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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캐롤' 감독 차기작은 뉴욕 배경 동화···'원더스트럭'

중앙일보 2017.12.22 00:05
‘원더스트럭’ 토드 헤인즈 감독 / 사진=CGV아트하우스

‘원더스트럭’ 토드 헤인즈 감독 / 사진=CGV아트하우스

[매거진M] 토드 헤인즈(56) 감독은 “나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어린이 영화”라고 ‘원더스트럭’(원제 Wonderstruck, 내년 2월 개봉 예정)을 소개한다. 두 여자의 러브 스토리를 우아하게 그려냈던 ‘캐롤’(2015)을 만든 감독의 다음 행보로선 꽤 특이하지만 영화가 시작되면 헤인즈 감독의 연출이 여전함을 깨닫게 된다. 
 

'원더스트럭' 토드 헤인즈 감독 인터뷰
"편집하며 받은 아이들의 피드백, 큰 힘 됐다"

1920년대에 좋아하는 배우(줄리앤 무어)를 찾아 무작정 뉴욕에 온 청각 장애인 소녀 로즈와, 1970년대에 엄마(미셸 윌리엄스)를 잃고 사고로 귀가 들리지 않게 된 채 생면부지 아빠를 찾아 뉴욕에 상경한 소년 벤(오크스 페글리)이 주인공. 1920년대 무성영화 같은 흑백 영상과 1970년대 독립영화 같은 활기 넘치는 화면이 뉴욕 자연사박물관을 중심으로 교차하는 가운데, 영화는 조심스럽게 소녀와 소년의 관계에 얽힌 비밀을 펼쳐 놓는다. 
 
2011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동화 『위고 카브레』(뜰북)의 작가 브라이언 셀즈닉의 인기 소설 『원더스트럭』(뜰북)이 원작. 실제 청각장애인인 밀리센트시몬스가 로즈 역할을 맡아 말없이 소통하는 연기를 경이롭게 보여주고 ‘토드 헤인즈 영화’의 영원한 히로인 줄리앤 무어가 1인 2역을 소화하며 영화를 더 신비롭게 만든다. 영화의 무대인 미국 뉴욕에서 토드 헤인즈 감독과 줄리앤 무어를 만났다.
 

 
‘원더스트럭’

‘원더스트럭’

━‘원더스트럭’ 개봉을 앞둔 기분이 어떤가.
“여러 이유로 흥분된다. 제작사인 아마존 스튜디오(이하 아마존)가 얼마 전 LA에서 아름다운 클래식 극장을 빌려 시사회를 주최했다. 그들은 이 영화에 돈을 아끼지 않았는데 어떤 미친 짓을 했냐면 음악감독인 카터 버웰이 지휘하는 38인의 라이브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영화 상영 내내 모든 스코어를 라이브로 연주했다! 정말 감동적인 이벤트였다. 물론 이런 이벤트를 위해 ‘원더스트럭’을 만든 건 아니다. 정말로 바란 것은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가족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전작들로 만났던 관객과는 다른 관객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예술적이고, 수공예 같고, 이상하면서도 독창적인 영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편집할 때 아이들 몇 명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았다. 아이들이 가만히 앉아 영화에 빠져드는 걸 보며 방향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이상한 영화도 아이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원더스트럭’에서 뉴욕은 중요한 무대다. 어떻게 보면 뉴욕의 박물관들에 보내는 러브레터 같기도 하다.
“영화에선 다른 두 시대의 뉴욕이 대조를 이룬다. 로즈가 자란 1920년대의 뉴욕은 낙관적이고 풍요롭고 활기가 넘쳤던 발전의 시기였다. 벤이 살아가는 1970년대는 이와 반대로 파산한 도시의 풍경이다. 한편 1920년대는 청각장애 아이 입장에선 힘겨운 시대다. 발성 언어를 강요당하는 게 힘겨워 아이는 집을 뛰쳐나와 자기 자신을 찾는다. 1970년대는 혼란스럽고 비관적인 시대지만 청각장애 언어에 있어서 진보해 있다. 그래서 1970년대에 두 사람은 만나게 된다. 동시에 ‘원더스트럭’은 그 당시 여전히 놀라운 공간이었고 도시가 견뎌온 모든 것을 간직한 자연사박물관과 퀸즈박물관의 파노라마 설치물에 바치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설치물은 영화에도 등장한다.”
 
‘원더스트럭’ / 사진=CGV 아트하우스

‘원더스트럭’ / 사진=CGV 아트하우스

━영화 속에 무성영화가 등장하는데, 어떤 의미에선 이 영화 자체가 무성영화에 바치는 오마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성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 유성영화 시대가 오기 직전 다양한 스타일이 정립됐던 1920년대 영화 양식과 1.33:1 화면 비율을 지켜가며, 극 중 무성영화 ‘태풍의 딸’을 만들었다. 재밌는 사실은 ‘원더스트럭’이라는 영화 전체가 꽤 과묵하다는 점이다. 대화 장면이 오히려 낯설다! 그래서 음악이 중요했다. 1920년대 흑백 장면에선 배경 음악이 흐르지만, 컬러로 촬영한 1970년대 장면에는 음악이 일종의 음향으로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음악이 시대를 구분하면서도 영화 전체를 유기적으로 아우르기를 바랐다.”
 
━이 영화는 아마존의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선보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배급 방식이 영화를 만드는 데 영향을 끼쳤나.
“동종 업체인 넷플릭스나 훌루와 달리 아마존은 극장 플랫폼을 고수하고 있다. 극장에서의 영화적 경험을 보존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마존은 스파이크 리, 짐 자무쉬 같은 흥미로운 감독들을 선택해왔는데, 내가 그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 아마존은 돈 벌려고 영화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기존 상업영화 시스템에 익숙한 나에게는 꽤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다.”
 
━‘원더스트럭’은 전작들과 다른 구석이 많다. 기존 팬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나는 영화마다 팬층이 다르다. ‘벨벳 골드마인’(1998) 팬은 그 영화만 깊게 파고든다. ‘아임 낫 데어’(2007)는 밥 딜런 팬들이 좋아한다. ‘캐롤’은 전 세계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열정적으로 관람하는 영화가 됐다. 각 팬들이 내 모든 영화를 관심 있게 보진 않는다. ‘원더스트럭’은 그런 팬덤을 초월해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원더스트럭’ 포스터 / 사진=CGV아트하우스

‘원더스트럭’ 포스터 / 사진=CGV아트하우스

 
뉴욕=홍수경 영화 저널리스트 사진=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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