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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日 원폭 피해자에 종이학 보낸 사연

중앙일보 2017.12.19 00:30 종합 25면 지면보기
팀 라이트(왼쪽.201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틸먼 러프(198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김춘식 기자

팀 라이트(왼쪽.201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틸먼 러프(198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김춘식 기자

 
올해 노벨평화상은 핵무기 반대단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에 돌아갔다. 올해 유엔이 핵무기 전면폐기 및 개발금지 등이 골자인 핵무기금지협약을 채택한 데 기여한 공로였다. 기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대체할 이 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현재 122개국으로 크게 늘었다. 휴전 중인 한국과 북한, 일본은 가입 국가가 아니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팀 라이트 국장 방한
고성 비무장지대 방문, 성화봉송, 평화 강연

 
이달 10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 단체의 팀 라이트(32)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최근 3박4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서다. 1985년 노벨평화상 수상 단체인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IPPNW) 공동대표 틸먼 러프와 함께였다. 이들은 19일 강원 고성 비무장지대에 들른 뒤, 충북 청주 성화 봉송에도 참여한다. 라이트는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강연도 한다.
 
지난 10일 노르웨이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한 뒤 상을 들어 보이는 팀 라이트 ICAN 국장. [팀 라이트 제공]

지난 10일 노르웨이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한 뒤 상을 들어 보이는 팀 라이트 ICAN 국장. [팀 라이트 제공]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비도덕적인 수단인 핵무기 때문에 세계가 중대한 위기에 놓였다”며 “내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 국민들에게 평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방한했다”고 말했다.
호주 출생으로 첫 방한이라는 라이트는 “핵 무기는 위협적이고, 언제든 통제 불능에 빠질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해외 지도자가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핵을 완전히 없애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조약 가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화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제스처는 바로 (비핵화를 위한) 대화”라며 “핵 무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단일 원칙과 접근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라이트는 한국 정부를 조약에 가입시키기 위한 고충도 토로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는 조약 가입을 위한 협상을 올해 초부터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조약 가입 의사를 보이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아무래도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어 조약 가입을 망설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가입까지 못하는 건 아니다. (가입을 위한) 길은 여전히 열려있다”며 낙관했다.
 
UN 회의장에서의 팀 라이트. [팀 라이트 제공]

UN 회의장에서의 팀 라이트. [팀 라이트 제공]

라이트는 호주 남부 도시인 절롱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핵 무기에 대해 알게 된 건 초등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친 어머니 덕분이었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학교가 몇 곳 안 됐어요. 저 역시 어머니로부터 수업을 들었지요. 그분은 히로시마 원폭 피해 소녀를 다룬 『사다코』를 감명깊게 읽어서인지, 원폭 피해자에 깊은 관심을 가졌었지요. 매년 8월 9일(일본 나가사키에 핵 폭탄이 투하된 날)에 맞춰 학생들에게 종이학을 접어 일본 원폭 피해자들에게 보내도록 독려하셨답니다. 한해 접었던 종이학이 수천장에 달할 정도였는데, 내게는 치유적인 경험이었지요.”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벨상 수상식 건물 앞에서 부모님과 기념사진을 찍은 팀 라이트. 뒤에 보이는 종이학은 일본 히로시마의 학생들이 접어준 것이다. [팀 라이트 제공]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벨상 수상식 건물 앞에서 부모님과 기념사진을 찍은 팀 라이트. 뒤에 보이는 종이학은 일본 히로시마의 학생들이 접어준 것이다. [팀 라이트 제공]

 
법학과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라이트는 대학 시절 핵 무기 반대 운동도 펼쳤다. IPPNW가 2007년 ICAN을 설립할 당시에는 자원봉사자로 일하기도 했다. 자신을 채식주의자라고 소개한 뒤 ‘채식비빔밥’을 인상적인 한식으로 꼽은 그는 “첫 방한이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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