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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족쇄 푼 홍준표·이완구…대법원, 무죄 확정

중앙일보 2017.12.22 15:32
홍준표(63) 자유한국당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연루 혐의를 완전히 벗었다.
 

洪 대표, 뇌물 전달자 진술 놓고
항소심, 대법원, "신빙성 없다"
李 전 총리도 무죄 확정판결
성 전 회장이 남긴 육성·메모
증거능력 두고 재판 내내 공방
대법원, "특신상태 아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대표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홍 대표는 2011년 6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성 전 회장의 측근 윤모씨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지난해 9월 홍 대표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뇌물을 전달했다’는 윤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그러나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2부는 “홍 대표가 평소 친분이 없던 성 전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을 동기가 뚜렷하지 않고, 오히려 금품 전달자인 윤씨가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윤씨의 진술 내용이 추상적이거나 객관적인 사실과 다른 데다, 수행비서 금모씨와 운전기사 여모씨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계속 바뀌고 있는 점이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무죄가 확정됐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충남 부여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이 전 총리를 기소한 근거는 성 전 회장이 2015년 4월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모 언론사 기자와 전화로 인터뷰했던 육성 녹음파일과 자필 메모였다. 메모에는 이 전 총리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금액과 날짜 등은 적혀 있지 않았다.
 
1심은 성 전 회장이 남긴 자료들을 근거로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1월 29일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 전 총리가 재판이 끝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해 1월 29일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 전 총리가 재판이 끝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하지만 2심 법원은 성 전 회장이 남긴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인터뷰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의 배후가 피고인(이 전 총리)이라고 생각해 강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갖고 있었고, 피고인을 비난하면서도 자신과 관련된 의혹들을 은폐하거나 축소했다”며 “이 밖에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성 전 회장의 사망 전 인터뷰와 메모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음이 증명된다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런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있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2015년 4월 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성 전 회장이 정치권 인사 8명의 이름과 오고 간 금품 액수로 추정되는 숫자가 적힌 쪽지를 남긴 채 목숨을 끊으면서 불거졌다. 이후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직전 한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번졌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당시 특별수사팀을 맡아 수사를 이끌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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