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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혼케’ 덕분에 혼자도 좋은 크리스마스

중앙일보 2017.12.19 01:13 종합 20면 지면보기
크리스마스 파티에 빠지면 안 되는 아이템이 케이크다. 굳이 성대한 파티가 아니더라도, 또 테이블 가득 음식을 차리지 않더라도 케이크 하나만으로 제법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12월은 1년 중 케이크 판매량이 가장 많다. 파리바게뜨의 12월 케이크 매출은 다른 달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이 때문에 12월엔 새로운 케이크가 연일 쏟아진다. 프랜차이즈 빵집부터 카페, 특급 호텔, 윈도베이커리(제조·판매를 동시에 하는 동네 빵집), 대형마트까지 개성을 담은 케이크로 승부를 건다.
 

10~15㎝ 미니 케이크 쏟아져
가격 부담 적어 디저트로 즐겨
함께 먹으며 사진 찍기도 좋아

모양도 디자인도 맛도 모두 다르지만 이번 시즌 크리스마스 케이크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이즈다. 작아졌다. 최근 가장 잘 팔리는 건 지름 15㎝ 내외로 많아야 2~3명 먹을 수 있는 1호 사이즈다.
 
더 메나쥬리 ‘레인보우 케이크’.

더 메나쥬리 ‘레인보우 케이크’.

가장 작은 1호 사이즈는 전에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대세라 해도 좋을 만큼 가짓수도 늘고 판매량도 많늘었다. 가령 눈사람 모양의 스펀지 케이크에 생크림과 딸기를 넣고 점등 장식을 얹은 ‘샤이닝 스노우맨’ 등을 선보인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4종뿐이었던 1호 사이즈를 6종으로 늘렸다. 더 메나쥬리는 15종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내놨는데 이 중에서 파스텔톤 케이크 시트 사이에 달콤한 생크림을 넣어 쌓은 ‘레인보우 케이크’(1호)가 가장 인기다. 에릭케제르의 크리스마스용 10종 케이크 가운데서도 작은 브라우니(초콜릿 케이크)를 쌓아 올린 지름 16㎝ 크기의 ‘몽상 누아’ 매출이 가장 높다.
 
2017년 크리스마스엔 1인용 작은 케이크가 인기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욜로 크리스마스 케이크’. [사진 각 업체]

2017년 크리스마스엔 1인용 작은 케이크가 인기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욜로 크리스마스 케이크’. [사진 각 업체]

크고 화려한 케이크에 집중하던 특급 호텔도 달라졌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은 올해 처음으로 1인용 케이크 ‘욜로 크리스마스 케이크’ 3종을 출시했다. 가로 21㎝, 세로 10㎝, 높이 8㎝의 직사각형 형태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오너먼트 케이크’. [사진 각 업체]

포시즌스 호텔 서울 ‘오너먼트 케이크’. [사진 각 업체]

최근엔 1호보다 더 작은 지름 10㎝ 내외의 미니 사이즈 케이크도 눈에 많이 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올해 호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한 방울 모양의 오너먼트를 본떠 만든 ‘오너먼트 케이크’를 내놨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도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든 빨간 박스에 티라미수를 넣어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처럼 연출한 ‘크리스마스 시크릿 박스 케이크’를 판매한다. 지름이 8㎝로 성인 주먹보다 조금 크다.
 
우나스 ‘몽블랑’. [사진 각 업체]

우나스 ‘몽블랑’. [사진 각 업체]

윈도베이커리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논현동 디저트 카페 ‘우나스’는 홀사이즈(보통 케이크 크기) 케이크를 판매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엔 산타클로스 모자 모양의 ‘몽블랑’ 등 미니 사이즈 케이크만 준비했다.
 
업계에서는 1인 가구의 증가가 케이크 트렌드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바게뜨 마케팅본부 권난기 케이크팀장(부장)은 “1인 가구 증가가 크리스마스 케이크 크기와 디자인에 영향을 끼쳤다”며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작은 1호 케이크가 크리스마스용으로 쏟아져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큰 케이크는 1인 가구가 아니더라도 2~3인 소가족에게도 부담스럽다. 혼자 사는 직장인 이민주(35·서울 여의도)씨는 “커다란 케이크를 사면 한 번 먹고는 며칠 후 음식물쓰레기로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과거엔 케이크가 특별한 날을 여러 사람과 함께 기념하기 위해 쓰였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디저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커피나 차와 함께 먹는 일상 속 아이템으로 자리했다. 이 때문에 양은 중요하지 않다. 부부 또는 자녀가 한 명인 2~3인 가구도 작은 케이크 하나면 충분한 이유다. 먹기 위한 게 아니라 분위기를 돋우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작은 빵집이 맛있다』의 저자이자 음식 콘텐트 기획자 김혜준씨는 “요즘은 케이크가 초를 꽂고 불을 끄며 기분을 내거나 이를 기념한 사진을 찍기 위한 수단”이라며 “이 때문에 미니 또는 1호 사이즈가 가장 인기”라고 설명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양몽주 그랜드 델리 지배인도 “최근 작은 사이즈의 케이크를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케이크가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기분 전환이나 분위기를 돋워줄 수 있는 아이템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래머블 시대. 케이크도 많이 찍힐수록 잘 팔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특히 사진을 기반으로 한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에 올리려면 케이크도 사진발을 잘 받아야 한다. 이때 디자인만큼 중요한 게 사이즈다. 사이즈가 크면 사진 찍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베이커리 셰프 라인하르트 라크너는 “인스타에서 유행하는 항공샷(위에서 촬영한 각도)은 케이크가 작아야 한 화면에 담기 편리하고 사진도 예쁘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테이블 위의 다른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김철순 신세계푸드 베이커리지원팀장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먹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해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때 케이크가 너무 크면 테이블 위 다른 음식과 균형을 이루지 못해 사진이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매년 케이크의 주재료인 달걀·생크림·버터 가격이 크게 오르는데 이전과 같은 크기로 만들면 판매자뿐 아니라 고객에게도 부담스럽다. 작은 사이즈는 판매자와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인 셈이다. 남호영 우나스 대표는 “홀케이크처럼 커다란 케이크는 아무리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해도 4만원이 넘는 등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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