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한TV속의 삶 이야기] 북한 자력갱생의 본보기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

중앙일보 2017.12.19 07:00
내년 3월 이후 대북 제재 등으로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은 대응 전략으로 자력갱생을 부각하고 있다. 
 

화물자동차 생산하는 기업
자력갱생 열병식을 여는 등 제재에 대응
김정은, 기업소 시찰 후 생선 선물 하사

실제 주력 생산은 북·중 합작회사가 맡아
연료·부속품 구입난을 해결하지 않고
신형 트럭 생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노동신문은 지난 7일 ‘오늘의 자력갱생 대진군은 열혈의 투사들을 부른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5t급 새 형의 화물자동차 생산목표를 달성한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 일꾼들과 노동계급”을 언급하며 “자력갱생이 안아온 자랑찬 결실”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신문은 “자력자강의 정신을 가져야 그 어떤 시련과 난관도 뚫고 나갈 수 있으며 최악의 조건에서도 최상의 성과를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전날(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신형 트랙터와 화물자동차 진출식은 자력갱생 열병식”이라며 “자력자강을 생명으로 간직한 사람만이 사회주의 대진군가 선율에 심장의 박동을 맞출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지난 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신형트랙터와 화물자동차 진출식을 ‘자력갱생 열병식’이라고 강조했다. 진출식에 참가한 ‘승리’트럭 운전사.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노동신문은 지난 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신형트랙터와 화물자동차 진출식을 ‘자력갱생 열병식’이라고 강조했다. 진출식에 참가한 ‘승리’트럭 운전사.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북한이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본보기로 내세우며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은 이 기업소를 통해 대북제재에 따른 주민들의 동요를 차단하고 경제 회생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자동차공업의 중추 기지인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는 어려운 시기마다 강조되는 자력갱생 선전의 대표로 손꼽는 기업소다.  
 
평안남도 덕천시에 위치한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는 종전에 ‘남뫼산’으로 불리던 산세가 기묘한 산기슭에 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50년 10월 이곳 지형을 탐낸 김일성이 현지를 찾아 자동차공장 설립을 지시하며 “그래야 전쟁의 승리를 앞당길 수 있고 복구건설사업도 자체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듬해 5월 “군인들의 승리 위훈을 본받으라”며 ‘남뫼산’을 ‘승리산’으로 부르도록 했다.
 
북한은 김일성이 58년 “우리의 자재·기술·손으로 화물자동차를 만들라”며 자력갱생 요구대로 첫 트럭 ‘승리-58’(2.5t급)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곳 노동자들을 ‘승리산의 용사’라고 추켜세우며 ‘덕천자동차공장’에서 ‘승리자동차공장’으로 개칭하도록 했다. 김일성은 이 공장을 19차례 방문하며 ‘자립적 경제건설’을 시도했다.  
 
90년대 북한은 사회주의 해체와 김일성 사망·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동유럽 여러 사회주의 나라들의 ‘개혁’·‘개방’속에 사회주의가 붕괴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은 정권을 고수하고 경제난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이 공장을 찾았다. 아울러 2009년 3월을 비롯해 9차례에 걸쳐 이 기업소를 찾은 김정일은 “자력자강의 억센 동력으로 자동차 생산을 현대화할 것”을 강조했다.  
 
핵·미사일 위협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를 의식한 김정은은 지난 1월 이 공장에 신형차 생산을 지시하며 “자력갱생의 기치를 높이 들고 무에서 유를 창조할 것”을 호소했다. 지난 11월 이 기업소를 찾은 김정은은 제작된 트럭들을 보며 “적대계급들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아보려고 발악할수록 우리의 자력갱생 정신력은 더욱더 강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북소식통은 15일 “김정은이 최근 공장을 시찰한 후 노동자들에게 생선을 선물로 주며 자력갱생의 본보기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이 기업소의 주력은 평양 덕중자동차합작회사”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 합작회사는 2013년 6월에 설립돼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 구내에 연건평 3천여m²의 트럭조립직장을 갖추고 있으며 파트너인 중국 측은 투자만 하고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설명했다. 또한 그는 “중국에서 생산라인을 들여온 이 합작회사는 ‘승리’라는 상표를 가진 10여종의 트럭들을 조립하여 국내시장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덕중자동차합작회사는 2013년 6월 설립돼 '승리'라는 상표로 10여종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

평양덕중자동차합작회사는 2013년 6월 설립돼 '승리'라는 상표로 10여종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

 
북한 경제기관에서 근무한 고위탈북민 박모씨는 “김정은이 자력갱생으로 만든 현대적인 트럭이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연료난이 심각한 북한에서 ‘승리-58’자동차는 지금도 대부분 목탄차로 개조돼 북한 전역을 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목탄차는 연소통에 나무·석탄 등을 넣어 태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산화탄소 가스로 동력을 얻어 달리는 차량이다. 목탄차는 연소통이 열려 있어 외부로 새는 가스가 많아 에너지 효율도 떨어지고 오르막길도 오르기 힘들다.  
 
박씨는 “북한 운수 관련 기관들과 업자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트럭은 성능이 뛰어나고 차 부속품 구매도 쉬운 중국의 시노트럭”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노트럭은 2014년 9월 평양에서 열린 가을철국제상품전람회에 출품해 호평을 받았다.  
 
박씨는 “북한이 대북제재 극복 방안을 자력갱생에서 찾고 있지만, 연료·부속품 구입난을 해결하지 않고 국제적 고립 속에 일회성·전시성으로 신형트럭을 제작하는 것만으로는 수송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 구내에 세워진 ‘자력갱생’구호와 기동예술선전대원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 구내에 세워진 ‘자력갱생’구호와 기동예술선전대원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