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알쓸신세]아프리카, 현대판 노예의 탄생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노예제 남아있는 아프리카 국가는

노예(奴隸). 남의 소유물로 되어 부림을 당하는 사람.

지난 6월 지중해에서 구출된 이주자와 난민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당시 스페인의 NGO 프로액티브 오픈 암스는 리비아 해안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 600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지난 6월 지중해에서 구출된 이주자와 난민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당시 스페인의 NGO 프로액티브 오픈 암스는 리비아 해안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 600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지난달 CNN이 리비아 노예 경매시장에서 난민들이 1인당 45만원에 팔려나가는 장면을 포착해 보도하면서 전 세계인이 경악했습니다. 그 옛날의 노예처럼 쇠고랑만 채우지 않았을 뿐, 경매로 몸값을 매겨 주인을 찾아주는 건 똑같았습니다. 
 
리비아에는 왜 21세기에 노예 시장이 생겨났을까요.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에선 아프리카 대륙의 '현대판 노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난민이 노예로, 리비아 '인간 시장'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구조돼 트리폴리 해군기지에 도착한 이민자. 유럽으로 가려는 꿈은 좌절됐다. [REUTERS=연합뉴스]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구조돼 트리폴리 해군기지에 도착한 이민자. 유럽으로 가려는 꿈은 좌절됐다. [REUTERS=연합뉴스]

CNN은 지난달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외곽 노예 경매 시장에서 6~7분 사이에 10여 명이 팔려나가는 현장을 포착했습니다. 
"땅 파헤칠 사람은 필요 없어요? 여기 크고 강한 사내가 있습니다"
 
군복 입은 경매인이 말하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며 값을 불렀고, 몇 분 만에 거래는 끝났습니다.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돈을 받고 유럽으로 보내던 중개상들이 난민선의 유럽 입국이 점차 어려워지자 일꾼으로 팔아넘기고 있는 거였죠. 유러피안 드림이 산산이 깨지는 현장이었습니다.
 
현대판 노예시장은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습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7일(현지시간) "리비아의 노예 매매는 반인륜 범죄에 해당하는 극악무도한 인권 침해"라며 규탄하는 공식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나이지리아 정부도 리비아에 억류된 자국민을 본국에 송환하겠다고 밝혔죠. 
 
고무 보트에 타고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 [AP=연합뉴스]

고무 보트에 타고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 [AP=연합뉴스]

지중해와 맞닿은 리비아는 유럽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전쟁과 가난 등을 피해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매년 수만 명씩 몰려들고 있습니다. 고향에서 탈출하기 위해 브로커에게 전 재산을 건넵니다. 하지만 허술한 고무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다 물에 빠져 죽거나, 리비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학대를 당하며 새로운 지옥을 경험하곤 합니다. 
 
리비아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
2012년 이슬람 근본주의 분파인 안샤르 알 샤리아의 리비아 근거지가 불타고 있다. [AP=연합뉴스]

2012년 이슬람 근본주의 분파인 안샤르 알 샤리아의 리비아 근거지가 불타고 있다. [AP=연합뉴스]

2011년 리비아에선 시민 전쟁으로 무아마르 알 카다피 정부의 42년 철권통치가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독재의 종식이 평화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2014년 선거 과정에서 일어난 분쟁으로 8월 이후 서부 트리폴리 정부와 동부 투브루크 정부로 양분됐죠. 2015년 12월 이후 통합에 서명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치분열은 경제 부진과 치안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잦아들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인 이슬람 국가(IS)가 리비아에서 세력을 확장하기도 했고요. 다른 나라의 난민뿐 아니라 리비아 국민 역시 내전과 분쟁 위험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EU가 조장한 리비아 노예 트랩 
리비아 노예 시장이 국제적 파문을 일으키자 나이지리아는 리비아에 억류된 자국민을 송환키로 했다. 지난 5일에만 수백명이 본국으로 돌아왔다. [AP=연합뉴스]

리비아 노예 시장이 국제적 파문을 일으키자 나이지리아는 리비아에 억류된 자국민을 송환키로 했다. 지난 5일에만 수백명이 본국으로 돌아왔다. [AP=연합뉴스]

하지만 노예 시장이 비단 리비아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합니다. CNN 보도 이전에도 노예 시장의 존재는 알려져 있었으나 국제 사회가 눈감았을 뿐이란 거죠. 가령 지난 2월 스카이 TV가 '리비아의 난민 지옥'이란 다큐멘터리를 내보냈고, 3월에는 '다국적 조직범죄 반대구상'(GITOC)이 '인간 컨베이어 벨트: 혁명 이후 리비아의 인신매매 및 밀수 추세' 보고서를 통해 리비아에서 새로운 형태의 '착취 경제'와 '노예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고발했습니다.

 
온라인 매체 쿼츠는 EU가 2015년 난민들을 리비아에 묶어두기 위해 트리폴리 정부에 난민센터 구축 기금을 지원하고, 해안경비대에 난민선 단속용 함정을 공급하고 훈련을 시킨 것이 부작용을 키웠다고 꼬집었습니다. 
트리폴리 정부와 해안경비대가 민병대, 밀수꾼 등 난민을 학대하는 범죄 집단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EU의 지원금이 그리로 흘러간다는 겁니다. 
엠네스티 보고서 중 EU가 리비아라는 함정에 난민들을 빠뜨린다고 지적한 부분.

엠네스티 보고서 중 EU가 리비아라는 함정에 난민들을 빠뜨린다고 지적한 부분.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도 EU가 리비아 노예 현상의 공범이라고 지목한 보고서를 12일 발간했습니다. 앰네스티는 현재 50만명 이상이 리비아에 발이 묶여 있다고 추정합니다.
 EU가 리비아에 '노예 함정(trap)'을 만든 셈이며, 특히 이탈리아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아를 활용한 강력한 봉쇄 정책 덕분에 올해 7~11월까지 이탈리아에 유입된 난민 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67% 감소했습니다.  

알쓸신세 더보기
 
아프리카에서 노예 성행하는 나라는
2017년 12월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리비아의 노예 경매시장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운동가들. [EPA=연합뉴스]

2017년 12월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리비아의 노예 경매시장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운동가들. [EPA=연합뉴스]

아프리카 전문 매체 페이스 아프리카에 따르면 여러 이유로 노예가 아직 남아있다고 합니다. 리비아 외에도 모리타니·수단·이집트·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악명 높습니다. 
 
모리타니에는 수천 년 된 노예제도가 이어져 옵니다. '베이단'이라 불리는 백인과 피부색이 비교적 밝은 베르베르-아랍인들이 주인으로 행세해왔습니다. 노예 소유주의 자손을 '알 베이단'이라고 부르죠. 피부가 검은 모리타니 소수 민족이 북아프리카 국가 노예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합니다. 노예와 후손은 주인의 완전한 재산으로 간주합니다. 1981년 정부가 금지했음에도 여전히 일부 지역에선 노예제가 만연해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수백명이 노예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어기도 했죠.  
 
중세의 노예제가 수단에서 부활한 건 1983년~2005년 사이에 지속한 2차 수단 시민 전쟁 탓입니다. 인권단체들은 수단 정부가 여러 형태의 노예를 거느리고 있는 무장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다며 비난했죠. 수단 정부는 노예는 통제할 수 없는 종족 간 전쟁의 산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리품으로서 노예가 되는 건 딘카족·누에르족·누바족으로 흑인입니다. 반면 주인은 주로 바가라 민족 그룹 출신의 아랍인입니다.   
 
이집트는 강제 노동과 성 착취용으로 인신매매 당한 여성과 어린이의 집결지입니다. 2014년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아프리카인 수만 명이 노예로 붙잡혀 있는 사실이 확인돼 세계 곳곳에 충격을 던지기도 했죠. 유조선에 6개월간 갇혀있기도 했고, 성노예로 붙잡힌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알카에다와 베두인 밀수꾼이 판치는 시나이 반도에는 지금도 50개 이상의 인신매매 조직이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악명 높습니다. 2016년 세계노예지수에 따르면 남아공에는 약 25만 명의 현대판 노예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강제노동, 인신매매, 아동 착취, 빚을 담보로 한 속박, 강제 결혼 등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는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들이 다양한 국제뉴스를 깊이있게 다루는 기획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알쓸신세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http://news.joins.com/issue/11029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배너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