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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카와 아야의 서울산책] 질서 잘 지키고 친절한 일본? 한국처럼 지역 따라 달라요

중앙일보 2017.12.23 01:00 종합 20면 지면보기
나리카와 아야 일본인 저널리스트

나리카와 아야 일본인 저널리스트

‘일본 사람’이라고 해도 지방마다 성향이 많이 다르다. 전근이 많은 신문기자로서 나라·도야마·오사카·도쿄에서 지내면서 느꼈던 점이다. 예를 들어 도야마 사람들은 대단히 부지런하다. 일도 열심히 하고, 젊었을 때부터 저축해서 집을 마련하는 알뜰한 사람이 많다.
 
일본은 남북으로 긴 지형이라 기후나 음식도 다양하다. 그만큼 사람들의 성향도 다양하다. 그런데 딱 한 번, 한 곳만 일본을 다녀온 한국인들에겐 그곳이 어디든 ‘일본 사람’의 인상은 동일한 것 같다.
 
일본에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일본 사람들은 질서를 잘 지키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빨간불에 길을 건너는 사람이 많더라”라고 했을 때, 혹시 오사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내 경험상 빨간불에 눈치껏 길을 건너는 사람은 오사카에 많다. ‘눈치껏’이라는 말은 한국에서 운전을 하면서 많이 듣게 된 말이다. ‘비보호’ 표시가 있을 때 ‘좌회전은 눈치껏 하면 된다’고 하는 식이다. 일본에는 비보호라는 표시도 없고, 빨간불에 우회전은 눈치껏 해도 된다는 생각 역시 없다. 모두 신호등 색깔대로 움직여야 한다. 오사카 사람들이 비교적 한국 사람이랑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하는 건 이런 점이다. 질서를 잘 안 지킨다는 게 아니라 틀에 박힌 행동보다는 상황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일본 방송국 프로듀서한테 들은 이야기도 있다. 길거리에서 TV 촬영을 할 때 도쿄 사람들은 대부분 촬영팀을 ‘못 본 척’ 조용히 지나가기 때문에 촬영이 편하단다. 오사카에선 “뭘 찍냐” “언제 방송하냐” 등 말을 거는 사람이 많아 촬영이 힘들다고 했다. 반대로 길거리에서 의견을 물어보는 프로그램을 촬영할 때는 갑자기 마이크를 들이대도 적극적으로 대답해주는 오사카 사람이 좋다고 한다. 실제로 오사카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개그맨 중에는 오사카 출신이 많다.
 
일본 유학 경험이 있거나 일 때문에 몇 년 일본에 살았다는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일본인 친구를 사귀기 어려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도쿄에서 살았던 경우다. 오사카 출신인 나도 도쿄에서는 다른 지방보다 친구 사귀기가 어렵다고 느꼈다. 겉으로는 친절한 것 같은데 넘기 힘든 ‘벽’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사람이 너무 많고 모두가 바쁜 환경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최근 도쿄에 살았던 한국 친구가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썼다고 보여줬다. 읽으면서 내가 도쿄에서 느꼈던 ‘소외감’이 생각났다. 친구는 외국인인 만큼 나보다 훨씬 큰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다. 일례로 월세방을 계약할 때 부동산 중개인이 보증인을 요구하는데 꼭 ‘일본 사람’이어야 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미국계 회사에 다녔고, 일본인 친구도 없어서 보증인이 돼줄 만한 일본 사람이 없었다. 이때 부동산 중개인의 아버지가 선뜻 보증인이 돼줬다고 한다. 일본에 귀화한 대만인으로 ‘나도 옛날에 비슷한 고생을 했다’며 도와준 것이다. 친구는 4년을 도쿄에서 지내다 결국 자신이 있을 곳은 한국이라고 판단하고 귀국했다. 나는 “일본 사람도 다양하다. 다른 지방에 갔으면 또 다른 느낌이었을지 모른다”고 위로했지만 아마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내가 지금 다니는 대학원에는 한국의 여러 지방에서 온 학생이 많다. 이야기해 보면 한국도 지방마다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 석사 1년째가 끝나고 적어도 앞으로 1년은 한국에서 살 생각이다. 내년에는 내가 아직 모르는 한국의 여러 지방을 두루두루 찾아가 보고 싶다.
 
 
 
나리카와 아야 일본인 저널리스트(동국대 대학원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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