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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그리운 아날로그 … 실리콘 밸리에도 명상 바람

중앙일보 2017.12.23 01:00 종합 25면 지면보기
중앙일보·교보문고 선정 '2017 올해의 책 10' 
 
아날로그의 반격

아날로그의 반격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어크로스

 
[경제·경영] 우리는 빛의 속도로 항해하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은 되돌릴 수 없는 도도한 현실이다.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는 기가 단위의 정보와 콘텐트는 더는 놀랍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온통 디지털에 의존하는 삶을 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간은 과연 이런 도도한 흐름에 함몰돼가고 있는 것인가? 0과 1로 해체되는 디지털 함몰의 시대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캐나다의 비즈니스 및 문화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지은이의 현장 취재 결과는 이와 다르다.
 
그는 ‘디지털 과잉섭취’가 인간들에게 보다 ‘견고한 아날로그적 삶’에 대한 새로운 갈증을 유발한다고 진단한다. ‘시대의 현기증’을 느낀 사람들이 ‘포스트 디지털’ 시대를 꿈꾸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대안을 실천에 옮기는 현장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옛날이 좋았어’ 식의 퇴행적이고 향수병적인 접근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사례를 보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어도비사에 근무하는 스콧 언터버그는 직업상 디지털 속에 파묻혀 살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직원들과 함께 ‘숨쉬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통적인 불교 명상 수련과 호흡법이다. 12명으로 시작한 명상 프로그램의 회원은 이내 70명을 넘어섰다.
 
지은이는 이들이 명상 도중 내는 ‘옴’이라는 탄식을 들으며 디지털의 파괴적인 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디지털 업계가 누구보다 아날로그를 소중히 여긴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실 스티브 잡스가 입던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는 그가 영향을 받은 일본 선불교 조동종의 흔적이다. 잡스는 자녀들에게 자신이 만든 아이패드를 갖고 놀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아날로그가 인간의 내면에 침잠하는 것은 실리콘 밸리의 도도한 흐름이다. 구글에서도 ‘마음 챙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포스트 디지털 시대’는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턴테이블과 레코드판은 박물관을 탈출해 아날로그 음향시대를 새롭게 열고 있다. 예쁘게 디자인된 종이 패드는 아이패드를 대체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 사람들도 자신의 개성을 담은 종이 명함을 주문한다. 코닥의 몰락을 상징하는 필름 카메라가 새롭게 부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 사진은 아날로그 사진이 재현하는 빛의 마술을 아직은 따라가지 못한다.
 
이처럼 인간의 내면에 대한 탐구라는 아날로그적 주제는 삭막한 디지털 시대를 보다 인간적으로 이끄는 힘이 되고 있다. 낮에는 소프트웨어 코딩을 하지만 퇴근 뒤에는 수제 맥주 한 잔으로 긴장했던 두뇌를 쉬게 하는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의 삶이 시대의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지은이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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