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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컨트롤타워 기대했지만…'속 빈 강정'된 국가관광전략회의

중앙일보 2017.12.19 16:56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오종택 기자

지난 18일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등 장관 8명, 3명의 차관, 국무조정실장과 문화재청장이 참석한 ‘제1차 국가관광전략회의’가 열렸다. 회의 브리핑 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관광업계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셋 중 두 명이 “그런 회의가 있었나요. 뭘 발표했지요"”라고 반문했다. 나름 업계의 주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회의 자체를 몰랐던 셈이다. 업계 얘기도 듣지 않고 정책을 결정했다는 의심이 들 대목이다.    
 

총리 주재 국가관광전략회의…업계 "그게 뭡니까?"
뻔한 내용 되풀이…인바운드 대책은 '복붙' 수준
"정부가 지방정부·민간기업이 역할 하려 해"
국무조정실 "첫 회의라 방향만…구체화 할 것"

관심을 끌 만한 내용도 없었다. 문체부 등 정부가 반년 동안 공을 들여 발표한 ‘쉼표가 있는 삶, 사람이 있는 관광’을 모토로 삼은 새 정부의 5개년(2018~2012) 관광진흥기본계획 내용은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이었다. 국내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광교통패스를 도입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비자 완화 검토, 저가상품이 아닌 럭셔리 상품 개발은 수차례 나온 얘기다. 다만 실행이 안 되거나 반응이 미지근했을 뿐이다. 특히 여행시장 다변화와 동남아 대상 비자 완화 검토 등 인바운드(외국인 대상 국내관광 서비스) 대책은 지난 3월 한한령(限韓令) 이후 문체부 주도로 발표한 ‘범정부 관광시장 활성화 방안’과 ‘복붙(복사해서 붙이기)’ 수준이다. 새로운 게 있다면 문화재청과 협의해 창덕궁 인정전 등 미공개 유적지 등을 개방한다는 내용 정도다.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첫 회의라 큰 방향 위주로 논의됐다”며 “부처 간 협업을 통해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국가관광전략회의가 내놓은 전략치고는 ‘격이 맞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총리 주재의 국가전략회의라면 정책 거버넌스를 다뤄야 한다”며 “어제 발표한 내용은 전략이 아니라 전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광정책의 3박자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산업이다. 정부는 거버넌스를 통해 방향성을 제시하고, 지자체는 서비스 등 인프라 마련 그리고 미시경제인 상품 개발은 기업이 해야 한다. 정부가 지방정부·기업이 할 일을 하고 있으니 지방정부는 할 게 없고, 상품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 국가관광전략회의의 산파는 관광업계다. 업계는 줄곧 아베 일본 총리가 직접 주재하는 ‘관광입국 추진 각료회의’처럼 대통령 직속의 관광컨트롤타워를 원했다. 비록 총리실 산하로 내려오긴 했지만, 업계는 정부 차원의 전략회의를 기대를 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첫 회의 내용을 받아본 결과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A씨는 “그간 업계가 요구한 내용을 부처별로 종합해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과관광전략회의라면 부처 간 협업을 통해 보다 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격에 맞다. 이를테면 시장 다변화를 위한 동남아 비자 완화 등이다. 하지만 불법체류자 증가 등 부작용을 우려한 나머지 ‘검토 중’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문체부·법무부 등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이 교수는 “이낙연 총리가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총대를 멘 것은 손뼉을 쳐줄 만 하다”면서도 “대책만 논의할 게 아니라 총리 훈령이나 규칙을 통해 법제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말했다. 또 “지방정부와 기업의 의견을 듣는 데 그쳐선 안 되고, 전략회의 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주문이 언제쯤 충족될까.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두 번째 회의 날짜는 미정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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