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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애완AI’와 지낼 준비 됐나요?

중앙일보 2017.12.18 01:54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창규 이노베이션 랩장

김창규 이노베이션 랩장

“테니스공 색깔은?” 얼마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에게 물었다. “노란색이잖아요. 형광!” 당연하다는 듯 대답을 한 뒤 읽던 동화책으로 눈을 돌렸다. 테니스공은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흰색이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말한 르네 데카르트가 1600년대 테니스공을 이용해 빛의 굴절을 설명할 때도 공의 색깔은 흰색이었을 게다.
 
오랜 세월 흰색이었던 테니스공 색깔이 노란색으로 바뀐 건 컬러TV의 등장 때문이다. 검은색 아니면 흰색으로 구별되던 흑백 TV 시대까지만 해도 시청자가 테니스 경기 중계에서 흰색 공을 찾는 데 별문제가 없었다. 컬러TV가 등장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관객 사이에서 빠르게 오가는 흰색 공을 찾는 데 시청자가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1972년 국제테니스연맹(ITF)은 노란색 공을 도입하기로 결정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종 콘텐트의 소비는 텍스트(문자) 중심이었다. 요즘 무게중심이 급속도로 동영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 결정적 역할을 한 건 4세대(4G) 이동통신 기술이라 불리는 롱텀에볼루션(LTE)이다. 2000년대 등장한 3세대(3G)도 영상통화를 할 수 있었지만 동영상을 오랜 시간 이용하기에는 불안정했다. 하지만 영화 한 편을 5.6초에 내려받을 수 있는 LTE 시대가 되면서 누구든지 쉽게 동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고, 이는 동영상 소비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동영상 소비와 확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요즘 어린이는 궁금한 게 있으면 텍스트가 아니라 동영상을 검색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은 평창 올림픽 때 LTE보다 40배 빠른 5세대(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다. 많은 전문가는 5G 시대가 되면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기기가 비약적 발전을 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들은 통신망에 연결돼야(connected)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아니라 기술이 소비 변화를 주도하고 이는 산업재편으로 이어진다. 이런 흐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자율자동차가 일반화되면 사고가 급감해 자동차보험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지 모른다. 애완동물뿐 아니라 ‘애완AI’와 지낼 준비도 해야 한다.
 
20년 전 인터넷이 막 떠오를 때 “2010년대가 되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과 연결돼 있을 것”이라며 “일상적인 편안함의 대가로 사생활을 포기하게 되는 결과가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의 기사를 쓴 적이 있다. 현재 앞에 펼쳐진 현실은 이런 전망을 넘어선다. 더 늦기 전에 무엇이 인간을 위한 것인지 열띤 논의가 필요하다. 기술에 지배되지 않고 기술을 지배하려면.
 
김창규 이노베이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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