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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숙면 돕고 자율차로 출근 … 8년 뒤엔 일상

중앙일보 2017.12.19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정형외과 의사 신미래씨는 인공지능 개인비서의 음악소리로 잠이 들고 알람에 눈을 떴다. 인공지능 개인비서는 신경망 반도체와 결합해 음성 인식률이 크게 향상됐다. 창문을 여니 상쾌한 아침 공기가 가득 들어온다. 자동차는 대부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로 바뀌고, 건물에 친환경 시스템이 적용돼 공해 배출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쌀쌀함을 느끼고 바로 창문을 닫았다. 집 외벽에 설치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고효율 단열재와 친환경 소재,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된 미래씨의 집은 금세 적정 온도를 되찾아준다. 아침은 스마트 팜에서 재배된 신선한 야채와 식품 살균 시스템으로 관리된 우유와 닭고기로 해결했다. 집을 나섰다. 출근길엔 운전대를 잡을 필요도 없고 교통 체증도 없다. 자율주행차량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인 교통 운영 관리 시스템과 연동된 덕분이다. 출근 후 첫 일은 헬스케어 디바이스를 통해 지난밤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일이다. 개인 맞춤형 신약과 바늘 없는 주사기가 등장해 환자의 부작용과 고통은 대폭 줄었다.’
 

공학한림원, 미래 100대 기술 선정
스마트팜서 재배된 야채로 아침
바늘 없는 주사기 환자 고통 줄여

수소분리·AI 반도체 등 연구 선도
박종혁·유승주 교수 포함 238명
미래 기술 개발한 차세대 주역 꼽아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볼 법한 20~30년 뒤의 미래가 아니다. 한국공학한림원이 18일 선정, 발표한 ‘미래 100대 기술’이 상용화할 경우를 가정한 불과 7년 뒤 2025년의 모습이다. 공학한림원은 이런 미래 기술과 함께 차세대 주역(238명)을 선정하고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시상식을 한다.
 
권오경 회장은 “‘미래 100대 기술과 주역’ 선정은 차세대 젊은 엔지니어를 발굴해 격려하고 산업기술을 통한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새 정부 출범 전후로 미래 기술과 주역을 발표해 새 정부가 국정과제의 밑그림을 그리거나 R&D 투자 방향에 참고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래 100대 기술을 이끌어 갈 주역들은 대부분 30~40대의 젊은 과학자들이다. 고효율 태양전지 기술에 선정된 서장원(42)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차세대 태양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실리콘 계열 태양전지보다 값이 싸고, 설치가 쉬운 장점에도 효율과 내구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서 연구원의 기술은 현재 실리콘 태양전지와 맞먹는 22.7%의 세계 최고 효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간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 공식 인증 기록을 다섯 번째 경신하고 있다.
 
박종혁(41)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궁극의 친환경에너지라 불리는 수소 경제시대를 견인하는 과학자다. 일반적으로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해야 얻을 수 있지만, 박 교수는 광전기화학셀을 사용해 전기 없이도 햇빛만으로 물에서 수소를 분리해낼 수 있다. 박 교수는 “현재 8% 수준인 효율을 향후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인 1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승주(48)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을 인정받았다.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대변되는 인공지능은 통상, 아주 많은 병렬 계산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존 컴퓨터를 이용하면 처리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유 교수가 설계한 인공지능 반도체는 저전력으로도 초대규모의 병렬 연산을 할 수 있으며, 메모리의 대역 폭과 용량 또한 극대화할 수 있다. 238명의 주역을 기관별로 분류해 보면 대학이 78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대기업 76명, 정부 출연 연구소를 포함한 공공기관 65명, 중소·중견기업 19명 순이었다. 기업 중에서는 삼성그룹 출신들이 단연 돋보였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융·복합 소재, 통신 등의 분야에서 29명의 미래 주역을 배출했다. LG그룹에서는 전자·디스플레이·화학을 중심으로 18명이, 포스코그룹에서 7명이 뽑혔다.
 
“실현 가능성 큰 만큼 기술 부작용도 고려를” 

2025년 산업별 미래 100대 기술과 주역

2025년 산업별 미래 100대 기술과 주역

이어서 SK그룹 6명,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각각 4명으로 뒤를 이었다. 유진로봇·뉴로메카·루닛·루멘스 등 유망 중소기업에서도 차세대 주역을 배출했다.
 
공학한림원의 100대 기술은 국내 민간 기업들이 미래 유망 기술 발굴을 위해 어떤 분야에 주목하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미래 기술 선정이라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기존 국내 유망 기술의 경우, 주로 학계나 연구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선정했다. 그러다 보니 기업 관점의 시장 진출 가능성보다는 기술적 잠재력과 가능성·성장성 등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공학한림원은 국내 기업 회원사들을 통해 기업 관점의 신사업 진출 가능성과 해당 분야 주역 확보를 통한 향후 지속적인 기술개발, 그리고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00대 기술을 발굴·선정했다.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 속도와 시장과 사회적 수용성을 감안할 때 충분히 현실성이 있는 내용들”이라며 “다만 제시된 기술들이 가져올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기술적 오·남용과 인간의 제어 불능 등의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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