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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호텔] 고산족 마을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

중앙일보 2017.12.18 00:01
고산족 전통 가옥에 모티브를 따 지어진 란지아 롯지.

고산족 전통 가옥에 모티브를 따 지어진 란지아 롯지.

여행은 도전이라지만, 숙소만큼은 최대한 도전을 피하자는 주의다. 잠만큼은 깔끔한 호텔에서 자고 싶다. 캠핑은 관심이 없고, 나무 위의 집이나 바다에 떠 있는 수상가옥 등 독특한 숙소를 일부러 찾아다니는 여행도 딱히 끌리지 않는다. 타인과 공간을 공유하는 게스트하우스, 옆방에 집주인이 자는 현지인 숙소도 질색이다. 생긴 것답지 않게(?) 예민한 성격 탓이다. 그리하여 2017년 11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꼬박 한 달 전 취재 목적으로 떠난 태국 치앙마이 여행을 앞두고 긴장했다. 태국 관광청이 추천한 여행 일정 중에는 ‘고산족 홈스테이’ 일정이 떡하니 포함돼 있었다. 아뿔싸.
태국에는 약 95만 명의 고산족이 있다. 고산족 중 45%는 긴 목을 자랑하는 카렌족이다.

태국에는 약 95만 명의 고산족이 있다. 고산족 중 45%는 긴 목을 자랑하는 카렌족이다.

‘고산족’이라는 말은 불면의 밤, 원시의 세계와 동급으로 다가왔다. 고산족은 말 그대로 높은 산간 지방에 사는 소수민족을 뜻하지 않는가. 작열하는 태양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에메랄드빛 바다야말로 태국을 떠올릴 때 자동 연상되는 이미지겠지만, 태국은 의외로 산의 나라다. 태국 북부 치앙마이는 땅의 70%가 산으로 이뤄진 지역으로, 태국 최고봉 도이인타논(2565m)을 품고 있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1950m)보다도 높은 도이인타논을 지붕으로 삼고 있는 치앙마이 산골짜기에는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고 있는 소수민족들이 산다. 목이 긴 미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한 ‘카렌족’ 역시 치앙마이 일대에 사는 고산족의 한 부류다.  

태국 치앙라이 란지아 롯지
불면의 밤 걱정 없는 아늑한 산장
해발 800m서 체험·식사·공연 즐겨

내가 방문하게 될 곳은 치앙마이와 이웃하고 있는 치앙라이 치앙콩(Chiang Khong) 마을로 고산족 몽(Hmong)과 라후(Lahu) 부족이 사는 마을의 란지아롯지(Lanjia Lodge)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고산족 마을에서 보내게 될 밤을 상상하며 짐을 신중히 꾸렸다. 전기가 없을 테니 핸드폰 보조 배터리도 챙겼고, 제대로 씻지 못할 것을 대비해 클렌징 티슈와 물티슈 등도 넣었다. 침낭에 배게까지 준비했다.
메콩강변에 들어선 고산족 마을.

메콩강변에 들어선 고산족 마을.

몽족과 라후족이 살고 있는 방큐캄 마을.

몽족과 라후족이 살고 있는 방큐캄 마을.

란지아 롯지 입구의 문패.

란지아 롯지 입구의 문패.

결론부터 말하자면 란지아롯지에서 꾸역꾸역 챙겨왔던 고산족 키트를 꺼낼 일은 없었다. 란지아롯지는 고산족의 전통 가옥을 모티브로 지은 산장이었지만, 놀랍게도 현대적이고 쾌적한 시설을 자랑했다. 일단 특급호텔에 체크인 하는 것처럼 숙소에 입실하자마자 라후족 직원이 사탕수수로 만든 ‘웰컴티’를 내줬다. 초가집 같은 산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널찍한 방 네 칸이 있었는데 방안에 퀸사이즈 침대 그리고 개별 욕실까지 딸려 있었다.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는 샤워시설, 양변기, 샴푸와 보디솝 등 어메니티도 완벽했다. 에어컨은 없었지만 천장에 커다란 팬이 돌아갔다. 숙소는 해발 800m 고지에 자리했는데, 창문을 열면 나무로 만든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고산족 마을과 동남아시아의 젖줄이자 장장 4000㎞를 유유히 흘러가는 메콩강이 내려다보였다. 고산족 마을에서 불편하기는커녕 전혀 기대치 않던 호사를 누리는 기분이었다. 
현대인이 하룻밤 묵어가기에 모자람 없는 란지아 롯지.

현대인이 하룻밤 묵어가기에 모자람 없는 란지아 롯지.

벽촌에 멋들어진 여행자 숙소 란지아롯지가 탄생한 사연은 이랬다. 란지아롯지는 10년 전 아시안 오아시스(Asian Oasis)라는 사회적 기업에 의해 만들어졌다. 외부와 교류가 차단된 고산족 마을을 ‘지속 가능한’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고산족의 일자리 창출과 여행자에게는 색다른 체험 기회를 만들고 있다. 몽족과 라후족 마을 사이 비탈면에 들어선 란지아롯지는 4채의 산장이 있고 산장마다 4개의 방이 있다. 아시안 오아시스는 란지아롯지를 운영하며 매년 17만바트(약 570만원)을 마을에 기부하고, 마을 주민을 여행객 가이드와 산장 운영 직에 고용한다.
마을 가이드로 나선 짠. 자신의 친구들은 모두 시집을 갔지만 할일이 많아 아직 결혼 생각은 없다는 23살 당찬 아가씨다.

마을 가이드로 나선 짠. 자신의 친구들은 모두 시집을 갔지만 할일이 많아 아직 결혼 생각은 없다는 23살 당찬 아가씨다.

란지아 롯지 여행의 큰 기쁨 중 하나는 순박한 고산족 아이들을 만나고 인사할 수 있다는 것.

란지아 롯지 여행의 큰 기쁨 중 하나는 순박한 고산족 아이들을 만나고 인사할 수 있다는 것.

여행자에게 수줍게 다가서는 고산족 아이들.

여행자에게 수줍게 다가서는 고산족 아이들.

단순히 숙소에 머물기보다 여행객의 체험을 중시한다는 란지나롯지는 설립 취지답게 모든 투숙객에게 마을 탐방 어트랙션을 제공하고 있었다. 라후족 23살 아가씨 ‘짠’이 가이드로 나서 몽족과 라후족 마을 이곳저곳을 안내했다. 몽족과 라후족은 독자 언어를 쓰고 있어 영어는 물론 태국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짠은 방콕에 유학을 다녀와 유창한 태국어를 구사했다. 태국 현지 가이드 조이가 중간에 통역사로 나섰다.
태국 북부 산간 지방의 고산족 마을은 우리네 옛 농촌 마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태국 북부 산간 지방의 고산족 마을은 우리네 옛 농촌 마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라후족 마을의 유일한 초등학교에서 축구에 한창인 아이들.

라후족 마을의 유일한 초등학교에서 축구에 한창인 아이들.

몽족의 정신적인 지주인 제사장.

몽족의 정신적인 지주인 제사장.

제사를 지내고 점을 치고 병을 치료하는 라후족 무당.

제사를 지내고 점을 치고 병을 치료하는 라후족 무당.

몽족과 라후족 마을은 우리나라 1970년대 농촌 마을 분위기와 흡사해 보였다. 파파야 나무, 고무나무 등을 기르는 밭이 있고, 길가에는 닭이 뛰어다녔다. 쓰러질 듯한 전신주, 빛바랜 공중전화, 초콜릿과 과자를 파는 구멍가게가 분명 이 마을은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100% 마을에서 식재료를 조달해 제공하는 전통 태국 북부식 저녁 식사와 마을에서 만든 요거트와 빵이 제공되는 아침 식사, 별이 쏟아질 듯한 새카만 밤, 구름을 발아래 두었던 숙소 전망 모두 멋졌지만 란지나 롯지에서의 하룻밤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반갑게 여행자를 맞아주는 순박한 고산족 사람들이었다. 삼삼오오 나무 그늘에 앉아 수다를 나누던 아낙들, 공차기 놀이에 한창이던 아이들은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산장 거실에 차려진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니, 침구가 하얀색 이불과 배게로 바뀌고 침대 주변에 모기장이 쳐졌다. 고산족 마을에서 특급호텔 격 서비스를 누리며 숙면의 밤을 났다.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태국 북부 음식.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태국 북부 음식.

 
◇여행정보=란지아 롯지는 ‘올 인클루시브’ 컨셉트의 산장이다. 숙박에 고산족 마을 투어, 저녁과 다음날 조식이 포함됐다. 저녁 식사를 하는 중에 고산족 주민의 전통악기 연주 공연도 볼 수 있다. 1인 2400바트(약 8만원)부터. 산장 1채에 16명까지 묵을 수 있다. 아시안 오아시스 홈페이지(asian-oasis.com)에서 예약할 수 있다. 가장 가까운 공항은 치앙라이국제공항으로 차로 1시간 30분 거리다. 우리나라에서 치앙라이까지 한 번에 닿는 직항은 없다. 타이에어아시아엑스(airasia.com)가 인천~방콕, 방콕~치앙라이 연결편을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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