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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구조 바꾸니 농가 소득이 절로 상승.. 충남발 농업 혁신

중앙일보 2017.12.19 10:10
 
충남 청양농협 산지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표고버섯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청양지역 표고버섯 재배농민들은 공동선별출하 조직을 만들어 농산물을 공동 판매하고 있다.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센터에 모아 선별한 뒤 대형할인매장 등에 공동 납품한다. 청양=김성태 프리랜서

충남 청양농협 산지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표고버섯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청양지역 표고버섯 재배농민들은 공동선별출하 조직을 만들어 농산물을 공동 판매하고 있다.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센터에 모아 선별한 뒤 대형할인매장 등에 공동 납품한다. 청양=김성태 프리랜서

 

2013년부터 농민에서 소비자까지 6단계 구조를 4단계로 축소
지역별 조직화해 농산물 공동 선별, 포장, 출하 시스템 갖춰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대신 대형 할인매장 등과 직거래
종전보다 농가 소득 10~20%증대, 소포장 단위 출하가능

충남 청양군 대치면에서 올해로 35년째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유선면(61)씨의 소득은 지난해 15% 정도 증가했다. 유씨는 지난해 표고버섯 8t 정도를 생산해 8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연간 매출액이 1200만원가량 많아진 것이다. 유씨를 비롯한 대치·운곡면 일대 150여 표고버섯 재배 농가도 유씨와 사정은 비슷하다.  
이 일대 표고버섯 농가의 소득이 높아진 데는 유통구조 개선이 큰 역할을 했다. 농민들은 종전까지 생산한 표고버섯을 직접 포장해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 직접 내다 팔거나 농산물 수집상에게 넘겼다. 이렇게 넘긴 농산물은 가락동시장에서 중도매인·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에 판매된다.  
충남 청양농협 산시유통센터에서 농협 직원들이 표고버섯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청양=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청양농협 산시유통센터에서 농협 직원들이 표고버섯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청양=프리랜서 김성태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이곳 농민들은 표고버섯을 생산해 청양농협 산지유통센터에 넘긴다. 청양농협 산지유통센터에서는 이 표고버섯을 모아 비슷한 등급의 상품끼리 선별해 포장한다. 포장한 표고버섯은 주로 대형 할인매장에 납품한다. 농민들은 농협에서 생산량만큼 판매대금을 받는다. 농협은 농민들에게 일정액의 유통 수수료를 받는다.  
이렇게 하면 농민➝수집상➝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소매➝소비자 등 6단계이던 유통구조가 농민➝농협유통센터➝소매➝소비자 등 4단계로 축소된다. 유씨는 “농민들이 직접 해오던 농산물 포장과 납품을 농협이 대신해 주기 때문에 유통구조가 단순해져 비용이 적게 들고, 덕분에 제값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2016년 5월 16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안희정 지사(가운데)와 허연수 GS 리테일 대표(안 지사 왼쪽)가 ‘충남농산물 유통 MOU’를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충남도]

2016년 5월 16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안희정 지사(가운데)와 허연수 GS 리테일 대표(안 지사 왼쪽)가 ‘충남농산물 유통 MOU’를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충남도]

충남도의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 정책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지역 농협이 농산물을 수집해 출하하는 이른바 ‘산지 조직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로컬푸드 활성화와 학교급식 지역농산물 공급 확대 등을 해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충남지역 개별농가 출하 비중(84%)이 높아 농산물 수급조절이 어렵고 가격이 폭락하거나 폭등하는 일이 되풀이됐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통구조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2013년 7월 농산물유통과를 신설하고 ‘충남도 농산물 통합마케팅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또 농업인과 농협 직원 등을 상대로 공동선별과 공동출하의 필요성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했다. 공동선별 출하의 실효성을 의심하던 농민과 농협관계자를 모아 지금까지 지역별로 간담회를 32차례 열었다. 교육도 농협별로 수차례 진행했다. 
 '충남오감' 판로 확대를 위해 2016년 10 월 19일 태안군 안면도 리솜오션캐슬에서 개최한 전국 바이어 초청 간담회에서 안희정 지사가 참석자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충남도]

'충남오감' 판로 확대를 위해 2016년 10 월 19일 태안군 안면도 리솜오션캐슬에서 개최한 전국 바이어 초청 간담회에서 안희정 지사가 참석자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충남도]

 
충남도 농산물유통과 서은숙(44) 주무관은 “농민들은 공동 출하를 하면 농협이 수수수료만 떼가고 농산물은 제값도 받지 못하지 않느냐는 불신이 컸고, 농협은 굳이 새로운 일을 할 필요가 있냐며 시큰둥했다”며 “끈질긴 설득과 교육으로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농민 공동선별 조직 70개를 육성했다. 공동선별조직은 지역 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을 중심으로 꾸렸다. 공동선별 조직에는 적어도 20 농가가 참여한다. 공동선별 조직은 농민들이 품목을 출하 시기를 조절하고 균일한 제품 생산을 위해 노력한다. 도는 공동선별 조직에 포장재와 소포장 기계 등을 지원했다.  
2015 년 7월 22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충남도와 롯데슈퍼가 ‘ 유기농산물 공급 · 소비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을 체결했다. 안희정 지사와 최춘석 롯데슈퍼 대표이사(왼쪽), 전양배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오른쪽) 이 참석했다. [사진 충남도]

2015 년 7월 22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충남도와 롯데슈퍼가 ‘ 유기농산물 공급 · 소비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을 체결했다. 안희정 지사와 최춘석 롯데슈퍼 대표이사(왼쪽), 전양배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오른쪽) 이 참석했다. [사진 충남도]

 
이와 함께 충남도는 농산물 공동 브랜드인 ‘충남오감’을 개발했다. ‘신선함, 맛, 향, 촉감, 시각 등 소비자의 오감을 사로잡자는 의미에서 ‘충남오감’으로 정했다. 2014년 1월부터 깻잎, 고구마, 감자, 표고버섯, 토마토, 포도, 양송이, 상추 등 20여 가지 농산물을 이 브랜드로 팔았다. 충남도 이인범 농산물유통과장은 “공동브랜드는 충남도가 농산물의 품질을 보증한다는 의미가 있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거래처로 대형 할인매장을 개척했다. 2015년에는 이마트에, 지난해에는 홈플러스와 GS리테일, 올해는 롯데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에 충남 농산물을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충남 홍성군의 한 로컬푸드 매장. 충남도는 농산물 유통혁신을 위해 로컬푸드 매장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충남 홍성군의 한 로컬푸드 매장. 충남도는 농산물 유통혁신을 위해 로컬푸드 매장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이 같은 노력으로 통합유통으로 출하되는 충남 농산물 비중은 2003년 2.4%(총생산액 2조3000억 가운데 554억원)에서 올해 13%(3000억원)로 6배 가까이 높아졌다. 통합 유통되는 농산물 가운데 30% 정도는 대형할인매장으로, 나머지 70%는 서울 가락동시장이나 지역 소규모 농산물 유통센터로 출하된다.
유통구조 개선은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졌다. 서은숙 주무관은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통합 유통에 참여한 농가는 적어도 종전보다 10%에서 20%까지 소득이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충남 금산군 추부면 농협에서 주민들이 수확한 깻잎을 포장작업하고 있다. [중앙포토]

충남 금산군 추부면 농협에서 주민들이 수확한 깻잎을 포장작업하고 있다. [중앙포토]

 
깻잎 주산지인 금산 만인산농협의 경우 공동선별 조직에 참여한 농민이 2014년 75 농가에서 올해 158 농가로 2배 증가했다. 이들 농가의 매출액은 2014년 51억5000만원에서 올해 14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깻잎을 재배하는 농민 황한용(62·금산군 추부면 마전리)씨는 “농민이 도매시장에 직접 출하할 때보다 훨씬 유통과정이 편해졌고 소득은 20%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깻잎과 쌈채류 등을 재배해 연간 1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충남도 허승욱 정무부지사는 “공동선별 조직을 더욱 확대해 2022년까지 22.3%(5139억원)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는 농업인이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고 지역에서 직접 파는 로컬푸드 직매장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도내 직매장은 2013년 5곳에서 올해 12개 시·군 37곳으로 늘었다. 농협과 농민들이 협의 과정을 거쳐 운영하며, 대부분 농협 하나로마트에 매장을 열고 있다.
이들 매장 매출액은 2013년 8억 7700만원에서 지난해 326억 4400만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4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도는 로컬푸드 매장별로 특성에 맞게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직매장 활성화를 위해 현장간담회, 정기 운영점검과 워크숍을 열어 농민들의 소통과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 신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식판에 음식을 받고 있다. [사진 충남도]

충남 천안시 신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식판에 음식을 받고 있다. [사진 충남도]

 
충남도는 학교급식에도 충남지역 농산물 유통을 확대하고 있다. 당진 등 도내 8곳에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만들었다. 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구입해 학교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학교급식지원센터를 거쳐 공급된 농산물은 6466t에 이른다. 안희정 지사는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은 3농 혁신의 하나”라며 “농가에는 소득을 높이고 소비자들은 지역의 값싸고 질 좋은 농산물을 살 수 있게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3농 혁신은 안희정 충남지사의 핵심 사업이다. 3농은 농어업·농어촌·농어민을 뜻한다. 친환경·고품질 농산물 생산, 지역 식품(local food) 소비 체계 구축, 도농 교류 활성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홍성=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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