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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원효대사 '해골물' 설화 터에 '깨달음 체험관'

중앙일보 2017.12.19 00:01
평택항 인근에 있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의 한 작은 마을.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자 작은 사찰이 나왔다. 수도사(修道寺·전통사찰 제28호)다.
이 절에는 유명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617~686)'와 관련된 '해골 물 설화'다.  

평택시, 지난 4월 수도사에 '깨달음 체험관' 건립
원효대사가 해골물 마시고 깨달음 얻은 곳으로 유명
원효대사 관련된 사찰 등만 전국 470여 곳
학계 등 연구결과로 수도사 '오도(깨달음)' 성지로 인정
원효대사 득도한 토굴 체험과 첨단 전시실 등 마련
매달 국내·외서 1000명 정도 찾아와 원효대사 기려

 
내용은 이렇다. 백제가 멸망한 이듬해인 661년. 신라의 승려 원효대사는 의상대사와 바닷길을 통해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려던 중 천둥·번개와 함께 비바람이 몰아치자 한 동굴에 머물게 된다. 
새벽 목이 말라 물을 찾던 그는 그릇에 담긴 물을 발견한 뒤 달게 마시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원효대사는 자신이 잠이 든 곳이 오래된 무덤이고 마신 물은 해골에 고인 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난 4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수도사에 들어선 깨달음체험관 전경. 최모란 기자

지난 4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수도사에 들어선 깨달음체험관 전경. 최모란 기자

토악질하던 그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깨달았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깨달음을 얻고 당나라 유학을 포기했다.
 
원효대사는 우리나라 고승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삼국통일 전후에 활동했던 원효는 6두품 출신이라는 신분적 제약과 당나라 유학을 포기했으면서도 사상적으로 최고 경지에 올랐다. 
원효의 해골 물 설화의 배경으로 추정되는 수도사는 신라 문성왕 41년 염거 스님이 창건했다고 한다. 시기만 보면 원효대사가 해골 물을 마시고 득도했던 시기보다 늦게 지어졌다. 하지만 학계에선 그 전부터 이곳에 작은 암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 서해에는 해적이 들끓고 스님들을 납치하는 일이 잦았던 탓에 수도사는 폐사됐다가 다시 중건되기를 반복했다. 조선 선조 25년(1592) 년에 복원됐지만 1911년 다시 화재로 소실된다. 1960년 영석스님이 옛 수도사의 명맥을 계승해 창건하면서 지금의 수도사가 됐다. 
이후 원효의 견성오도(見成悟道·번뇌를 해탈하고 부처의 지혜를 얻다) 유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에 있는 수도사는 원효대사가 해골 물을 마시고 득도한 곳으로 유명하다. 경내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원효대사 오도송이 적힌 현수막이 보인다. 최모란 기자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에 있는 수도사는 원효대사가 해골 물을 마시고 득도한 곳으로 유명하다. 경내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원효대사 오도송이 적힌 현수막이 보인다. 최모란 기자

  
사실 원효대사가 해골 물을 마신 곳이라고 주장하는 사찰은 전국에만 407곳이나 있다.
원효대사와 의상대사는 해상을 통해 당나라로 유학을 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원효대사는 앞서 10여년 전에도 중국 유학을 가기 위해 고구려 국경을 넘었다가 간첩으로 오해받아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이후 항구가 있는 도시들은 저마다 '원효대사가 해골 물을 마신 곳은 우리 지역'이라고 경쟁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평택시와 인접한 화성시다. 화성시는 서신면 당성(唐城·국가사적 217호) 인근 지역이 원효대사가 해골 물을 마신 곳이라고 주장한다. 
당성 인근 지역인 남양 마산포 일원이 당시 당나라와 교역의 중심지였다. 중국 송대(宋代)의 승려인 찬녕(贊寧)의 저술 송고승전(宋高僧傳)에도 "원효와 의상이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기 직전에 잠을 청했던 곳은 당성, 지금의 남양만 일대"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지난 4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수도사에 들어선 깨달음체험관의 내부에 전시된 원효대사와 관련된 사찰들. 최모란 기자

지난 4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수도사에 들어선 깨달음체험관의 내부에 전시된 원효대사와 관련된 사찰들. 최모란 기자

 
그러나 학계에선 평택시 수도사를 꼽는다. 2006년 단국대 매장문화연구소의 원효대사 오도성지 학술조사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원효대사 순례길 연구용역 결과에 '오도(悟道·깨달음)성지는 수도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나왔다고 한다.
 
원효대사의 유학길은 당시 시대적인 상황으로 따져봤을 때 경주-상주-보은-청주-목천-천안-평택으로 추정된다. 평택의 경우 직산의 사산성을 지나 팽성읍의 경양포나 곤지진에서 배를 타고 평택 서쪽의 신흥포나 계두진에서 포승방면으로 향하는 코스가 주로 이용됐다.
 
당시 당나라로 가는 신라인들의 교통로에 수도사가 있었던 만큼 이곳을 원효가 실제 깨달음을 얻은 성지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각종 학술용역과 역사적 사료 등의 검증을 통해 수도사는 원효대사의 오도성지로 정부와 조계종에서 인정받았다. 
 
그래선지 수도사 경내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원효의 '오도송'이 적힌 현수막이다. 
 
지난 4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수도사에 들어선 깨달음체험관 안의 전시실의 모습. 최모란 기자

지난 4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수도사에 들어선 깨달음체험관 안의 전시실의 모습. 최모란 기자

 
지난 4월 21일엔 이곳에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관'이 개관했다. 경내 1056㎡에 '일체유심조'를 주제로 한 첨단전시실과 토굴체험실, 오도체험실 등으로 꾸며졌다. 여기엔 국비와 시비 30억원이 투입됐다.
체험관 곳곳은 원효의 흔적을 쫓는다. 원효대사의 그림이 걸린 체험실 입구를 따라가면 원효대사의 일생 등을 기록한 전시실이 나온다. 
원효대사와 인연을 맺은 아내(?) 요석공주와 아들 설총, 당나라 유학길에 함께 올랐던 의상대사의 이야기도 정리돼 있다.
 
이곳에서 가장 눈여겨볼 곳은 토굴체험실이다. 성인 2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 어두운 토굴 속에는 원불(스님들이 일생 모시는 불상) 2개가 놓여 있다. 천둥소리와 함께 빛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면 원효대사가 깨달음을 얻었던 해골 물 설화를 설명하는 짧은 영상이 상영된다.
영상이 끝나면 빛과 함께 토굴의 실체가 드러난다.
지난 4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수도사에 들어선 깨달음체험관 전경. 최모란 기자

지난 4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수도사에 들어선 깨달음체험관 전경. 최모란 기자

 
수도사의 주지 스님인 적문 스님은 "당시 원효대사가 토굴을 발견하고 그 실체를 확인해 '일체유심조'의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이런 특성 탓에 체험관 규모가 작은데도 매달 1000여명이 찾는다. 원효대사의 사상이 일본·중국 등에도 널리 알려지면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찾아온다. 
인근에 주둔하는 주한미군 부대에서도 많이 온다. 그래서 문화해설사 15명 중 3명은 영어도 가능한 해설사를 선발했다.  
 
사실 수도사는 템플스테이(1박 체험)와 템플라이프(1일 체험)은 물론 사찰음식으로 유명하다. 주지스님인 적문 스님이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04년엔 정부지원으로 전통사찰음식체험관이 건립되고 한국 불교문화사업단 자정 사찰음식 특화사찰로 지정됐을 정도다. 
지난 4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수도사에 들어선 깨달음체험관 안에 있는 오도체험실. 최모란 기자

지난 4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수도사에 들어선 깨달음체험관 안에 있는 오도체험실. 최모란 기자

평택시는 이런 특성을 반영해 수도사에 사찰음식 박물관을 만들고 체험관 한쪽에 '해골 물(?) 음수대'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적문 스님은 "올해는 원효대사 탄생 1400주년을 맞아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했다"며 "앞으로도 원효대사의 오도성지라는 특성을 잘 반영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평택=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수도사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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