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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의혹 이완구 전 총리, 대법원 선고 '운명의 날'

중앙일보 2017.12.22 00:02
2015년 4월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 이완구(67) 전 국무총리가 단상에 올라 90도로 인사한 뒤 이임사를 읽어 내려갔다. 이임사는 짧고 간결했다. 그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으며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15년 4월 27일 퇴임식을 마치고 정부서울청사를 떠나는 이완구 전 총리. [중앙포토]

2015년 4월 27일 퇴임식을 마치고 정부서울청사를 떠나는 이완구 전 총리. [중앙포토]

 

대법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총리 상고심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현금 3000만원 받은 혐의

1심 징역 8월·집행유예 2년·추징금 3000만원, 2심 무죄 선고
상고심 '무죄' 선고되면 지방선거·국회의원 재보선 출마 전망

각 부처 장관들과의 악수, 총리실 직원들과의 기념사진 촬영을 마칠 때까지 가끔 웃음을 보였던 이 전 총리는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서둘러 청사를 빠져나갔다. 취임한지 불과 70일 만에 낙마한 이 전 총리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완구 전 총리가 물러나게 된 것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때문이다. 그는 2013년 4·24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성 전 회장에게서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15년 4월 27일 퇴임식을 마치고 정부서울청사를 떠나기 전 꽃다발을 받는 이완구 전 총리. [중앙포토]

2015년 4월 27일 퇴임식을 마치고 정부서울청사를 떠나기 전 꽃다발을 받는 이완구 전 총리. [중앙포토]

 
1심 재판부는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과 2심을 거쳐 22일 대법원(주심 김창석)의 상고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정치인 이완구’에게 22일은 정치 생명이 걸린 '운명의 날'인 셈이다. 
 
대법원이 이 전 총리에게 2심 무죄 판단을 유지할지, 유죄 취지로 판단해 2심 재판을 다시 할 것(파기환송)을 결정할지가 관심의 핵심이다.
2015년 4월 27일 퇴임식을 마치고 정부서울청사를 떠나는 이완구 전 총리. [중앙포토]

2015년 4월 27일 퇴임식을 마치고 정부서울청사를 떠나는 이완구 전 총리. [중앙포토]

 
정치권에서는 대법원 선고 결과에 따라 이 전 총리의 정치 행보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른바 ‘충청맹주’였던 그가 정치를 재개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전 총리 측근은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전망도 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앞으로의 모든 일정과 행보는 국민과 지역주민의 열망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완구 전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관련된 수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사로 출두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완구 전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관련된 수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사로 출두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치권에서는 판결이 나기도 전에 벌써부터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가 무죄를 확정받아 정치적으로 재기에 나설 경우 충남도지사나 국회의원 재보궐(천안갑)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안희정(52) 충남지사가 3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박수현(53) 청와대 대변인 등 거물급 정치인이 출마준비에 나서 자유한국당에서도 이에 맞설만한 후보를 내야 할 상황이다. 이 전 총리는 민선 4기(2006~2009년) 충남지사를 지내 다른 후보군보다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다.
 
국회의원 천안갑의 경우 한국당 박찬우(58)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 9월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한 상태다. 1석이 아쉬운 한국당이 거물 정치인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 전 총리에게 ‘SOS’를 요청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이완구 전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관련된 수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사로 출두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완구 전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관련된 수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사로 출두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 전 총리의 다른 측근은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쉽게 움직이고 결정할 분은 아니다”며 “하지만 40여년간의 공직과 정치인으로서의 명예를 회복하는 과정은 필요하다는 게 주변의 여론”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좋은 결과가 있으면 결국 당(자유한국당)이나 지역 정치권에서 (이 전 총리에게)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재기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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