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정위, 작년 ‘전화 회의’로 가습기 살균제 면죄부 줬다.

중앙일보 2017.12.19 12:00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심의 권고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TF(태스크포스) 팀장인 권오승 서울대 명예교수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원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공정위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절차와 내용의 적정성 평가 결과를 밝히고 있다.   이날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TF측은 2016년 심의절차 종료로 의결한 가습기 살균제 표시 광고사건의 처리과정에서 실체적 절차적 측면에서 잘못이 있었다고 판단돼 신속한 재심의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오른쪽부터 이호영 한양대 교수, 강수진 고려대 교수, 권오승 교수, 박태현 강원대 교수. 2017.12.19   je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심의 권고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TF(태스크포스) 팀장인 권오승 서울대 명예교수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원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공정위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절차와 내용의 적정성 평가 결과를 밝히고 있다. 이날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TF측은 2016년 심의절차 종료로 의결한 가습기 살균제 표시 광고사건의 처리과정에서 실체적 절차적 측면에서 잘못이 있었다고 판단돼 신속한 재심의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오른쪽부터 이호영 한양대 교수, 강수진 고려대 교수, 권오승 교수, 박태현 강원대 교수. 2017.12.19 je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정식 회의도 없이 유선 통화만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결정 직전에 나온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에 대한 환경부의 중요 결정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TF, “지난해 공정위의 심의절차 종료 결정 잘못” 결론
“유해성 입증할 자료 적지 않았는데도 소극적 판단”
정식회의 없이 유선통화로 결론 내려
이 때문에 중요한 환경부 연구결과 제대로 논의도 안 돼
“윗선 압력 의혹 입증할 증거는 발견 못해”
김상조, “피해자께 사죄드린다”
공정위, 뒤늦게 애경 등 검찰 고발 검토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태스크포스’(TF)는 2012년과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과정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처리에 일부 잘못이 있었다”고 결론냈다. 공정위원장 출신의 권오승 서울대 명예교수를 팀장으로 하는 TF는 외부 전문가 4인과 공정위 내부 인사 2인으로 구성됐다.  
 
공정위는 2011년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2012년과 2016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제조·판매 업체들을 두 차례 조사했다. 2012년에는 PHMG(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GH(염화 올리고 에톡시에틸 구아니딘)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롯데·글로엔엠·옥시레킷벤키저·홈플러스·버터플라이이펙트·아토오가닉에 대해 검찰 고발이나 과징금 부과, 경고 등 조치를 했다. PHMG/PGH은 인체 유해성이 명백한데도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거나 ‘안전하다’는 등의 허위 광고를 했다는 등의 혐의였다.  
 
하지만 C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애경·이마트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CMIT/MIT와 폐손상 간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TF도 이 부분에 대한 공정위 판단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결론냈다.  
  
문제는 지난해 조사였다. 공정위는 지난해 시민단체 등이 CMIT/MIT 성분 함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SK케미칼과 이를 판매한 애경에 대해 재차 신고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했다.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5년) 종료 시점이 지난해 8월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았다. 공정위는 그러나, 지난해 8월19일 ‘판단 불가’에 해당하는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역시 “CMIT/MIT 성분 함유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근거였다. 이에 따라 공소시효는 결국 종료됐다.  
 
이 과정에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는 게 TF의 판단이다. TF는 먼저 이 때는 2012년과 달리 CMIT/MIT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증명해줄 자료들이 있었는데도 공정위가 소극적 판단을 했다고 봤다. CMIT/MIT가 독성물질에 해당한다고 명시한 미국 환경청 보고서나 SK케미칼이 작성한 내부 자료 등이 그것이다. 환경부도 사실상 CMIT/MIT가 독성물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TF는 “CMIT/MIT 함유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인체 위해 가능성이 존재하는데도 공정위는 인체 위해성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심의절차를 종료했다”며 “이는 표시·광고법의 입법취지와 사회적 기능에 비춰볼 때 법을 너무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공정위가 전원회의(공정위 본부)가 아닌 소회의(서울사무소)에서 판단을 내리도록 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들었다. TF는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처음부터 전원회의가 아닌 소회의에서 논의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며 “전원회의에서 논의했다면 논의 결과와 관계없이 실체적, 절차적 측면에서 공정위 의결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심의종료 결정이 정식 대면회의 없이 내려졌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TF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19일 공정위 소회의 결정은 대면회의가 아닌 유선통화를 통한 심의를 통해 이뤄졌다. 주심위원이 나머지 위원들과 1대1로 통화를 해 결론을 내렸다. 이 때문에 결정 전날인 지난해 8월18일 환경부가 CMIT/MIT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2명을 피해자로 추가 인정했다는 사실과 이와 관련된 환경부의 연구 내용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TF의 판단이다. 
 
공정위 실무진에서는 환경부 결정 내용을 참고자료로 만들어 19일 회의에 제출하려 했지만, 대면회의가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이 자료가 위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TF는 다만, “윗선 외압에 따라 소회의가 심의절차 종결로 의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권오승 TF팀장은 “공정위가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심의절차 종료로 의결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추가적인 조사와 심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공정위에 권고했다. 이에 대해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TF의 조사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피해자께 사죄드린다”며 “(관련자 징계와 시스템 개선 등)관련 조치를 공정위 차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처리 잘못 사과하는 공정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원에서 2016년 심의절차 종료로 의결한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사건의 처리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TF측 발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2017.12.19   je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습기 살균제 처리 잘못 사과하는 공정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원에서 2016년 심의절차 종료로 의결한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사건의 처리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TF측 발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2017.12.19 je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공정위는 정권 교체 이후인 지난 9월 뒤늦게 애경과 SK케미칼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고, 최근 SK케미칼과 애경을 검찰에 고발하는 안을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공정위는 최근 2013년 말까지 이 제품이 팔렸다는 매출기록을 확보해 공소시효가 끝난 것이 아니라 내년 말까지 유효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전원회의는 공정위와 두 회사의 입장을 들은 뒤 고발 여부 등 최종 제재안을 결정하게 된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