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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몸 가누기조차 힘든 엄동설한 소백의 칼바람

중앙일보 2017.12.22 04:00
천동삼거리에서 바라본 소백산 능선. 오른쪽으로 비로봉이 보인다. [사진 하만윤]

천동삼거리에서 바라본 소백산 능선. 오른쪽으로 비로봉이 보인다. [사진 하만윤]

 
겨울 소백산은 그야말로 엄동설한이다.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칼바람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일단 한 번 올라보시라. 초속 15m를 웃도는 바람이 예사로 부는 비로봉 능선에서는 몸을 가누기가 힘이 들 정도. 내리는 눈조차 채 쌓이지 못하고 제각각 흩어져 버린다.

하만윤의 산 100배 즐기기(12)
천동계곡-비로봉-어의곡 12km 7시간 코스
정상의 혹독한 바람에 단체사진 못찍고 하산

 
소백산 정상은 또 어떤가. 쌓인 눈은 흡사 바람의 결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막과 같은 풍경이다. 그 속에서 눈과 바람이 빚어내는 한겨울의 꽃, 상고대를 원없이 볼 수 있다. 그 풍경은 차라리 쓸쓸하고도 찬란하다. 몸은 고단할지라도 겨울 소백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선물일 것이다.
 
 
천동매표소에서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한 컷. 훗날 이날의 추억을 소환해줄 장치다. [사진 하만윤]

천동매표소에서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한 컷. 훗날 이날의 추억을 소환해줄 장치다. [사진 하만윤]

 
 
낙목한풍 속 상고대를 찾아서 
 
소백산은 언제 어느 때 올라도 좋다. 5월 말에 철쭉 만개한 연화봉 일대를 접해도 좋고, 늦가을 노란 은행나무 단풍이 아름다운 부석사 초입을 거닐어도 좋다. 필자는 12월 초 동호회 회원들과 소백산을 찾았다. 낙목한풍 속에 피어난 상고대의 절경을 보기 위함이다.
 
죽령에서 구인사까지 종주 코스를 제외하면 소백산은 어디든 당일 코스로 어렵지 않다. 옛 선비들이 한양을 향해 임금과 나라의 태평을 기원했다는 국망봉,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 천문대가 있는 연화봉 등 세 개의 봉우리를 주축으로 능선과 계곡들이 유려하게 펼친다.
 
 
비로봉에서 바라본 연화봉. 잔잔히 흘러오는 물결 같은 산세가 아름답다. [사진 하만윤]

비로봉에서 바라본 연화봉. 잔잔히 흘러오는 물결 같은 산세가 아름답다. [사진 하만윤]

 
필자는 다리안관광지에서 천동계곡을 지나 비로봉에 오른 후 어의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거리가 길긴 해도 경사가 심하지 않아 초보 등산인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다만 천동삼거리까지 오르는 동안 가슴을 틀 만한 시원한 조망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천동매표소를 지나면, 옆에 천동계곡을 두고 나란히 산을 오를 수 있다. [사진 하만윤]

천동매표소를 지나면, 옆에 천동계곡을 두고 나란히 산을 오를 수 있다. [사진 하만윤]

 
그렇다고 실망은 마시라. 초입부터 등산로 옆 계곡의 물소리가 귀를 맑게 하고 천동쉼터까지 오르는 길 양옆에는 훤칠한 잣나무들이 호위병처럼 우리를 반긴다. 그 사이를 지나는 기분이 썩 괜찮다.
 
 
천동쉼터까지 오르는 길 내내 하늘 높이 웃자란 잣나무를 만끽할 수 있다. [사진 하만윤]

천동쉼터까지 오르는 길 내내 하늘 높이 웃자란 잣나무를 만끽할 수 있다. [사진 하만윤]

 
서울에서 새벽 일찍 나섰고, 고속도로휴게소에서 주전부리한 것이 전부인지라 다들 허기가 졌다. 천동삼거리를 지나 비로봉 능선에 올라서면 일행이 전부 모여 식사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을 듯해 천동쉼터에서 조금은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한다.
 
겨울 산에서의 식사는 그야말로 추위와 싸움이다. 조금만 지체해도 한기가 들기 십상이다. 옹기종기 붙어 서로가 서로의 바람막이가 돼 각자 준비해온 밥이며 찬거리에 몸을 덥힐 수 있도록 막걸리 한 잔을 더 했다. 그것으로 족했다.
 
 
천동쉼터에서 먹은 이른 점심. 겨울 산에서의 식사는 추위와의 싸움이다. [사진 하만윤]

천동쉼터에서 먹은 이른 점심. 겨울 산에서의 식사는 추위와의 싸움이다. [사진 하만윤]

 
그동안 잘 닦인 길을 올랐다면 천동쉼터부터는 바위투성이 길을 올라야 한다. 한겨울 눈 속에서도 여전히 푸른 구상나무 터널을 걸으며 그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을 보는 것은 흡사 비현실적이다. 그 기분을 만끽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주능선으로 올라선다.
 
 
구상나무 터널을 지나면 주목나무 군락지와 천동삼거리에 도달한다. [사진 하만윤]

구상나무 터널을 지나면 주목나무 군락지와 천동삼거리에 도달한다. [사진 하만윤]

 
 
비틀림이 멋스런 주목나무
 
정상 부근에 다가서면 주목나무 군락이 펼친다. 속살이 단단해 잘 썩지 않아 ‘살아 백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나무. 소백산에서는 강한 바람과 눈 때문에 주목나무 대부분이 줄기가 비틀리고 휘어졌다. 흰 눈 위에 제각각 비틀린 그 또한 멋스럽다.
 
 
소백산 정상에 오랜 수령의 주목나무 군락이 있다. [사진 하만윤]

소백산 정상에 오랜 수령의 주목나무 군락이 있다. [사진 하만윤]

 
천동삼거리에 다다르면 왼쪽으로는 비로봉과 국망봉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연화봉이 바라보인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바람에 맞서 걸어야 한다. 필자가 올랐을 때는 내린 눈이 많지 않아 상고대가 썩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런데 역시 바람은 소백이었다. 거리낄 게 아무 것도 없는 정상에서의 바람은 그야말로 예리한 칼날이 되어 두툼한 등산복을 비집고 들어왔다.
 
 
비로봉에서 어의곡으로 향하는 하산길. 현명한 풀들은 바람을 따라 누워있다. [사진 하만윤]

비로봉에서 어의곡으로 향하는 하산길. 현명한 풀들은 바람을 따라 누워있다. [사진 하만윤]

 
비로봉 정상석에서 일행끼리 서로 인증사진을 찍고 찍어주는 잠시 잠깐 손끝이 떨어져 나갈 듯 에인다. 추위에 민감한 스마트폰은 작동하기를 포기하고 버벅거리기 일쑤다. 
 
겨울산행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방풍과 방한이다. 두꺼운 옷 하나가 아니라 얇은 옷 여러 벌로 체온을 유지하며 산행해야 한다. 땀이 나지 않도록 몸을 약간 서늘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땀이 식으면 이내 한기가 들어 순식간에 저체온증이나 동상 등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눈길을 안전하게 걷는 데 필요한 아이젠. 겨울산행에는 몇몇 장비가 필요하고 방한에 특별히 신경 써야 부상을 막는다. [사진 하만윤]

눈길을 안전하게 걷는 데 필요한 아이젠. 겨울산행에는 몇몇 장비가 필요하고 방한에 특별히 신경 써야 부상을 막는다. [사진 하만윤]

 
정상석에서는 단체 사진을 남기지 못하고 삼삼오오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혹독한 바람 탓에 하산 길을 서둘렀다. 십여 분 내려가면 어의곡으로 향하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부터 4km 남짓 하산길이다. 능선에서 어의곡을 향해 얼마간 걸으면 서슬 퍼런 소백의 칼바람이 이내 잦아든다.
 
 
천동매표소-천동삼거리-비로봉-어의곡. 총거리 약 12.53km, 시간 약 6시간 50분. [사진 하만윤]

천동매표소-천동삼거리-비로봉-어의곡. 총거리 약 12.53km, 시간 약 6시간 50분. [사진 하만윤]

 
하만윤 7080산처럼 산행대장 roadinm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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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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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윤 하만윤 7080산처럼 산행대장 필진

[하만윤의 산 100배 즐기기] 주말 산행 중독자. 누구나 오른다는 산! 어떤 준비를 해야하고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게 산을 즐길까. 전국 유명산들의 등산 코스를 리뷰하고 자칫 간과하기 쉬운 건강한 산행법을 알아본다. 지금까지의 인적 네트워크와는 전혀 다른, 산행에서 만난 동료와의 폭넓고 깊이 있는 관계 형성법을 제시한다. 자신의 삶을 좀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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