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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바웃 타임’ 속 지하철역은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키우는 로맨틱한 장소다. 팀과 메리는 영국 런던 메이다 베일역에서 입맞춤을 하고, 밴드의 연주를 함께 즐긴다.  
영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 전철역(영국 런던 서비튼역)은 마법의 공간이다. 해리 포터가 덤블도어 교장의 팔을 잡고 ‘순간 이동’을 한다.   
하지만 현실 속 지하철역은 출퇴근 전쟁을 치르는 ‘삶의 현장’이다. 환승 거리가 긴 지하철역은 ‘전장(戰場)’이 된다. 
 
서울에서 환승거리가 가장 긴 지하철역은 어디일까? 3·7·9호선이 지나는 ‘고속터미널역’이다. 하루 평균 이용객이 4만여 명인 곳이다.
3·7·9호선이 지나가는 고속터미널역.[연합뉴스]

3·7·9호선이 지나가는 고속터미널역.[연합뉴스]

7호선 승강장에서 9호선 승강장까지의 거리는 314m(엘스컬레이터와 가장 가까운 승강장 지점 기준)다.      
 
서울교통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이 거리를 걷는 데 4분 22초가 걸린다. 1초에 1.2m를 걷는다고 가정했다. ‘실제로 그럴까?’라는 생각에 타이머로 시간을 재면서 직접 걸어봤다.
지난 5일 오전 고속터미널역. 7호선 내방행 승강장(지하 3층)에 섰다. 목적지는 9호선 신반포행 승강장(지하 5층)이다. 승객들로 빼곡한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었다. 각각 55m인 두 개의 ‘무빙워크’에서는 조금 걷기도 했다. 9호선 승강장에 맞닿아 있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타이머 단추를 눌렀다.  

고속터미널역 7호선 승강장(지하3층)에서 지하 2층 환승통로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 임선영 기자

고속터미널역 7호선 승강장(지하3층)에서 지하 2층 환승통로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 임선영 기자

지하 2층 환승 통로에 놓인 무빙워크. 임선영 기자

지하 2층 환승 통로에 놓인 무빙워크. 임선영 기자

7호선 승강장에서 9호선 승강장으로 이동하는 데 7분 6초가 걸렸다. 4분 22초가 걸린다는 서울교통공사의 설명과 달리 314m를 이동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김내환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건축공사과장은 “지하 3층에서 지하 2층으로 올라와 다시 지하 4·5층으로 내려가는 복잡한 구조 탓이다. 또 고속터미널역은 이용객도 많아 혼잡하고, 그래서 이동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엘리베이터는 전층으로 연결되지 않고, 지하 2층⇔3층(7호선), 지하 4층⇔5층(9호선)으로 끊어져 있다. 권영찬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도시철도계획부장은 “7호선과 9호선은 3호선을 중간에 두고 서로 만나지 않는 반대 방향으로 놓여 있어서 전층을 통과하는 엘리베이터를 짓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teonseo12@joongang.co.kr                    [자료 서울교통공사]

그래픽=김현서 kim.hteonseo12@joongang.co.kr [자료 서울교통공사]

환승 거리가 왜 이처럼 길게 돼 있을까? 전문가들은 건설 기술상의 한계, 시공 비용과 공사 기간의 문제, ‘마스터 플랜’의 부재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서울의 지하철은 1~4호선, 5~8호선, 9호선 순으로 지어졌다. 기존 지하철역에 새로운 노선과 환승역을 연결시킬 경우, 수평으로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역 주변에 이미 지어진 건물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지하로 짓는 것이다. 1~9호선 노선이 뒤로 갈수록 환승역의 깊이가 더 깊어지고, 환승거리는 멀어지는 이유다.”(권영찬 부장)  

   

애당초 지하철을 설계할 때 추후 환승을 고려했어야 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편리한 환승에 초점을 맞춰서 노선 설계를 했다. ”(이광훈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환승역을 기존 지하철역에 바로 이어 붙이면 시공비가 막대하고, 공사 기간도 길어진다. 환승역에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식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 교수)     

그래픽=김현서 kim.hteonseo12@joongang.co.kr                    [자료 서울교통공사]

그래픽=김현서 kim.hteonseo12@joongang.co.kr [자료 서울교통공사]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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