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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운명의 날... 대법원 최종심따라 생환 갈려

중앙일보 2017.12.22 12:11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중앙포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중앙포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운명의 날’을 맞았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함께 선고받는다.
 
대법원 3부는 이날 오후 2시 10분 대법원 2호 법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대표와 이 전 총리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홍 대표는 김창석 대법관이, 이 전 총리는 김재형 대법관이 각각 주심을 맡았다.
 
홍 대표는 2011년 6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 윤모 씨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줬다는 성 전 회장과 윤씨의 진술이 쟁점이었다.
 
1심은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며 홍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에선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자원개발 비리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2015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유력 정치인의 이름과 액수를 담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남기며 불거졌다.
 
대법원이 최종심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홍준표 대표는 물론 보수 세력 재편 등 정치권에 후폭풍이 불어 닥칠 수 있다.
 
▶원심 확정 때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정치인 홍준표는 보수의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 중”이라는 사실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3월 9일 당시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홍준표 경남지사를 접견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3월 9일 당시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홍준표 경남지사를 접견하고 있다. [중앙포토]

반전은 2월이었다.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명분이 생겼다. 당장 한국당 혁신위는 3월 “홍준표 경남지사의 당원권 정지 징계를 대법원 판결 때까지 정지한다”고 의결한다. 사실상 대선 출마의 길을 터 준 셈이었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도 ‘성완종 리스트’는 홍 대표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보수 단일화 여부가 쟁점이 되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재판 중인 사람과 어떻게 단일화를 하느냐”며 자격을 시비 걸었다. 이는 대선 이후에도 이어졌다. 한국당 윤리위가 10월 박 전 대통령 및 서청원ㆍ최경환 의원 탈당 권유를 의결하자 서 의원은 “2015년 홍 대표가 수사 과정에서 협조를 요청했다”며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때는 제가 진실의 증거를 내겠다”고 주장했다. 성완종 자금 수수와 관련된 녹취록 등의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국정원 특활비가 불거졌을 때는 “2008년 여당 원내대표 시절 ‘국회 대책비’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줬다”는 과거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성완종 1억원 수수’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과정에서 했던 발언이 부메랑이 됐다.  
 
하지만 대법원이 무죄 원심을 인정하면 홍 대표는 지난 2년여간 자신을 옥죄어 왔던 ‘성완종 리스트’에서 사실상 자유롭게 된다.  
지난 3월초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서울 여의도 경남도청 서울사무소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를 가졌다. 2심 무죄 판결로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주목 받았던 홍 지사는 이 자리에서 향후 대선 행보와 전략, 정치 철학을 이야기 했다.[중앙포토]

지난 3월초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서울 여의도 경남도청 서울사무소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를 가졌다. 2심 무죄 판결로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주목 받았던 홍 지사는 이 자리에서 향후 대선 행보와 전략, 정치 철학을 이야기 했다.[중앙포토]

 
정치적으로도 광폭 행보를 펼칠 수 있게 된다. 박근혜 출당-바른정당 복당-‘친홍’ 원내대표 당선-친박 당협위원장 박탈로 이어졌던 ‘친홍’ 체제 구축의 마지막 걸림돌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 땅의 보수는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조직강화특위를 출범시켰던 홍 대표는 제2혁신위를 꾸려 신보수주의 정책도 내놓을 전망이다. 범보수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등 홍 대표는 자신을 정점에 두면서 한국당을 지방선거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복안이 현실화된다.
 
▶파기 환송 때
 
‘죽은’ 성완종이 ‘산’ 홍준표를 잡은 꼴이다. 홍 대표가 2년여간 가까스로 헤집고 나오는 듯했던 ‘성완종 리스트’ 늪에 다시 빠지게 된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은  ‘시계제로  상태로 변할 전망이다. 공고해진 홍준표 체제가 뿌리째 흔들리면서 치열한 권력다툼이 예상된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2016년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직후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가 법정을 나서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2016년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직후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가 법정을 나서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당 당헌·당규 상엔 “기소될 경우 당원권 정지”라고 명기돼 있다. 홍 대표가 당원권을 획득하며 대선 주자로 부상할 수 있었던 건  “대법원 판결 때까지 징계를 정지한다”라는 예외조항을 둔 덕이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서 ‘유죄 추정으로 파기 환송’을 결정한다면 홍 대표는 다시 기소 상태로 돌아가는 게 된다.  
 
당장 친박계에선 “홍 대표의 당원권을 정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20일 윤리위 소집을 앞두고 류여해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최악의 상황에도 대표직을 유지하고자 윤리위서 당헌ㆍ당규를 고치려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드러난 대로 당내 ‘친홍’ 대 ‘반홍’의 세력 판도는 팽팽하다. 여기에 당무 감사 결과로 현역 4명 등 당협위원장 62명이 교체대상으로 거론되자 반홍준표 전선은 광범위하게 형성된 상태다. 친박이 무너지면서 와해됐던 ‘반홍’ 그룹이 대법원 결정과 함께 결집할 전망이다.  
 
홍준표 리더십의 위기는 보수 재편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현재 국민의당과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바른정당의 기존 입장은 “홍준표 지도부만 없다면 당 대 당 통합도 가능하다 ”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파기 환송이 돼도 예상보다 파장은 적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미 홍 대표가 자신의 친위 체제를 일정 부분 구축했기 때문이다. 당장 홍 대표를 대체할 대안 인물이 없다는 점도 홍준표 교체론의 한계라는 전망이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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