하고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였다. 2년 뒤 콜스는 실리콘밸리의 가장 ‘핫한’ 스타트업인 숙박 플랫폼 기업 에어비앤비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언뜻 납득이 안 되는 그의 이직 소식은 매번 업계와 학계에서 큰 화제였다.
 
에어비앤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재직 중인 콜스를 15일 서울 중구 저동의 에어비앤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방한 기간 중 연세대 교수·학생들과 만나 공유경제 연구 방향을 논의했다. 에어비앤비는 9월 연세대와 공유경제를 공동 연구하기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축구 경기를 관람하러 한국에 온 적이 있다는 콜스는 이번이 두 번째 방한이라고 했다.
 
학부(프린스턴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딴 그는 201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시장 설계’의 1인자 앨빈 로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시장이 비효율적으로 설계돼 있다고 전제하는 로스와 콜스는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선 안정적인 배분이 이뤄질 수 있게 우선 시장을 효율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콜스는 하버드대·시카고대 등에서 모셔온 박사급의 데이터 과학자들을 데리고 일하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갖고 있는 여러 서비스 모델과 소비자 정책을 경제학적으로 접근해 최적의 실행 방안을 찾아내고 검증하는 것이 그의 업무다. 주목받는 경제학자였던 그가 실리콘밸리에 발을 담근 건 데이터 때문이었다.
 
숫자로 보는 에어비앤비

숫자로 보는 에어비앤비

그는 “학교에서 연구한 ‘시장 설계’ 이론을 처음 다닌 이베이에서 실제로 적용해 보면서 큰 희열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엄청난 속도로 크고 있는 에어비앤비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을 때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며 “숙박시설과 손님을 연결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콜스는 자신처럼 학계에서 기업으로, 혹은 그 반대로 옮겨가는 현상을 ‘교차수분(cross-pollination)’이란 용어로 설명했다. 식물이 다른 개체의 꽃가루를 받아 수분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분야가 교류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뿐만 아니라 구글·우버·넷플릭스 등 소위 ‘잘나가는’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콜스와 같은 학자들을 영입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교수들은 기업들이 당면한 현안과 데이터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엄청난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들은 학계에 있는 수많은 전문가를 모셔오고 싶어 한다. 과거 배타적이었던 학계와 기업인들이 서로 필요해 안달인 지경이 됐다. 이런 교차수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앞으로 더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콜스는 인터뷰 내내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데이터는 데이터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데이터는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의사 결정 권한이 있다. 오늘날 기업들이 가장 굶주려 있는 부분이 빅데이터다. 경영자의 본능적인 판단도 중요하겠지만 여기에 데이터가 더해지면서 실현 가능성과 합리성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사용자 경험을 향상하는 데도 데이터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에어비앤비는 데이터를 연구·분석하는 인력만 130명을 보유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사내에 ‘데이터 대학’이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모든 임직원에게 수강을 권한다. “데이터와 관계없는 일을 하는 직원들도 데이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회사의 지론이다.
 
콜스는 교수 출신답게 에어비앤비와 관련한 각종 연구 사례를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 줬다. 회사 직원들도 아직까지 그를 ‘교수님’이라 부른다고 한다.
 
지역 내 숙박시설과 손님을 중개해 주는 에어비앤비가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부분 중 하나가 숙박 후 손님과 집주인이 각각 남기는 후기들의 객관성과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손님은 자신이 머물렀던 집과 호스트(주인)에 대해, 호스트는 손님에 대해 후기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안 좋은 후기를 받기 싫어한다. 그러다 보니 손님도 호스트도 서로에게 좋은 말만 남긴다. 결국 숙소를 선택할 때 중요한 판단 잣대가 되는 후기가 온통 칭찬 일색으로 바뀐 것이다.”
 
실리콘밸리·IT 기업으로 향하는 스타 학자들

실리콘밸리·IT 기업으로 향하는 스타 학자들

에어비앤비가 고심 끝에 내놓은 방법은 ‘더블 블라인드 시스템’이다. 자신이 후기를 남기더라도 상대방의 후기는 확인할 수 없다. 단 2주가 지나면 양쪽의 후기를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하도록 했다. 좀 더 정직하고 정확한 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콜스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공유 사업이 커질수록 전통적 숙박업인 호텔 시장이 잠식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호텔 사업이 잘되는 곳과 에어비앤비 사업이 잘되는 곳을 지도로 표시했는데 전혀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신이 1박2일 출장을 간다면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비즈니스호텔을 이용할 것이다. 그러나 가족과 일주일 여행을 간다면?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욕구 중 하나가 ‘그 지역 사람처럼 살자(live like a local)’는 것이다. 에어비앤비가 지향하는 중요한 모토 중 하나가 ‘여행의 민주화(democratizing travel)’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원래는 쉽게 누릴 수 없었던 여러 가지 형태의 여행을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에어비앤비가 공유경제의 상징처럼 떠오르면서 큰 주목을 받는 것도 맞지만 부정적인 인식도 많다. 일본에서는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성범죄가, 미국에선 숙소 내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되기도 했다.
 
콜스는 “역사가 짧은 우리는 여전히 스타트업이고 많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신뢰와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더 많은 전문 인력을 확보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에어비앤비가 장수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에 얼마나 잘 스며들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 시장은 에어비앤비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콜스는 “젊으면서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남성들이 에어비앤비를 많이 활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에어비앤비 집주인들은 대부분 중장년층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콜스는 “연세대와 협력해 공유경제가 어떻게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경험을 가져다주는지 등을 분석해 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자 피터 콜스는
● 에어비앤비 수석 이코노미스트(2015년~ )
● e커머스 기업 이베이 글로벌 전략 총괄(2013~2015년)
●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경영대학원) 교수 역임(2005~2013년)
● 미 스탠퍼드대 대학원(경제학 박사) 졸업
● 데이터 분석, 시장 전략, 온라인 경제 등을 주로 연구 
 
하선영 산업부 기자 dynamic@joongang.co.kr
[S BOX] 빅데이터에 높은 연봉, 사탕가게처럼 달콤한 IT 기업
“경제학자들도 상아탑보다는 사탕가게를 선호합니다.”
 
피터 콜스 에어비앤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리콘밸리 기반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사탕가게에 비유한다. 학자들에게도 빅데이터와 높은 연봉을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테크기업이 사탕가게처럼 달콤하고 매력적이란 뜻이다.
 
구글·아마존 같은 대규모의 테크기업들에는 대부분 ‘수석 이코노미스트’라는 직급의 임원진이 있다. 해당 기업의 전반적인 경제정책과 이슈들을 경제학적으로 접근해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할 베리언(70) 구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하우스(in-house·기업 내부) 경제학자’의 대부로 불린다. 미국 UC버클리대의 스타 교수였던 그는 2002년 일찌감치 구글로 이직했다.
 
아마존은 최근 들어 경제학계에 몸담은 학자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해 온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패트릭 바자리 아마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2년 동안에만 8명의 경제학자를 스카우트했다.
 
사내 경제학자들은 오래된 경제 수식으로 기업 문제를 풀지 않는다. 대신 기업 내 엔지니어·마케터들과 협업해 여러 사업 가능성을 타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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