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기춘,"다양성 이해 미흡 반성"…눈물의 항소심 최후진술

중앙일보 2017.12.19 16:57
“우리 사회의 다양화가 세계 속의 한류라는 문화융성의 꽃으로 활짝 피어간다는 관점에서 볼 때 제가 문화·예술의 특수성과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미흡하지 않았나 반성했습니다.”
 

조윤선, "두 비서관 수의 입은 모습 마음 아파"
두 사람 다 '블랙리스트' 지시·관여 혐의는 부인
특검, "북한과 싸운다며 똑같은 짓 저질러" 지적
피고인 7명 전원에게 1심과 같이 실형 구형

19일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후진술에서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정부에 반대하는 단체의 리스트를 만들어 지원을 배제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서울고법 형사합의3부(부장 조영철) 심리로 이날 열린 결심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심과 마찬가지로 김 전 실장에 대해 징역 7년, 조윤선(51) 전 정무수석에 대해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지난 7월 1심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 조 전 수석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이용복 특검보는 “피고인들은 권력 최상층부에서 단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문화ㆍ예술인을 종북 세력으로 몰고 지원을 배제했다”며 “피고인들은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싸운다는 명분 아래 그들과 똑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왼쪽부터)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정관주 전 국민소통비서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사진 연합뉴스]

(왼쪽부터)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정관주 전 국민소통비서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사진 연합뉴스]

특검팀의 구형에 이어 변호인들의 최후변론이 끝난 뒤 피고인들이 직접 입을 열었다. 김 전 실장은 “북한과 종북 세력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는 제 생각이 결코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만, 재판을 받으면서 위험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이 자리를 빌려 불편과 고통을 느낀 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범죄 혐의는 부인했다. 그는 “제가 회의에서 한 발언들은 대한민국에 위협이 되는 각종 활동에 국민의 세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나름의 국가수호를 위한 소신이었다”며 “일신상 이익이나 정파의 이익을 위해 그런 발언을 결단코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행위가 문제가 돼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제게 물어주시고 나머지 수석이나 비서관들에겐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덧붙였다.
 
김 전 실장은 최후진술 말미에 가족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남은 소망은 제 늙은 아내와 4년 동안 병석에 누워있는 쉰 세 살 된 아들의 손을 다시 한번 잡아주고 ‘못난 남편과 아비를 만나 고생 많았다’고 미안하단 말을 건네는 것”이라며 “아들에게 ‘이런 상태로 누워있으면 아버지가 눈을 감을 수 없으니 하루빨리 하나님 품으로 돌아가라’고 당부하고 제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랄 뿐이다”고 말을 맺었다. 김 전 실장의 아들은 뇌사 상태로 알려졌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중앙포토]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중앙포토]

김 전 실장에 이어 최후진술을 한 조윤선 전 정무수석도 혐의를 부인했다. 조 전 수석은 “평소 제가 문화·예술에 대해 갖고 있던 소신과는 전혀 동떨어진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제가 정무수석으로 있는 동안 (정무수석 산하) 소통비서관실에서 문체비서관실에 보내는 명단을 검토하는 사실을 알았다면 관여되는 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전 수석은 함께 재판을 받는 정관주(53) 전 청와대 국민소통 비서관과 신동철(56) 전 정무비서관을 언급하며 눈물지었다. 그는 “부족한 부분도 많고 연배도 어린 저를 상급자로 모시면서 불편한 내색 없이 헌신해주셔서 정무수석 소임을 다할 수 있었다”며 “정무수석실에서 (블랙리스트를) 주도했다는 오해받으면서 두 비서관과 재판받는 게 마음 아팠는데, 항소심 기일마다 (구속돼) 수의 입은 모습을 보는 지금이 더 가슴이 아파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두 전 비서관은 이날 각각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지난 1심에선 둘 다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특검팀은 이날 구형 이유를 설명하는 데 약 2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강조했다. 특검팀은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 등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이 (지원금 정책에) 시정이 필요하다고 직ㆍ간접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나온다”며 “박준우 전 정무수석 등의 진술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말하는 좌파는 문재인ㆍ안철수 지지자 등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이란 개념으로 통용됐다”고 말했다.
 
이날 특검팀은 김상률(57) 전 교육문화수석에게 징역 6년을, 김종덕(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겐 징역 5년, 김소영(51) 전 문체비서관에겐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관련기사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