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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민주당 대표실 점거 … 집권당에 날아온 ‘촛불 청구서’

중앙일보 2017.12.19 01:42 종합 6면 지면보기
수배 중인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이 18일 오후 기습 점거한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대표실에서 구속노동자 석방 및 수배 해제 등을 요구하며 창가에 현수막을 내건 채 밖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배 중인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이 18일 오후 기습 점거한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대표실에서 구속노동자 석방 및 수배 해제 등을 요구하며 창가에 현수막을 내건 채 밖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의 여의도당사 당 대표실이 민주노총 수배 노동자들에 의해 점거됐다. 노동계와 가까운 민주당으로선 곤혹스러운 처지다.
 

수배 중인 사무총장 등 노동자 4명
한상균 위원장 석방 등 요구 농성
여당 “기물 파손 안 하면 신고 안해”

민주당과 민주노총 양측에 따르면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관계자 4명은 이날 오전 9시쯤 민주당사에 ‘잠입’했다. 이어 9층 당 대표실을 점거한 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 구속 중인 노동자의 석방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 ▶‘정치 수배’ 해제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들 중 이영주 사무총장은 서울 도심 불법·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2년 넘게 수배 중이다. 같은 혐의를 받은 한 위원장은 체포 후 재판에 넘겨져 지난 5월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민주노총은 당사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다.
 
민주당은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힘을 보탰던 노동계의 ‘촛불 청구서’일 수 있다고 여겨서다. 당 관계자는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정권교체 지분을 요구하며 정부여당에 왜 요구를 들어주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요구를 들어주기도 어렵다. 한상균 위원장 등의 사면을 두곤 청와대에서 “계획된 바 없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을 두곤 민주당이 청와대와 노동계 사이에 끼인 상황이다. 청와대에선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연내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려면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22일에는 처리돼야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한 당직자는 “일단 내년으로 넘어가면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고, 노동계와 정부여당 간 절충점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제 퇴거도 곤란하다. 또 다른 당직자는 “농성 중인 사람들이 기물을 때려부수는 등 사건사고만 내지 않는다면 경찰에 신고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애 의원은 “정부여당은 이런 목소리에 당연히 귀 기울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점거농성 건을 안건으로 보고하고 대응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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