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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다시보기] “홍어 맛의 비결요? 40여 년 삭혀보니…”

중앙일보 2017.12.23 00:01
맛대맛 다시보기 35.목포홍어집(종로3가)  
매주 전문가 추천으로 식당을 추리고 독자 투표를 거쳐 1·2위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 시작해 1년 동안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1위집은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값은 그대로일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 다시보기' 35회는 목포홍어집(2015년 2월 4일 게재)이다.  

통째로 산 홍어, 직접 짚에 넣어 삭혀
보기 힘든 국내산 홍어코도 나와
집에서 즐겨 먹던 홍어로 재기 성공

 
홍어 ‘특’을 시키면 한 마리에 4~5점 밖에 안 나오는 귀한 홍어코를 맛볼 수 있다. 홍어코는 홍어 부위 중 가장 맛있다고 손꼽힌다. 사진 위부터 돼지고기, 홍어회, 홍어코, 홍어애. 김경록 기자.

홍어 ‘특’을 시키면 한 마리에 4~5점 밖에 안 나오는 귀한 홍어코를 맛볼 수 있다. 홍어코는 홍어 부위 중 가장 맛있다고 손꼽힌다. 사진 위부터 돼지고기, 홍어회, 홍어코, 홍어애. 김경록 기자.

종로3가역 6번 출구 뒷골목에 자리한 '목포홍어집'. 홍어 맛 좀 안다는 사람들에겐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점심 장사를 하지 않는다. 오후 4시에 문을 열고 저녁에만 손님을 받는다. 하지만 이종배(70) 사장과 아내의 하루는 새벽 6시부터 시작한다. 6시 30분에 시장에 가서 식재료를 사야하기 때문이다.  
“늦어도 8시 전엔 시장에 가야 해요. 종업원 없이 우리 부부만 일을 하기 때문에 오늘도 아침부터 한시도 못 쉬고 일하고 있죠. 반찬만 기본 9가지가 넘는 데다 우리집에서 파는 홍어·민어·낙지 이런 걸 다 직접 손질하기 때문에 준비할 게 한두 개가 아니거든요.”
재료 구입부터 손질, 요리, 서빙까지 모두 부부의 몫이다. 인건비를 아껴 그 돈으로 좀 더 좋은 재료에 투자를 하기 위해서다. 이 사장은 “종업원을 쓰면 최소 한 달에 130만원 이상이 더 들어가는데 그렇게 되면 솔직히 말해서 지금처럼 최상급 재료를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목포홍어집은 직접 짚을 넣어 가게에서 홍어를 삭힌다. 김경록 기자

목포홍어집은 직접 짚을 넣어 가게에서 홍어를 삭힌다. 김경록 기자

좋은 재료는 기본, 이를 더 맛있게 만드는 게 이 사장의 몫이다. 일주일에 1~2번 목포에서 직접 홍어를 통째로 받아와서 직접 손질하고 짚을 넣어 가게에서 홍어를 삭힌다. 이 사장은 “목포에서 37년을 살면서 늘 홍어를 보고 만들어서 먹었기 때문에 홍어에 관해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에서 태어나 결혼 뒤 목포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겨울이 되면 항상 선착장에서 홍어를 사 손질해 먹었다. 비싸서 한 마리를 다 살 수 없을 땐 반 마리 혹은 4분의 1 마리만 사서 애와 내장은 끓여먹고 살코기 부분은 작은 항아리에 짚을 깔아 직접 삭혔다. 
“홍어에서 가장 중요한 거 하나 알려줄까요. 바로 온도유지예요. 섭씨 5℃에서 삭혀야지 조금만 온도가 높거나 하면 썩어버려요. 옛날에야 이런 온도 유지가 안되니까 홍어가 겨울 음식이었지만 요즘은 냉장고가 워낙 좋아서 여름에도 맛있게 먹을 수 있죠.”
 
사업 실패 후 인생 2막 열어준 홍어
어릴 때부터 즐겨 먹던 홍어를 서울에서 팔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사업 실패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사업을 했어요. 요즘 말로하면 대부업 같은 거였죠. 근데 신용카드가 나오면서 사업이 잘 안된 거예요. 먼저 집사람이 돈 벌러 친정오빠가 있던 서울로 올라가 한 식당에 취직했는데 하루 만에 짤렸어요. 전 목포에 남아서 어떻게든 빚을 갚아보려고 노력했고요.” 
결국 아내는 ‘내 장사’를 하기로 하고 2000년 종로3가의 한 작은 가게를 얻었다. 테이블 5~6개 정도밖에 없는 공간에 목포홍어집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점심 때면 사람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잘됐다. 감태·어리굴젓·병어 등 전라도의 맛을 그대로 상에 올린 백반 덕분이었다. 
“2년 정도 집사람 혼자 운영을 하다가 저도 올라오게 됐어요. 빚도 해결이 안되고, 도저히 혼자 생활을 못하겠더라고요.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땐 해서는 안되는 나쁜 생각도 했었죠. 마침 딸이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일단 결혼식만 잘 치르자는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근데 결혼식이 끝나고 딸이 축의금을 한 푼도 안 가져가고 제게 다 주는 거예요. 그 때 정신차렸죠.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겠다고.” 
2003년 지금 자리로 가게를 이전했다. 김경록 기자

2003년 지금 자리로 가게를 이전했다. 김경록 기자

심기일전한 그는 열심히 일했다. 밤낮없이 일을 하다보니 30년 넘게 즐겨 먹던 홍어도 질려버렸다. 이 사장은 “가게를 연 지 얼마 안됐을 때 일이 밀려서 하루에 홍어 9마리를 한꺼번에 손질한 적이 있는데 그때 질렸는지 한동안 홍어를 못 먹었다”며 “그러다 9년 전쯤 송해 선생님이 가게에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술 한잔과 홍어애 한 점을 입에 넣어줘서 오랜만에 먹은 이후로 요즘은 손님들이 권하면 조금씩 먹는다”며 웃었다.  
가게는 맛집으로 소문나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결국 2003년엔 좁은 가게를 떠나 지금 자리로 이전했다. 
 
단골과 술 한잔 하는게 낙
이종배 사장이 담근 45종의 술. 이 술은 단골들이 가게를 찾는 또 다른 이유다. 김경록 기자

이종배 사장이 담근 45종의 술. 이 술은 단골들이 가게를 찾는 또 다른 이유다. 김경록 기자

이종배 사장이 담근 45종의 술은 단골들이 목포홍어집을 찾는 또 다른 이유다. 그는 단골들과 술 한잔하며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그러다보면 특별히 친한 단골들에게 내놓는 그만의 ‘약술’이 있다. 7년이 넘은 더덕주부터 마가목열매주, 겨우살이주, 운지버섯주 등 45종이 넘는 술이 가게에 빼곡하다. 이 사장이 직접 담그거나 산 술이다.
“원래는 판매를 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지인분들이 오면 가끔 서비스로 한두 잔 드릴 때가 있죠. 이 술을 노리는 사람이 많은데 아무나 못 주죠.”
일흔의 나이에도 아직도 직접, 그것도 홀로 서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힘든 점도 있다. 많은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거나 너무 자주 호출을 하면 매우 난처하다.손님이 꽉 차면 벅차서 어떤 때는 자리가 있어도 손님을 안 받기도 한다. 그럼 기다리다가 그냥 가는 사람도 있고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단다. 이 사장은 “그래도 어쩔 수 없다”며 “인생을 살아보니 큰 욕심 없이 사는 게 제일 좋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맛대맛에 소개한 후 3년이 지난 요즘도 식당일은 온전히 이 사장과 아내의 몫이다. 여전히 홍어도 직접 삭힌다.
“홍어는 직접 삭히지 않으면 제 맛이 안나니까요. 나이가 이제 일흔이니까 식당일이 힘에 부쳐요. 그래도 꾸준히 단골들이 찾아주시니까 고맙죠. 큰 돈 벌 생각도 이젠 없고 그냥 오는 손님만 잘 대접하려고요. 옛날에야 전라도 사람만 홍어 먹는다지만 요즘엔 안 그래요. 한 번은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 출신 친구를 데려오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걸로 충분히 만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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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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