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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클이 익힐 왕실 법도…다이애나는 이때 머리 커트했다

중앙일보 2017.12.19 00:10
내년 5월 결혼식을 앞둔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해리 왕자는 왕위 계승서열 5위다. [중앙포토]

내년 5월 결혼식을 앞둔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해리 왕자는 왕위 계승서열 5위다. [중앙포토]

 
내년 5월19일 런던 윈저성의 세인트 조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영국 해리 왕자와 미국인 배우 메건 마클. 연일 새로운 왕자비 탄생을 기다리는 언론보도에 등장하는 마클이지만 남은 5개월 동안 그가 완수해야할 숙제는 다대하다.
 
친영(親迎)때까지 별궁에 머물면서 왕실의 법도와 예절을 배워야 했던 조선시대 세자빈이나 왕자비 정도는 아니지만 영국의 왕실 법도를 단기간에 익혀야 하는 마클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다.
 
지난 1일 '세계에이즈의 날'을 맞아 영국 중부 노팅엄에서 해리 왕자와 함께 첫 공식업무에 나선 메건 마클.

지난 1일 '세계에이즈의 날'을 맞아 영국 중부 노팅엄에서 해리 왕자와 함께 첫 공식업무에 나선 메건 마클.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캐서린 미들턴 왕세손빈을 대하는 인사법부터 정부 고위관리를 대하는 법, 로열 패션의 원칙, 식사 테이블 매너나 대화를 이끌어가는 방법까지 끝이 없다. 이달 초 약혼자인 해리 왕자와 첫 공무에 나섰을 때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는 시민들의 요청을 “미안하지만 셀피(셀카)는 찍을 수가 없다”며 공손히 거절하기도 했다. 이는 셀카를 찍을 수 없다는 왕실 법도를 이미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메건 마클은 결혼까지 남은 5개월 동안 왕실 법도는 물론, 경호원들과 함께 이동하는 방법 등 왕실 가족으로서 익혀야 할 사안들을 교육받게 된다.

메건 마클은 결혼까지 남은 5개월 동안 왕실 법도는 물론, 경호원들과 함께 이동하는 방법 등 왕실 가족으로서 익혀야 할 사안들을 교육받게 된다.

 
가장 중요한 교육 중 하나가 영국군 특수부대(SAS)에 의한 경호 및 안전교육이다. 유괴나 납치됐을 경우 왕실가족이 대처해야 할 방법 등을 1주일간 배우게 된다.  
 
훈련에는 인질로 붙잡혔을 때의 대응법 등이 포함된다. 전직 왕실 보좌관인 알렉스 봄버그는 “인질로 붙잡혀 방 안에 갇힌 가운데 SAS가 들이닥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의 훈련을 받을 것”이라며 “근거리 보호 없이 어떻게 움직일지, 상황이 틀어졌을 땐 무엇을 해야 할지 등도 배우게 된다”고 최근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밝혔다. 
 
마클은 ‘24시간 경호’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봄버그는 “일반인처럼 혼자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치과의사를 찾는 것부터 머리를 꾸미는 것까지 그녀의 삶 전체가 체계화(organized)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의 모든 일정이 확인 절차를 거칠 겁니다. 보안 요원들은 그녀의 미용사가 어디에 있는지, 건물 안 비상구는 어디인지를 소상히 알고 있겠지요. 이제 그녀는 관리된 그 이상의 삶을 살게 될 겁니다.” 
2011년 당시 결혼을 앞둔 윌리엄 왕세손 부부(왼쪽)가 SAS 훈련을 받게 된다는 내용을 보도한 영국 언론. 오른쪽에는 과거 찰스와 다이애나 부부도 결혼을 앞두고 인질극 훈련을 했다는 내용이다.

2011년 당시 결혼을 앞둔 윌리엄 왕세손 부부(왼쪽)가 SAS 훈련을 받게 된다는 내용을 보도한 영국 언론. 오른쪽에는 과거 찰스와 다이애나 부부도 결혼을 앞두고 인질극 훈련을 했다는 내용이다.

 
이런 훈련을 받는 게 마클 뿐일까. 아니다. 2011년 결혼한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도, 1981년에 결혼한 윌리엄·해리 왕자의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아버지 찰스 왕세자도 훈련을 받았다. 
 
특히 다이애나가 영국 헤러포드의 SAS 베이스캠프에서 훈련을 받던 중 섬광탄 폭발로 머리카락 일부가 그을린 사고가 있었다. 당시 SAS 부대는 테러리스트로부터 다이애나와 찰스를 구조하는 모의 훈련을 하고 있었다. 훈련 도중 터진 수류탄 파편이 작전에 참여 중이던 다이애나의 오른쪽 머리로 튀었고, 이 부분의 머리카락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결혼 전 SAS 요원들로부터 훈련을 받던 다이애나. 당시 단발머리였던 다이애나는 훈련 도중 머리카락에 불이 붙어 그을리자 이 부분을 과감히 자르고 커트머리로 변신했다. [중앙포토]

결혼 전 SAS 요원들로부터 훈련을 받던 다이애나. 당시 단발머리였던 다이애나는 훈련 도중 머리카락에 불이 붙어 그을리자 이 부분을 과감히 자르고 커트머리로 변신했다. [중앙포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전직 SAS 요원의 자세한 증언이다.  
 
“찰스와 다이애나는 왕세자(his), 왕세자빈(Her)이라고 쓰여진 작업복을 입고 훈련에 임했어요. 다이애나가 흰색 랜지로버 차량을 직접 운전하는 훈련이 있었는데, 제때 브레이크를 밟지 못해 벽에 부딪쳤답니다. 주변에선 SAS 요원들이 (다이애나를 둘러싼) 테러리스트들을 향해 섬광탄을 던지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운전석 측 창문을 열던 다이애나의 머리에 닿은 거예요. 그녀는 곧바로 소릴 질렀고, 머리카락을 털어내기 시작했죠.” 
 
사고 당시 다이애나는 찰스에게 “오. 찰스 내 머리, 내 머리”라며 겁에 질렸었다고 한다. SAS 요원들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함께 털어내면서 상황은 수습이 됐다. 다이애나는 외부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 헤어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커트머리로 변신했다. 그 유명한 '다이애나 커트'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결혼 전 유치원 보모로 일하던 다이애나(왼쪽). 단발머리던 그는 머리 숱을 쳐내고 커트로 변신했다. 전세계적인 '다이애나 커트' 유행을 일으킨 스타일이다(오른쪽) . [중앙포토]

결혼 전 유치원 보모로 일하던 다이애나(왼쪽). 단발머리던 그는 머리 숱을 쳐내고 커트로 변신했다. 전세계적인 '다이애나 커트' 유행을 일으킨 스타일이다(오른쪽) . [중앙포토]

 
영국 왕실 가족들이 실전과도 같은 군사작전에 참여하며 훈련을 받는 이유는 1974년 발생한 앤 공주 습격사건의 경험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고명딸 앤 공주는 74년 3월20일 남편 마크 필립스와 한 자선행사에 참석한뒤 버킹엄 궁으로 돌아오던 중 습격을 받았다. 공주가 타고 있던 리무진이 런던 중심가인 포드 에스코트에 들어선 순간 한 자동차가 리무진을 가로막았다. 
 
당시 26세였던 이안 볼이라는 남성은 자동차에서 뛰어내리며 권총을 6발 발사, 공주 부부의 경호원들을 저격했다. 이때 공주의 운전기사와 택시를 타고 공주를 뒤따르던 타블로이드지 기자도 총상을 입었다.  
 
1974 년 앤 공주 납치 미수사건을 다룬 영국 TV 드라마 장면. 정신이상자였던 범인이 몸값을 요구하기 위해 자선행사를 마치고 버킹엄궁으로 귀가중이던 앤 공주 부부를 납치하려 한 사건이다. [ 중앙포토 ]

1974 년 앤 공주 납치 미수사건을 다룬 영국 TV 드라마 장면. 정신이상자였던 범인이 몸값을 요구하기 위해 자선행사를 마치고 버킹엄궁으로 귀가중이던 앤 공주 부부를 납치하려 한 사건이다. [ 중앙포토 ]

 
이안 볼은 공주가 탄 리무진 문을 열고 공주에게 총구를 겨눈 채 “나는 200만 파운드(지금 가치로는 1300만 파운드, 약 188억원)가 필요하다. 당신이 하루 이틀 나와 함께 있어줘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차에서 내려줘야겠다”고 말했다. 앤 공주는 “말도 안돼! 내겐 200만 파운드가 없다. 난 꼼짝도 않을 것”이라며 범인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
 
앤 공주는 범인이 머뭇거리는 사이 반대편 문으로 리무진에서 내려 범인의 이동을 유도했고, 이때 이곳을 지나던 행인이 범인의 머리를 때려 눕힌 뒤 제압했다. 정신이상증세를 보였던 범인 폴은 정신병원으로 옮겨졌고, 앤 공주를 구한 시민과 경호원 등은 왕실 훈장을 받았다.
자신을 구하다 다친 경호원과 시민들을 병문안하고 있는 앤 공주(가운데 여성). [중앙포토]

자신을 구하다 다친 경호원과 시민들을 병문안하고 있는 앤 공주(가운데 여성). [중앙포토]

 
당시 상황을 기록한 국립공문서에 따르면 앤 공주는 “위기의 상황에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지만, 내가 범인을 해치거나 때릴 경우 그가 내게 총을 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사전에 교육받았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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