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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과 닮은꼴 답변…안철상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

중앙일보 2017.12.19 19:34
안철상(60‧사법연수원 15기) 대법관 후보자가 자녀들의 3차례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면서 “국민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다.

자녀 위장전입 사과, 법원 현안 질의에 집중
사형 집행 "부정적", 대체복무제 "입법 필요"
20일엔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그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녀들의 위장전입 사실을 묻자 “장녀가 한 번, 장남이 초등학교 때 두 번 있었다”고 했다. 안 후보자의 장녀는 1993년 초등학교 입학할 당시 실제 거주지와 다른 부산시 남구의 한 아파트로 주민등록을 옮겼다. 아들은 1997년 10월과 2001년 2월 두 차례 부산시 수영구의 한 아파트로 전입신고를 했다. 주민등록지는 모두 장모 지인의 거주지였다.
안철상 대법관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한 뒤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안철상 대법관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한 뒤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안 후보자는 “큰 애가 1988년 2월생이라 7살 때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약하고 나이가 어려서 차로 태워줘야겠다 싶어서 차 태워주기 좋은 곳으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것으로 상당히 부족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저 자신에 실망했고 제 불찰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위장전입 문제를 제외하면 안 후보자의 청문회는 주로 사법부 정책과 현안에 집중됐다.  안 후보자의 답변은 3개월 전 인사청문회를 거친 김명수(58·연수원 15기) 대법원장의 답변과 닮은꼴이었다.
 
사형제 유지에 대해 안 후보자는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그는 “사람이 사람을 죽일 권리를 갖느냐, 권한을 갖느냐는 철학적 논쟁이 있다. 기본적으로 사형제는 오판의 경우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우려되는 점이 많고 그래서 상당히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도 청문회 때 "오판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전혀 없고, 죄책이 심히 중대하며 범죄의 일반예방적 견지에서 극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형을 제한적으로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의 신중론을 폈다.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0~21일 이틀에 걸쳐 열린다. [사진=대법원 제공]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0~21일 이틀에 걸쳐 열린다. [사진=대법원 제공]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서도 안 후보자의 견해는 김 대법원장과 일치했다. 안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라고도 한다”며 “현재 산업기능요원이라든지대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에 입법적으로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도 대체복무 도입을 통해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안 후보자는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대해 “(유죄로 본)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성혼에 대해 안 후보자는 "현행 헌법은 혼인을 이성간의 결합임을 전제하고 있어 동성혼을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사실상 동성혼 관계에 있다가 관계를 종료하는 경우 재산 분할 등 법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이를 해결할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김 대법원장은 앞서 "동성애 및 성 소수자의 인권도 우리가 보호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면서도 "동성혼을 합법화 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향적인 견해를 밝혔다.
 

사법부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인 상고제도 개선에 대해선 안 후보자는 김 대법원장이 추진 중인 상고허가제에는 적극 찬성하면서도 대법관 증원은 반대했다. 안 후보자는 "대법관을 증원할 경우 전원합의체의 수준 높은 토론과 설득 과정을 거치기 어려워 결국 다수결 투표로 변질될 것"이라며 "대법관 증원 문제는 대법원의 성격을 정책법원으로 볼 것인지, 권리구제 법원으로 볼 것인지 등 여러 쟁점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의 지시로 진행 중인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에 대한 질의에는 “다수의 법관이 (블랙리스트 존재와 관련해) 의문을 제기했고, 법원이 추가조사위를 구성해 파일 개봉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비밀침해죄 등의 논란이 있는데, 추가조사위가 법관으로 구성된 만큼 잘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최근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 관련자에 대한 영장 기각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것에 대한 질문에는 “법원의 판단과 결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수는 있겠지만, 과도한 비난으로 이어진다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조두순의 석방일 논란으로 다시 불거진 음주 감경 폐지에 대해선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전면폐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성범죄자에 대한 음주감경 폐지에 대해 “적절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자는 청문회를 마치면서 “대법관으로 임명된다면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기본권 보장과 법의 지배를 실현하는 데 정성을 다하겠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양한 가치를 조율해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법관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한다. 국회는 남은 인사청문회를 모두 마친 뒤 22일 본회의에 각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20일엔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와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후보자, 21일엔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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