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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여탕 밖에서 ”대피하라” 외쳐…일부 직원은 먼저 탈출

중앙일보 2017.12.23 00:01
22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부둥켜안고 슬퍼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2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부둥켜안고 슬퍼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제천 복합상가 건물 화재 당시 건물주 이모(53)씨는 2층 여자 목욕탕에는 들어가지 않고 문 밖에서 대피 통보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2층에서는 전체 사망자 29명 중 20명(모두 여성)이 발견됐다.

건물주 이씨 불나자 소화전 들고 진화, 실패하자 윗층으로 올라가
일부 직원들은 손님 구호조치 외면한 채 가장 먼저 현장 탈출 의혹

 
22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지난 21일 오후 건물주 이모씨를 조사했다. 소방 관계자는 ”건물주 이씨가 다른 층에 있던 손님들에게는 대피하라는 말을 전했지만 2층 여자 목욕탕에는 직접 들어가 대피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의 조사결과 건물주 이씨는 지난 21일 오후 3시55분 이 건물 1층 사무실에서 직원 면접을 보고 있었다. 불이 난 사실을 안 이씨는 소방서에 신고하는 대신 건물의 소화전을 이용해 직접 불을 끄려고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소방 관계자는 “건물주 이씨가 진화 시도를 했지만 ‘화염이 워낙 세게 번져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다‘고 진술했다”며 “이씨는 자체 진화를 포기하고 한층씩 올라가며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충북 제천 하소동 소재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 현장.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제천 하소동 소재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 현장. 프리랜서 김성태

 
이 건물 폐쇄회로TV(CCTV)에는 이씨가 자신의 진술대로 손님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건물 안을 돌아다닌 장면이 담겼다. 소방 관계자는 “이씨가 (남자라서) 2층의 여자 목욕탕엔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문 밖에서만 대피하라고 외쳤다고 진술했다”며 “3층 남자 목욕탕과 헬스장은 들어갈 수 있었지만 남성인 건물주가 여자 목욕탕은 들어갈 수 없었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럼에도 이씨가 2층에서 너무 소극적으로 행동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재 목격자들은 해당 건물에 근무하는 일부 직원들이 화재발생 초기 가장 먼저 현장에서 대피했다고 주장했다. 화재 당시 건물에는 건물주 이씨와 직원 7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층 안내 데스크에 있던 여성 직원 한 명은 불이 나자 서둘러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층 여성 목욕탕에서 손님들과 함께 있던 세신사 1명 역시 무사히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건물 구조를 잘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화재가 난 사실을 제때 알 수 없었던 2층 여성 목욕탕에 있던 20명은 미처 탈출하지 못한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인근 상가 한 점원은 “화재 직후 건물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가 자신의 짐을 가지고 급히 빠져나가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2층에는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소방관계자는 “비상벨이 작동한 여부는 경찰 수사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건물 소유자 이씨는 강현삼(59) 충북도의원의 처남인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 제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에서 22일 국과수와 소방청, 가스공사 등 요원들이 화재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제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에서 22일 국과수와 소방청, 가스공사 등 요원들이 화재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건물 소유권은 지난 8월 이씨에게 이전됐다. 이씨는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10월 사우나와 헬스장 시설 운영을 재개했다. 일각에선 실소유자가 강 의원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씨는 화재 당시 다쳐 강원도 원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씨의 과실 여부를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제천시는 23일 오전 9시부터 제천 체육관에 합동분양소를 설치, 운영하기로 했다.
 
제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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