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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전주 5세 여아 실종 한 달…납치됐나? 살아있나?

중앙일보 2017.12.19 00:01
18일 전북 전주시 우아동 아중저수지에서 고무보트를 탄 소방 구조대원들이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고준희(5)양을 찾기 위해 수중 음파탐지기를 작동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18일 전북 전주시 우아동 아중저수지에서 고무보트를 탄 소방 구조대원들이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고준희(5)양을 찾기 위해 수중 음파탐지기를 작동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전북 전주에서 다섯 살배기 여자아이가 사라졌다. 더구나 아이는 발달장애를 앓고 있다. 단순 실종 사건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나쁜 의도를 품고 아이를 감췄나. 한 달 넘게 아이의 행방이 묘연하자 경찰이 수사 방향을 틀었다. 실종보다 강력 범죄에 무게를 두고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이 의심하는 사람은 3명이다. 실종된 여아의 친아버지와 계모 그리고 아이를 돌보던 계모의 어머니다. 경찰은 왜 이들 가운데 적어도 한 사람은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고 보는 걸까.  
 

한 달 지났지만 행방 묘연…단서 전혀 없어
경찰, 실종자 수색서 강력범죄 수사로 선회
아이 돌본 계모 어머니 아동학대 입건 방침
늑장 신고로 골든타임 놓쳐 사건 미궁 빠져

지난 18일 오전 11시 전북 전주시 우아동 4층짜리 한 빌라. 하늘에서 헬기 1대가 낮게 비행하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순찰차에서 내린 경찰관 1명이 빌라 건물 벽에 '실종 아동을 찾습니다'라고 적힌 전단을 붙였다. 전단에는 쌍꺼풀 없는 여자아이 사진과 인적 사항 등이 담겼다. 지난달 18일 이 빌라에서 없어진 고준희(5)양이다. 이날까지 31일째 감감무소식이다. 경찰에 따르면 고양은 실종되기 전까지 해당 빌라에서 외할머니 격인 김모(61·여)씨와 단둘이 살았다. 김씨는 고양의 친부인 고모(36)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모(35·여)씨의 어머니다.  
 
실종된 고준희(5)양을 찾는 전단. 김준희 기자

실종된 고준희(5)양을 찾는 전단. 김준희 기자

고양은 이날 김씨가 집을 비운 5시간 사이에 사라졌다고 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김씨는 경찰에서 "딸(고양의 계모)이 사위(고양의 친부)와 심하게 싸우고 '더는 같이 못 살겠다'며 자기를 데리러 오라고 해서 내 차를 몰고 밖에 나갔다 오니 아이(고양)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김씨는 이날 전북 완주군 봉동에서 딸 이씨와 이씨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친손자(6)를 전주 집에 데려왔다. 정작 고양은 집에 없었지만 김씨 모녀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고양의 친부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8일이다. 고양이 종적을 감춘 지 20일 만이다. 이날 오전 고양의 친부는 이씨에게 '다시 합치자'며 화해를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씨는 '같이 살기 싫다'며 거부했다. 이에 고씨가 '그러면 내 딸(고양)을 내놓으라'고 따지면서 그때서야 고양이 없어진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아중지구대를 찾아 '딸아이(고양)가 실종됐다'고 신고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부부싸움 후 남편이 홧김에 아이(고양)를 데려간 줄 알았다"고 말했다.      
 
18일 전북 전주시 우아동 아중저수지에서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고준희(5)양에 대한 수색 작업을 취재하려는 취재진이 몰려 있다. 김준희 기자

18일 전북 전주시 우아동 아중저수지에서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고준희(5)양에 대한 수색 작업을 취재하려는 취재진이 몰려 있다. 김준희 기자

18일 전북 전주시 우아동 아중저수지에서 고무보트를 탄 소방 구조대원들이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고준희(5)양을 찾고 있다. 저수지가 얼어 수색 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김준희 기자

18일 전북 전주시 우아동 아중저수지에서 고무보트를 탄 소방 구조대원들이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고준희(5)양을 찾고 있다. 저수지가 얼어 수색 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김준희 기자

키 110㎝에 몸무게 20㎏으로 몸집이 작은 소녀라고 하지만, 지난달 18일 이후 고양이 집 밖을 돌아다닌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이 고양이 살던 빌라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고양을 봤다는 목격자나 고양의 모습 및 동선이 찍힌 폐쇄회로TV(CCTV)는 나오지 않았다. 고양이 살던 빌라에는 CCTV가 없지만, 주변 CCTV에서조차 고양은 찍히지 않았다. 경찰이 신고 일주일 만인 지난 15일 공개 수사로 전환한 이유다. 도대체 그동안 고양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고양을 둘러싼 비극은 지난해 시작됐다. 전북 완주군의 한 회사에 다니는 고양의 아버지가 이혼녀인 이씨와 내연 관계를 맺으면서다. 고씨는 현재 고양의 친모와 이혼 소송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처와는 2남1녀를 뒀는데, 고양이 막내다. 경찰에 따르면 초등학교에 다니는 고양의 친오빠 2명은 고양의 친모가 다른 지역에서 돌보고 있다. 고양도 처음엔 친모가 보살폈지만 지난 1월 고씨에게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는 전처에게 매달 양육비로 100만원씩 줬다고 한다.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고준희(5)양이 실종 전까지 계모 어머니 김모(61)씨와 살았던 전북 전주시 우아동의 한 빌라. 김준희 기자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고준희(5)양이 실종 전까지 계모 어머니 김모(61)씨와 살았던 전북 전주시 우아동의 한 빌라. 김준희 기자

앞서 고씨와 이씨는 각각 완주군 봉동에 있는 원룸에서 따로 살다가 지난해 6, 7월께 살림을 합쳤다고 한다. 고씨가 이씨 모자가 살던 원룸에 들어가면서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고씨는 이씨 모자를 데리고 봉동읍에 있는 회사 사원 아파트로 이사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아이 셋 모두를 키우기가 버겁다'며 전처가 고양만 고씨 집에 보내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고양이 한 살 위인 이씨의 아들과 자주 싸우자 고씨와 이씨는 지난 4월 고양을 전주에 사는 이씨의 어머니에게 보냈다. 대신 고씨가 이씨의 어머니에게 양육비로 매달 70만원씩 입금했다고 한다. 고양은 지난 3월 말까지 봉동의 한 유치원에 다니다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가 딸을 처음 맡길 당시 김씨는 전주시 인후동의 한 주택에서 혼자 살았다. 고양이 마지막으로 실종된 우아동의 빌라에는 지난 8월 30일 이사했다. "여자아이(고양)가 김씨 집에 있는 것을 봤다"는 일부 주민의 목격담은 우아동 빌라로 옮긴 뒤에는 전혀 없었다고 경찰 측은 설명했다. 경찰 탐문 결과 8월 말 이후 '고양을 봤다'는 목격자는 없다. 고양을 돌본 김씨조차 참고인 조사에서 "아이(고양)를 돌본 8개월간 둘이 산책하거나 외출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김씨는 "(고양은) 본래 혼자 집에 잘 있는 아이다. 밖에 나가면 정서상 안 좋다. 평소에도 아이를 집에 두고 외출했다"고 설명했다.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고준희(5)양이 실종 전까지 계모 어머니 김모(61)씨와 살았던 전북 전주시 우아동의 한 빌라 뒷모습. 빌라 뒤편에 야산이 있고 그 뒤에 아중저수지가 있다. 김준희 기자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고준희(5)양이 실종 전까지 계모 어머니 김모(61)씨와 살았던 전북 전주시 우아동의 한 빌라 뒷모습. 빌라 뒤편에 야산이 있고 그 뒤에 아중저수지가 있다. 김준희 기자

경찰은 두 차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요구했지만 김씨는 거부했다. '건강이 안 좋다'는 게 이유다. 김씨는 "(고양에게) 밥도 잘 챙겨주고, 잘 돌봤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수사에는 협조적이지 않은 편이라고 경찰 측은 전했다. 친부 고씨는 지난 7월 고양의 생일에 전주 인후동 집에 케이크를 사가서 생일잔치를 해줬다고 한다. 고씨는 가끔 고양을 보러 전주에 갔지만 자주 찾거나 정기적으로 아이를 보살피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CCTV 분석 결과 지난달 16일 고씨가 승용차를 타고 딸이 살던 전주 우아동 빌라를 다녀간 사실은 확인됐다. 고씨는 경찰에서 "그날 딸아이(고양)를 본 게 마지막"이라고 했다.  
 
경찰은 고씨가 이씨와 3주간 별거를 하면서도 친딸인 고양을 찾지 않은 점에 대해 수상히 여기고 있다. 하지만 고씨가 이씨와 다툰 지난달 18일부터 실종 신고를 한 지난 8일까지 거주지인 봉동을 벗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양 친모는 딸의 실종 사실을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난 8일 경찰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경찰은 고양 친모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경찰에 따르면 전주 우아동 빌라에 머물던 고양의 계모 이씨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지난 8일 이후 아들을 데리고 인근 다른 원룸을 구해 거처를 옮겼다.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고준희(5)양이 실종 전까지 계모 어머니 김모(61)씨와 단둘이 살았던 전북 전주시 우아동의 한 빌라 근처에 소방차 한 대가 서 있다. 김준희 기자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고준희(5)양이 실종 전까지 계모 어머니 김모(61)씨와 단둘이 살았던 전북 전주시 우아동의 한 빌라 근처에 소방차 한 대가 서 있다. 김준희 기자

한 달 넘게 고양에 대한 단서가 전혀 안 나오자 경찰은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닌 유기나 타살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고양을 최근까지 돌본 것으로 추정되는 계모 어머니 김씨를 아동학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입건할 방침이다. 고양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도 경찰에 뒤늦게 알려 아이를 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한 혐의다. 아직까지 김씨가 고양에게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했다는 목격자나 제보는 없다. 하지만 경찰은 실종 신고만 제때 이뤄졌다면 한 달 넘게 고양의 생사조차 모르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친부 고씨와 계모 이씨에 대해서도 비슷한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이날 고양이 실종 전까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주 우아동 빌라는 굳게 잠겨 있었다. 김씨는 외출 중이어서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220여 명을 투입해 고양의 집 주변 야산(기린봉)과 아중저수지를 중심으로 수색에 나섰지만 고양의 흔적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저수지에선 소방서 구조대원 10여 명이 고무보트 2대에 나눠 타고 수색 작업을 벌였다. 이홍종 전주 덕진소방서 방호구조팀장은 "도로와 맞닿은 저수지 바깥 쪽 위주로 살피고 있지만 얼음이 있다 보니 수색 작업이 더디다"고 말했다. 수중 음파 탐지기도 동원됐지만 허탕이었다.
 
아중지구대 소속 경찰관이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고준희(5)양의 전단을 실종 전까지 계모 어머니 김모(61)씨와 살았던 빌라 근처 원룸 출입구에 붙이고 있다. 김준희 기자

아중지구대 소속 경찰관이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고준희(5)양의 전단을 실종 전까지 계모 어머니 김모(61)씨와 살았던 빌라 근처 원룸 출입구에 붙이고 있다. 김준희 기자

주민들은 고양의 생사를 걱정했다. 고양의 빌라 근처에서 만난 박모(72·전주시 우아동)씨는 "아이가 길을 잃어버렸으면 울고 다녔을 텐데 아무도 못 봤다니 이상하다. 아이 혼자 산에 올라갈 수도 없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어디로 간 거냐. 내 손녀도 5살인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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