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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 유서, 디어클라우드 나인이 전한 사연

중앙일보 2017.12.19 13:53
샤이니 종현과 디어클라우드 나인이 함께 찍은 사진. [사진 나인 인스타그램]

샤이니 종현과 디어클라우드 나인이 함께 찍은 사진. [사진 나인 인스타그램]

19일 오전 그룹 디어클라우드 멤버 나인이 샤이니 종현(김종현·27)에게 부탁받은 유서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그가 종현의 유서를 게재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이날 스포츠조선 보도에 따르면 나인은 종현이 솔로 콘서트 무대에 오르기 이틀 전 해당 유서를 전해 받았다고 한다. 종현의 솔로 콘서트는 지난 9일에서 10일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종현은 유서를 전달하면서 “힘들다. 마음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인은 일단 “이상한 생각하지 말라”며 종현을 타이른 후 소속사 대표에게 상의했다.
 
두 사람은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 10일 콘서트에 찾아가 종현의 가족에게 직접 유서를 보여주고 상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인의 소속사 대표는 “종현 군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안 계셨고, 팀 안에서도 형인 터라 아버지처럼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며 “쉽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인은 종현이 MBC 라디오 ‘푸른 밤, 종현입니다’ 진행을 맡을 당시 고정 패널로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다. 그는 종현이 자리를 비워야 할 때면 특별 DJ를 맡는 등 친분을 이어왔다. 올해 4월 종현의 DJ 마지막 방송 때는 깜짝 음성 메시지를 보내 “그냥 방송국에서 만나는 타인처럼이 아닌 늘 나를 사람답게 대해줘서 너무 고마워. 아프지 마, 안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종현은 전날 오후 6시 10분쯤 서울의 한 레지던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종현이 발견된 레지던스에서 갈탄과 번개탄으로 보이는 물체가 탄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보고 경위를 수사 중이다.
 
다음은 나인이 올린 종현 유서 전문이다.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차리라고 소리쳐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어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건 누구인지 물었다.
너뿐이야.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  
도망치고 싶은거라 했다.  
맞아. 난 도망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
거기 누구냐고 물었다. 나라고 했다. 또 나라고 했다. 그리고 또 나라고했다.
왜 자꾸만 기억을 잃냐 했다. 성격 탓이란다. 그렇군요. 결국엔 다 내탓이군요.
눈치채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몰랐다. 날 만난적 없으니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게 당연해.
왜 사느냐 물었다. 그냥. 그냥. 다들 그냥 산단다.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들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
통증은 통증일 뿐이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맺게 해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말이 듣고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성격을 탓할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번 물어봐도 날위해서는 아니다. 널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돼는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이겨낼 수있는건 흉터로 남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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