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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규직 시켜줄게" 해놓고, 1년 뒤 계약해지 '갑질논란'

중앙일보 2017.12.19 13:04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프리랜서 공정식

"퇴근했는데 내가 지갑을 들고 오지 않았네. 내 자리에서 지갑 좀 가지고 와."(2017년 7월 10일 오후 7시반)
"내가 D 회사에 입사 지원을 할 건데 시간이 없으니 내 지원서를 대신 제출하고 오도록 해."(2016년 10월) 

2014년 4월 개소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계약직 청년들에게 업무 외 허드렛일 시키며
"1년 뒤 정규직 전환될 거니 걱정 말라"
근무평정결과 알리지 않고 돌연 계약 해지

"내 아이디로 접속해서 결재 업무 좀 대신해." 
 
박근혜 정부가 3년 전 만든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채용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계약직 사회초년생들에게 "정규직 전환을 시켜줄 테니 믿고 일하라"며 개인 업무나 잡일을 시키고 1년 뒤 계약을 돌연 해지한 것이다. 특히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구시 청년 일자리 창출과 창업지원을 위해 만든 센터여서 더욱 비판이 거세다.

 
20·30대 청년 6명은 지난 6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대구시 등에 부당 해고 구제를 신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지역의 일자리 창출 역할을 하는 센터에서 청년들의 희망을 농락했다는 것이다. 장인성(27)씨는 "입사 오리엔테이션때부터 근무 내내 정규직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기에 다들 모든 수모를 참으며 일했지만, 결국 희망고문이었다"고 했다.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난해 10월 낸 채용 공고. [사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난해 10월 낸 채용 공고. [사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1월, 2월 세 차례 계약직 채용공고를 내 10명을 채용했다. 공고에는 모두 '계약직 채용 1년 후 근무평정 결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 가능'이라고 적시돼 있었다. 
 
지난해 12월 초 열린 12월 입사자 대상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김선일 전 센터장은 "여러분은 정규직 정원이며 큰 문제가 없는 한 계속 근무할 인원들"이라며 격려하기도 했다. 당시 창업지원팀장은 "1년 계약조건(지난해 12월 5일~올 12월 4일)은 큰 문제가 없는 인원을 뽑기 위한 검증 시간이며 여러분이 큰 문제가 없는 한 정규직 전환이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말했다. 이후 계약 기간 1년 동안 정규직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라는 식의 이야기를 언급했다는 게 청년들의 설명이다.
 
진정서에 따르면 이들은 1년간 본연의 업무 외 센터장, 팀장 등 상사의 개인적인 일까지 도맡아 했다. 특히 올해 6월 선임된 연규황 센터장의 경우 업무시간에 "본인이 이사할 오피스텔에 같이 가자" "어딜 가야 하니 운전 좀 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학생 인턴에게는 "서문시장에서 단추를 사와라" "건강식품을 사와라" "시곗줄을 고쳐와라"는 등 사소한 잡무도 시켰다. 
 
장씨는 "그동안 이해할 수 없는 잡무가 많았지만, 다들 정규직이 될 거라고 믿고 참았다"고 말했다.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

하지만 공고와는 달리 총 10명의 계약직 중 정규직 전환은 한 명도 되지 않았다. 근무평정 결과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올 11월 정규직 신규채용이 있다며 지원하라고 했다. 센터에서는 "너희보다 3배 더 경험이 많고, 3배 더 검증된 인력이 있으면 그 사람을 뽑겠지만 그런 사람이 없지 않냐"며 신규채용에 지원하면 다 될 거라고 청년들을 회유했다. 하지만 1명 만이 신규채용에 합격했다. 결국 이마저도 희망 고문이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장씨는 "나의 경우 당초 계약직(지난해 9월 입사)으로 있다가 지난해 10월 회사의 정규직 전환 조건이 걸린 계약직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그런데 다시 올해 정규직 신규채용에 지원하고 떨어지면서 충격을 받았다. 해결방법이 없으니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센터 측은 계약직들에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어쩔 수 없다"고만 했다. 이들은 결국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호소했고, 권 시장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아갈 것을 권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서는 "근로 기대감을 준 건 윤리적 문제이며 근로기준법 위배된 사항이 아니다"는 답변을 받았다. 계약직 공고이기에 계약 기간이 끝난 문제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에서 문의하자 센터 측에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을 회피했다. 다만 본인의 갑질 논란에 대해 연규황 센터장은 "제가 (잡무를) 시킨 건 맞다. 하지만 본인이 기꺼이 해주겠다고 한 일인데 이렇게 말하니 당황스럽다. 또 해당 계약직 공고는 제가 센터장으로 있기 전에 나온 공고이며 정규직 전환할 수 있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침산동에 위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구시의 고질적 문제인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업프로그램 등이 운영되는 곳이다. 올해만 국비 41억원, 시비 25억원 등 나라에서 매년 50억~60억원을 지원받는 비영리재단법인이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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