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로듀서 방시혁이 말하는 프로듀서로서 방탄소년단

중앙일보 2017.12.10 23:32
1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윙스 투어'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방탄소년단.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1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윙스 투어'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방탄소년단.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10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 폭설로 궂은 날씨에도 검은 롱패딩으로 무장한 2만여 관객이 운집했다. 지난 2월 18일 같은 곳에서 시작한 ‘2017 방탄소년단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 3 윙스 투어’의 파이널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것이다. 당초 11개 도시 19회로 예정됐던 투어는 장장 10개월에 걸쳐 19개 도시 40회에서 55만 관객을 불러들였고, 그 사이 방탄소년단(방탄)은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를 순회하고 돌아왔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고척돔을 ‘꿈의 무대’라 일컬으며 “다음은 ‘빌보드 핫 100’”이라고 밝혔던 목표를 초과달성해 금의환향한 셈이다.
 

'꿈의 무대' 고척돔 입성 10달 만에 달라진 위상
믹스테이프부터 '마이크 드롭'까지 24곡 선사
방시혁 "보편적 메시지라면 언어 문제 안돼
꿈 잃지 않고 정진해 성장 서사 이어갈 것"

공연은 ‘마이크 드롭(MIC Drop)’으로 포문을 열었다. DJ 스티브 아오키와 래퍼 디자이너와 협업으로 지난주 빌보드 음원 차트 ‘핫 100’에서 28위를 달성한 최신곡이요, 지금의 이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은 곡이다. 리더 RM은 “당시 방시혁 프로듀서가 후광을 업고 나오지 못한 팀으로서 겪었던 서러움이나 화를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제안을 해서 만들게 됐다. 처음엔 엄청 공격적으로 노래를 썼었는데 이제는 화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에 도리어 힘을 빼고 가벼운 마음으로 썼더니 우리 상황과 더 잘 맞는 곡이 됐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지난 2월 같은 자리에서 '빌보드 핫 100 진입' 목표를 밝힌 방탄소년단은 "이번엔 '빌보드 200' 1위, '핫 100' 탑 10에 진입하고 싶다"고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난 2월 같은 자리에서 '빌보드 핫 100 진입' 목표를 밝힌 방탄소년단은 "이번엔 '빌보드 200' 1위, '핫 100' 탑 10에 진입하고 싶다"고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난 2월 공연이 ‘유 네버 워크 얼론(You Never Walk Alone)’이라는 앨범 주제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힙합 아이돌로서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셋리스트(선곡표)로 꾸며졌다. 지난 9월 새롭게 시작한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 수록곡은 전체 24곡 중 4곡밖에 되지 않았다. ‘사이퍼 메들리’ ‘힙합성애자’ 등 힙합색이 짙게 뭍어나는 곡들을 주로 선보였다. ‘본 싱어(Born Singer)’ 등 데뷔 전 믹스테이프에 수록된 곡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이퍼 파트 3’에서 논란이 됐던 ‘남자는 담배, 여자는 바람필 때’ 등 가사를 ‘누구는 담배, 누구는 바람필 때’로 수정해 부르기도 했다. RM은 “잘못된 부분은 수정하는 게 맞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는 제작자인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방 대표는 “방탄은 자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음악을 통해 동세대와 교감하고 같은 성장통을 겪으며 성장해 왔다”며 “보편타당한 메시지라면 언어의 장벽과 문화적 폐쇄성을 넘어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슈가의 말에 영감을 얻어 ‘화양연화’ 시리즈를 만든 사례를 설명하며 “꿈을 잃지 않고 계속 정진해서 성장한다면 이들은 계속 소년일 수 있고, 이것이 방탄의 서사를 이루는 기본 토대”라고 설명했다.  
 
10일 기자간담회에 선 방시혁 대표는 "K팝의 고유한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10일 기자간담회에 선 방시혁 대표는 "K팝의 고유한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난달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를 시작으로 열흘간의 일정에 동행했던 방 대표는 “마치 가슴에 태극기를 자수로 박은 국가대표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모든 팬이 한국어 노래 ‘DNA’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아 현지에서도 계속 스케줄이 추가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러움과 동시에 부담감을 느낀 것이다. 그는 “90년대 중반에 정립된 아름다운 비주얼과 역동적인 퍼포먼스 등 K팝의 고유한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며 “한국어 가사가 실시간으로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는 세상에서 ‘금수저’ ‘육포세대’ 등을 표현하는 단어가 다를 뿐 그 의미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수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미국 회사와 계약해서 음반을 내면 그것은 더이상 K팝이 미국 시장에 데뷔하는 아시안 가수”라고 덧붙였다.  
 
다만 음악에 대해서는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둘 것을 시사했다. 방 대표는 “K팝이 영미권에서 낯설 순 있지만 힙합이나 흑인음악은 원래 그들이 친숙하게 여기던 것”이라며 “음악의 경계가 점점 더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탄의 색깔을 지키되 보다 하우스ㆍ알앤비 등 다양한 음악과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밝혔다. “특정 문화권을 타깃으로 하는 음악은 만들지 않겠지만, 비교적 발음이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단어를 활용한다거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며 향후 방향을 시사하기도 했다.
 
윙스투어 파이널

윙스투어 파이널

서울대 미학과 출신으로 애니메이션부터 I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도 그가 갖는 강점 중 하나다. 3대 기획사 SM(이수만)ㆍJYP(박진영)ㆍYG(양현석)엔터테인먼트가 모두 가수 출신 수장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작곡가로 시작해 JYP 수석 프로듀서를 거친 그는 아티스트보다 제작자 마인드로 임하기 때문이다. 일본 만화 ‘슬램덩크’(‘화양연화’)나 소설『데미안』(‘피 땀 눈물’)처럼 다양한 작품에서 모티브를 따오기도 한 방 대표는 “세상에 훌륭한 이야기는 이미 기원 전 5세기에 다 나왔다고 할 만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기에 다양한 콘텐트에 관심을 갖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박기수 교수는 “기존에 잘 알려진 서사를 차용하면 이야기가 풍부해질 뿐더러 이전의 경험과 만나 장르간 상호 텍스트성이 증폭된다”며 “더 많은 놀거리가 필요한 팬들에게도 적합한 콘텐트”라고 분석했다.  
 
한국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그동안 힙합은 아이돌 시장에서 불모지에 가까웠다. 다소 무모하게 느껴진 선택과 집중이 결국은 차별화를 꾀하게 된 것”이라며 “해외 팬덤의 경우 그룹 내 작사ㆍ작곡이 가능한 멤버가 있는지 역시 중요한 매력 포인트로 여기는 만큼 프로듀서 역할을 하는 멤버가 많은 것 역시 주효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빅히트 관계자는 “래퍼 라인 RMㆍ슈가ㆍ제이홉에 이어 최근 정국이 작업실에 들어왔다”며 “다음 앨범에서는 또다른 느낌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