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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 “수능 1년에 2회 환영” 교사들은 찬반 갈려

중앙일보 2017.12.15 01:01 종합 14면 지면보기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14일 서울 경희대에서 열린 ‘대입 정시전형 진학설명회’를 찾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입시 전문가의 정시 지원 전략을 듣고 있다. [최승식 기자]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14일 서울 경희대에서 열린 ‘대입 정시전형 진학설명회’를 찾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입시 전문가의 정시 지원 전략을 듣고 있다. [최승식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한 해 두 차례 치르는 방안을 교육부가 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입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의견과 ‘수능을 여러 번 보면 혼란이 커진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교사 사이에선 찬성·반대 목소리가 다양하게 나왔다.
 
앞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는 과정에서 앞으로 수능을 복수로 실시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평가 횟수를 어떻게 할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이튿날 “내년 8월 수능 개편안 발표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능 개편안은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 적용된다. 영어·한국사에 적용된 절대평가를 수능 전체 혹은 주요 과목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에 이어 또 수능을 본 재수생 전모(19)씨는 “한 번만 응시해 진로를 결정한다는 건 수험생 입장에선 매우 큰 부담”이라며 복수 실시에 찬성했다. 전씨는 “지난해엔 수능 전날 감기에 걸려 시험을 망쳤다. 어쩔 수 없이 재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1회 수능은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는 데 공감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운용(41·경기도 고양시)씨는 “수능을 모델로 한 미국대학입학자격시험(SAT)도 여러 번 본다는데 왜 우리만 한 번 봐야 하느냐”며 “‘한판 승부’라는 심리적 부담이 줄면 시험을 마음 편히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 서라벌고 유석용 부장교사는 “수능을 자격고사처럼 여러 번 보게 한 뒤 학생들은 학생부전형 등을 치르면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휘문고 우창명 진학부장도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해 고교 교육에서 1, 2학년 때 수능을 보게 하고 나머지는 진로 교육이나 심화학습에 집중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에 서울 문일고 김혜남 진학부장은 “절대평가로 바뀌는 수능을 두 번씩이나 치르면 변별력이 떨어져 입시에서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교총 김재철 대변인도 "수능을 2번 보게 되면 학생들의 시험 부담을 낮추기보다 오히려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능 복수 실시는 수능 도입 첫해인 1993년에 적용된 바 있다. 하지만 그해 두 번의 시험에서 난이도 차가 많이 나 혼란이 생기자 이듬해 중단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다시 ‘수능 2회 실시’ 논의가 나왔다.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산하 대입선진화연구회는 2010년 ‘수능을 11월에 보름 간격으로 2회 치르자’고 제안했다. 수험생이 질환·사고 등 불가피한 사유로 수능을 못 보면 1년을 다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막자는 취지였다. 제안 내용은 수험생이 두 번의 수능 중 원하는 성적을 대학에 내는 것이었다. 다만 당시 제안에선 수능 응시 자격을 고3 혹은 고교 졸업자로 한정했다. 연구회는 당시 “수능 초기와 달리 수능에서 난이도에 따라 만점이 달라지는 표준점수체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난이도 조절 실패로 인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수능 2회 실시가 ‘입시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대입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보다 크던 때다. 현재는 수능으로만 합격자를 뽑는 전형의 비중은 30% 정도로 낮아졌다.
 
수능 2회 실시안은 지난 2월에도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학년 2학기나 3학년 1학기에 한 차례, 이어 3학년 2학기에 또 한 차례 수능을 보는 방안을 내놓았다.
 
‘수능 2회’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수능에서 절대평가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사에서 이어 올해는 영어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었다.
 
안연근(잠실여고)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수능 점수 하나로 줄 세워 학생을 뽑는 상대평가 체제에선 모집단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수 있어 2회 실시는 불가능하다. 수능을 두 번 보려면 꼭 절대평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되도록 낮춘다는 방향을 잡고 있다. 수능 점수 때문에 대입이 좌우되면 고교 교육이 대입만을 바라본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은 복수로 지원할 수 있고, 고교 1~3학년 중 아무 때나 응시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의 정시모집에서 수능이 합격을 좌우하는 것과 달리 미국 대입에선 SAT 점수가 합격 여부를 결정하진 않는다.
 
수능 복수 실시 변천 과정
1993년 첫 수능에서 두 차례 실시, 난이도 조절 실패로 이듬해부터 1회로 변경
2010년 8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11월에 보름 간격으로 수능 2회 실시’ 제안
2017년 2월 한국교육개발원 ‘3학년 1학기 전 1회, 2학기 1회’로 이원화 방안 제시
4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수능 2회 실시’ 대선 공약 제시
12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수능 2회 검토하겠다”
 
윤석만·이태윤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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