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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개헌 충돌에 무산된 본회의, 빈손국회에 방탄국회

중앙일보 2017.12.22 19:16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회동했다. 박종근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회동했다. 박종근 기자

 여야가 이달 31일로 활동 기한이 끝나는 개헌특위와 정개특위 시한을 연장하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다가 22일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무산됐다. 이날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면서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와 안철상ㆍ민유숙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 및 30여건의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반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최경환 의원에 대한 '방탄국회'는 연장됐다. 대형 화재로 국민 피해와 상심이 큰 상황에서 국회는 개헌과 선거를 둘러싼 당리당략 싸움으로 본회의를 파업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까지 ‘지방선거-개헌국민투표동시 실시’와 ‘상임위원장 교체’ 문제를 놓고 21일부터 이틀간 수차례 협상에 나섰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대통령 공약대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같은 날 실시하자는 합의가 있어야 개헌특위를 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나라의 기본 틀을 바꾸는 개헌이 지방선거에 정략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개헌특위를 두달 더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한 반면 한국당은 6개월 연장을 요구했다. "개헌특위를 6개월 연장해 그 결과를 놓고 내년 12월 31일까지 개헌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요구다. 이에 민주당은 “지방선거때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운영위원장 교체 문제에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민주당은 “청와대를 담당하는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맡는 것이 관례”라고 주장했고, 한국당은 “지난 총선 직후 약속한 대로 내년까지 한국당이 맡아야 한다”고 맞섰다. 한국당은 정우택 전 원내대표에서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로 운영위원장을 교체하고, 국방위원장(한국당 김영우->김학용 의원), 정무위원장(한국당 이진복->김용태 의원)도 한국당 소속 의원으로 바꾸는 안을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운영위원장은 여당 몫”이라며 거부했다.
 
 이에 따라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21일 오후, 22일 조찬에 이어 22일 오후에도 만나며 협상했지만 결국 합의를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10시 예정됐던 임시국회 본회의는 오후 3시로 한 차례 미뤄졌다가 결국 무산됐다. 이날 오후 6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원내대표 회의장을 나온 뒤 본회의는 공식 취소됐다.
 
이 때문에 이날 본회의에 오를 예정이던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와 안철상ㆍ민유숙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산됐다. 청문회를 통해 모두 적격 판정을 받은 후보자들 임명이 여야 갈등으로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법안이 제 때 처리되지 못하면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국회는 이날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했었다. 전안법은 KC인증을 받지 않았거나 KC인증 표시를 하지 않은 전기용품ㆍ생활용품을 제조, 수입, 판매할 수 없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높은 장벽이었다. 이때문에 국회는 이 법의 시행을 올 연말까지 유예했다. 대신 유예 기간중 법 적용 범위를 축소해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줄이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소상공인 수백만명이 범법자로 전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대학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 적용을 1년 유예하기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도 올해 통과되지 않으면 시간강사 대량해고 사태를 부를 수 있다.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조사받기 위해 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하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조사받기 위해 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하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여야는 이날 결과적으로 방탄국회도 만들었다. 여야는 당초 본회의에서 임시국회 회기를 23일로 끝내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에게 '회기중' 부여하는 불체포 특권이 사라진다. 따라서 검찰은 24일 이후 최경환 의원에 대한 신병 처리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회기 관련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임시국회는 1월 9일까지 계속된다. 검찰은 그 때까지 최 의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없다.
  
채윤경·백민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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