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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미세한 떨림, 한국 전통춤 매력 아닐까요

중앙일보 2017.12.19 01:00 종합 27면 지면보기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향연’. 장구춤 장면이다. 연출가 정구호는 ’전통춤의 기본적인 특징들을 모아 정리했다“고 말했다. [사진 국립극장]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향연’. 장구춤 장면이다. 연출가 정구호는 ’전통춤의 기본적인 특징들을 모아 정리했다“고 말했다. [사진 국립극장]

국립무용단의 전통무용 공연 ‘향연’이 4연속 매진 기록을 세웠다. 2015년 12월 초연부터 2016년 4월, 올해 2월에 이어 이달 14∼17일 공연까지 모든 객석이 꽉 찼다. 그동안 총 관객수는 1만7410명. 이 중 20∼30대 젊은 관객의 비중이 60%(국립극장 홈페이지 예매자 기준)가 넘는다. 한국춤 장르에서 이례적인 흥행기록을 세운 ‘향연’의 연출가 정구호(53·사진)씨를 만났다. “기쁘다”는 소감으로 말문을 연 그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이렇게 현대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전통의 특징을 곧이곧대로 살려 더 전통적인 것이 더 현대적이라는 걸 표현했다”고 말했다.
 

‘향연’ 연출가 정구호 패션 디자이너
2015년 초연부터 4연속 매진 행렬
20∼30대 관객 비중 60% 이례적
“영화 ‘스캔들’ 때 전통문화에 빠져”

흥행 비결을 꼽는다면.
“한국무용이 아름답고 멋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요즘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새로운 비주얼 요소를 더했다.”
 
정구호 연출 [사진 국립극장]

정구호 연출 [사진 국립극장]

‘향연’은 궁중무용과 바라춤·살풀이·한량무·소고춤·신태평무 등 한국 전통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은 작품이다. 국빈 방문 등 국가 주요 행사의 단골 공연 아이템이었던 ‘코리아 판타지’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구성했다. 정씨는 “2013년부터 혼자 ‘코리아 판타지’ 업데이트 작업을 시작했다. ‘요즘 버전’으로 다시 만들어 국립무용단에 제안했지만 비용 문제로 바로 채택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5년 갑자기 예산이 생겨 기회가 왔다”고 설명했다. 패션디자이너로 여성복 브랜드 ‘구호’를 만들었던 정씨는 2013년 제일모직 전무 자리에서 물러난 뒤 국립무용단 작업에 발을 담궜다. ‘단’ ‘묵향’ ‘향연’에 이어 올해 초연한 ‘춘상’까지 그동안 국립무용단의 네 작품을 연출했다.
 
‘향연’은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춤사위보다 의상과 무대가 훨씬 도드라져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뭐가 먼저 보여지든 관객에게 각인되는 요소가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향연’의 기본은 무용이다. 나는 무대와 의상을 정할 때 그 무용이 가장 잘 보여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관객들이 처음에 비주얼에 이끌려 ‘향연’을 본다 하더라도 결국엔 손동작 등 무용수의 움직임에 빠져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향연’의 의상에 대해 “전통공연 본래의 형태를 그대로 살렸다”고 말했다. 또 “원래 우리나라 전통공연에선 몸동작이 드러나는 옷을 입지 않았다. 옷 속에서 보여지는 약간의 미동을 보는 게 한국 전통무용이다. 몸을 감싸고 있는 옷의 미세한 떨림을 더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오방색을 한꺼번에 사용하지 않고 하나씩 썼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용 작품을 계속 연출하는 이유는.
“2003년 영화 ‘스캔들’의 의상 및 소품 등을 맡아 작업하면서 우리 전통문화에 매료됐다. 너무나 아름답고 깊이가 굉장했다. 하지만 한국무용이 보여지는 방식은 조금 아쉬웠다. 어떻게 남기느냐에 따라 충분히 세계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디어를 짜기 시작했다.”
 
올 8월엔 국립오페라단의 야외 오페라 ‘동백꽃아가씨’를 연출했다. 2015년부터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을 맡고 있고, 전통가구 전시회 ‘백골동-조선 반닫이와 장’도 현재 진행 중이다. 이렇게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한 영감은 어디서 얻나.
“첫 미팅 과정에서 바로 생각이 난다. 5초, 10초 안에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시간이 더 흘러도 생각이 안 난다. 요즘엔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혼자 하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영화 연출도 하고 싶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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