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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PD수첩은 무죄였다, 그러나 ‘사실’은 아니었다

중앙일보 2017.12.21 01:46 종합 32면 지면보기
이상언 사회2부장

이상언 사회2부장

오해를 줄이기 위해 몇 자 먼저 쓴다. 2008년 서울중앙지검이 광우병 방송과 관련해 ‘PD수첩’ 제작진을 수사할 때 검찰 담당 기자였다. 그 당시에 수사할 사안은 아니라고,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PD수첩이 옳다고 믿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사법적 문제는 아니라고 여겼을 뿐이다. 또 김재철 전 사장을 비롯한 과거 두 정권의 MBC 경영진을 옹호할 생각도 없다. 그들이 독선 또는 욕심으로 인해 전횡을 했다고 믿고 있다.
 

법원, PD수첩 광우병 보도 쟁점 5개 중 3개 ‘허위’ 판정
새 MBC 사장은 “옳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이라고 설명

2010년 12월에 서울중앙지법은 PD수첩 제작진 5명이 명예훼손 등으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판결했다. 1심에서 전원 무죄 선고가 나자 검찰이 항소해 10개월간 진행된 재판이었다. 결론은 1심과 같이 모두 무죄였다. 하지만 판결 내용은 사뭇 달랐다.
 
1심에선 판사(단독 재판부였다)가 주요 보도 내용에 대해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판사 3인이 참여)는 쟁점을 다섯 개로 나눈 뒤 그중 세 개에서 ‘보도 내용은 허위’라는 판단을 제시했다.
 
다섯 쟁점은 ①다우너 소 ②아레사 빈슨 ③MM형 유전자 ④특정 위험 물질 ⑤정부 협상단의 실태 파악으로 구분됐다. 재판부는 앞의 세 개는 허위로, 뒤의 두 개는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①은 다우너 증상으로 주저앉은 소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는 미국 도축장 영상을 보여주며 영상 속의 소들은 광우병에 걸린 소들이거나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큰 소들이라는 인상을 줬던 보도를 의미한다. 재판부는 ‘다우너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판정했다. ②는 아레사 빈슨이라는 미국 여성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이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이 거의 확실하다는 보도를 말한다. 재판부는 그의 어머니가 딸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바가 없고, 아레사의 사인은 베르니케 뇌병변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보도의 내용은 허위’라고 판정했다. ③은 한국인의 94.3%가 MM형 유전자를 갖고 있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라는 보도를 뜻한다. 재판부는 인간광우병 발병에는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이유로 ‘허위다’고 판정했다. ④는 미국산 소의 뇌·눈·머리 등 특정 위험 물질이 수입될 수 있다는 내용인데, 이는 ‘허위라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⑤는 의견을 표현한 것일 뿐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5대 핵심 쟁점 중 세 개가 허위로 결론이 났지만 무죄 선고가 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재판부는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려는 의도로 방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과장이 있다 하여 허위 사실을 작출(作出)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 ‘보도의 내용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관한 것으로서 피해자들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 것이 아니다.’ 고소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차관의 명예를 훼손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요지다. 이 판결은 9개월 뒤에 그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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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일을 다시 꺼낸 것은 최승호 전 PD가 최근 MBC 사장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PD수첩으로 유명해진 방송인이다. 그가 사장이 된 뒤 광우병 보도로 기소됐던 제작진이 요직에 중용되기도 했다. “PD수첩의 승리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최 사장은 2010년에 출간된 『PD수첩 진실의 목격자들』이라는 책에서 “쇠고기 수입 협상이라는 사안이 터졌을 때 ‘PD수첩’이 취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거고, 당시 옳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을 방송했던 거다”고 설명했다. 그는 ‘옳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래서 나는 그가, 또는 MBC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을 애써 외면하거나 ‘옳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을 위해 9년 전처럼 과장이 섞인 허위를 대중에게 전달하는지를 지켜보려 한다.
 
이상언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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