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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을 일 없던 '스키여제' 모처럼 웃었다

중앙일보 2017.12.18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17일 프랑스 발디세흐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 수퍼대회전에서 통산 78번째 월드컵 우승에 성공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스키여제' 린지 본. [EPA=연합뉴스]

17일 프랑스 발디세흐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 수퍼대회전에서 통산 78번째 월드컵 우승에 성공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스키여제' 린지 본. [EPA=연합뉴스]

‘스키 여제’ 린지 본(33·미국·사진)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활짝 웃었다.
 

린지 본, 올 시즌 첫 월드컵 1위
최다 우승 기록 78승으로 늘려
대회 전 부상·실연 등 악재 극복

본은 17일 프랑스 발디세흐에서 열린 2017~18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알파인 여자 수퍼대회전에서 1분04초86의 기록으로 골인, 출전 선수 61명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올 시즌 들어 6개 대회만에 거둔 첫 월드컵 우승이었다. 여자 선수 알파인 스키 월드컵 최다 우승 기록(78승)을 보유하고 있는 본은 남자 알파인 월드컵 최다 우승자인 잉에마르 스텐마르크(스웨덴·은퇴)의 기록(86승)에도 한걸음 더 다가섰다.
 
알파인 스키 수퍼대회전은 활강 다음으로 빠른 종목이다. 슬로프를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서 시속 100㎞ 안팎의 스피드를 견뎌야 한다. 이날 본은 최고시속 100.3㎞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 10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월드컵 수퍼대회전에선 허리 부상까지 당하면서 24위에 그쳤다. 올림픽을 앞두고 본의 전망도 그만큼 어두웠다. 그러나 본은 1주일만에 이같은 우려가 기우임을 입증했다.
 
17일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 수퍼대회전에서 경기를 펼치는 린지 본. [EPA=연합뉴스]

17일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 수퍼대회전에서 경기를 펼치는 린지 본. [EPA=연합뉴스]

본은 무릎·정강이·손목 부상으로 수차례 수술대에 오르고서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 세계 정상을 지켜온 ‘불굴의 아이콘’이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활강에서 금메달을 땄던 본은 2014년 소치 대회 땐 무릎 부상 탓에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평창올림픽은 그에겐 의미가 크다.
 
지난 3월 중앙일보와 인터뷰 당시 린지 본. 평창=박종근 기자

지난 3월 중앙일보와 인터뷰 당시 린지 본. 평창=박종근 기자

그는 지난 3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은퇴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 마지막 올림픽을 금메달로 장식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한 달 사이에 본은 많은 일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공개 연애를 했던 키넌 스미스 미국프로풋볼(NFL) LA 램스 전 코치와 지난달 초 결별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또 그가 스키 선수의 꿈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던 할아버지도 최근 세상을 떠났다. 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국에서 할아버지를 위해 달리겠다. 할아버지한테 금메달을 바치겠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의 최근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올 시즌 월드컵에선 한번도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지난 2일 캐나다 레이크 루이스에서 열린 월드컵 활강에선 레이스 도중 넘어져 큰 부상을 당할 뻔 했다. 본은 지난 7일 CNN과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을 대표하는 일을 잘 해내고 싶지만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일을 잘 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면서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백악관 초청을 받더라도 거절할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자 본의 소셜미디어에선 격렬한 정치적 공방이 벌어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 중 일부는 본을 향해 “목을 부러뜨리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2017-2018 시즌 월드컵 첫 우승 뒤 감격해하는 린지 본. [AP=연합뉴스]

2017-2018 시즌 월드컵 첫 우승 뒤 감격해하는 린지 본. [AP=연합뉴스]

여러가지 악재에도 본이 흔들리지 않은 건 아버지 앨런 킬도 덕분이었다. 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버지에게 프랑스에 함께 가자고 했다. 아버지는 언제나 ‘절대 포기하면 안돼’라고 힘을 불어넣어주는 분이다”고 말했다. 눈물을 흘린 아버지를 보고 "귀여워 보였다”며 웃은 본은 “내년 2월 열리는 평창올림픽 출전을 고대하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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