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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의자 꼼수’…방일 한국 정치인 격 낮추기 시도?

중앙일보 2017.12.18 17:45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 등 해외 정치인을 만날 때 낮은 의자에 앉게 해 상대의 격을 낮추려 한다는 ‘의자 꼼수’ 의혹이 여의도 정가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 1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아베 총리와 만났을 때 낮은 높이의 의자에 앉았던 사진을 놓고 논란이 일면서다. 같은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베 총리가 앉은 의자와 같은 높이의 의자에 앉아서 대화를 나눴다.
 

아베, 한국 정치인 만날 때마다 ‘의자 높이’ 낮춰
정세균 의장 땐 “의자 높이 맞추라” 요구해 교체
홍준표 ‘낮은 의자’, 일본에 당했다 논란 등장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면담했다. 홍 대표가 앉은 의자 높이가 아베 총리의 의자보다 더 낮다. [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면담했다. 홍 대표가 앉은 의자 높이가 아베 총리의 의자보다 더 낮다. [사진 자유한국당]

같은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같은 모양, 높이의 의자에 앉았다. [연합뉴스]

같은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같은 모양, 높이의 의자에 앉았다. [연합뉴스]

 
18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홍 대표보다 일부러 높은 의자에 앉은 게 아니냐는 질문에 “홍준표 대표가 진정한 자주외교, 당당 외교를 하려면 그것(의자 높이)부터 챙겼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의자 높이를 다르게 하는 일본 총리실의 교묘한 ‘의자 외교’는 한국의 여야 정치인들을 상대로 가리지 않고 시도했던 방식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6월 8일 아베 총리와 만나 한ㆍ일관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당시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면담을 수 시간 앞두고 의전 차원에서 면담 장소를 사전 점검하던 국회의장실 인사들은 이상한 의자 배치를 발견했다. 정 의장과 아베 총리가 앉을 의자의 높이가 다르다는 점이다.
 
정 의장실의 한 인사는 18일 본지 통화에서 “아베 총리가 높은 곳에 앉아 정 의장을 내려다보는 상황이 되는데 이를 발견하고 굉장히 놀랐다”며 “대외적으로 한국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보다 일본 행정부를 지휘하는 아베 총리의 격이 더 높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의자 문제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함께 갔던 여야 의원들도 의자 높이에 대해 ‘국격의 문제’라고 지적했다”며 “이런 식이면 아베 총리를 만나기 곤란하다고 일본 측에 분명하게 알렸다”고 설명했다. 결국 일본 측은 정 의장과 아베 총리가 앉는 의자를 동일한 높이로 맞췄다. 
 
지난 6월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아베 총리와 만나 양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눌 때의 모습. 회동 전 정 의장의 의자 높이가 낮다는 사실을 발견한 의장실 인사들은 일본 측에 의자를 교체할 것을 요구해 아베 총리와 동일한 높이의 의자로 바뀌었다. [사진 국회의장실]

지난 6월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아베 총리와 만나 양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눌 때의 모습. 회동 전 정 의장의 의자 높이가 낮다는 사실을 발견한 의장실 인사들은 일본 측에 의자를 교체할 것을 요구해 아베 총리와 동일한 높이의 의자로 바뀌었다. [사진 국회의장실]

 
일본 총리실의 ‘의자 꼼수’는 정 의장과의 면담 이전에도 있었다. 앞서 5월 18일 문희상 민주당 의원이 일본 특사 자격으로 아베 총리를 만났을 때 낮은 의자에 앉아 있던 장면이 공개되며 외교적 결례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특사인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5월 18일 오전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당시에도 문 의원이 더 작은 의자에 앉아 있다. [사진 주일한국대사관]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특사인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5월 18일 오전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당시에도 문 의원이 더 작은 의자에 앉아 있다. [사진 주일한국대사관]

 
당시 문 의원이 앉았던 의자는 최근 홍준표 대표가 앉았던 의자와 비슷한 높이다. 아베 총리의 의자 배치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한국 측 인사가 앉은 의자는 푹 꺼져 보이고, 아베 총리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듯 하는 모습이 연출되는데 일본이 의도한 게 아니겠느냐”는 말도 나왔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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