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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잠을 깬 거인, 최혜진 프로 된 후 첫 우승

중앙일보 2017.12.10 17:36
프로가 되어 첫 우승을 차지한 최혜진. [KLPGA 박준석]

프로가 되어 첫 우승을 차지한 최혜진. [KLPGA 박준석]

올해 US여자 오픈 경기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아마추어 선수가 몇십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무척 흥미롭다”는 글을 올렸다. 주인공은 학산여고 최혜진(18)이다. 
 

올해 아마추어로 KLPGA 4경기서 우승 2번
프로 되어서는 6경기만에 효성 챔피언십 우승 감격
신인으로 개막전 우승 기록도 만들어
"내년엔 공격적인 모습 보여드리겠다"

최혜진은 올해 아마추어로 프로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차세대 빅스타였다. 지난 8월 프로로 전향했다. 프로가 되면 쉽게 나올 것으로 보였던 우승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러나 이 거인이 결국 베트남에서 잠을 깨고 우승의 문을 열었다.
 
슈퍼 루키 최혜진이 프로가 되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최혜진은 10일 베트남 호찌민의 트윈도브스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18시즌 개막전으로 열린 효성챔피언십에서 5타를 뒤집고 역전 우승했다.  
 
막강한 KLPGA 투어에서 외국인이 챔피언이 되기는 어렵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초청으로 나온 외국 선수들이 손쉽게 우승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KLPGA가 커지고 나서는 철옹성이다.  노무라 하루, 리디아 고 등 교포를 제외하면 외국인이 우승한 경우는 없었다. 마지막 우승은 2005년 줄리 잉크스터였다.  
빠린다 포칸 [KLPGA 박준석]

빠린다 포칸 [KLPGA 박준석]

12년 만에 새로운 외국인 챔피언이 나오는 듯 했다. 올해 태국 투어 상금랭킹 1위인 빠린다 포칸(21)은 4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 경기를 시작했다. 포칸은 전날까지 완벽한 경기를 했고 타수 차이가 커서 가능성은 높았다. 
 
포칸은 지난해에는 KLPGA 정규투어 시드 순위 전에 출전해 본선까지 오른 경력이 있다. 포칸은 “한국은 꿈의 무대 중 하나”라면서 “우승한다면 당연히 한국에서 뛰겠다”고 했다.  
 
포칸이 꿈의 무대로 가기 위해 남은 마지막 남은 테스트는 최종라운드의 압박감을 극복할 수 있는가였다.  
 
11번홀. 포칸은 티샷을 한 후 실망해 무릎을 굽혔다. 공은 페어웨이 왼쪽에 있는 호수에 빠졌다. 물 뒤에서 벌타를 받고 우드로 친 세 번째 샷은 핀 바로 옆에 맞았지만 그린을 훌쩍 넘어갔다. 더블보기를 했다. 전날까지 하루 평균 5.5언더파를 쳤던 포칸은 이날 4오버파를 쳤다. 9.5타 차이가 났다. 빠린다 포칸은 우승경쟁에서 빠졌다. 
프로가 되어 첫 우승을 차지한 최혜진. [KLPGA 박준석]

프로가 되어 첫 우승을 차지한 최혜진. [KLPGA 박준석]

 
반면 전날 짧은 퍼트를 거푸 놓쳤던 최혜진은 감을 잡았다. 11~13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최혜진은 2번홀과 13번홀에서는 칩인 버디를 잡았다.  
 
최혜진은 최종라운드 4언더파 합계 10언더파로 2위 박결, 임은빈, 서연정을 2타 차로 제치고 첫 프로 우승 상금을 받았다. 빠린다 포칸은 4타를 잃고 7언더파 공동 5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초등학교 3학년때 골프를 시작한 최혜진은 2014년부터 줄곧 국가대표에 뽑혔다. 4년 동안 국가대표를 한 선수는 김효주(22) 이후 처음이다. 최혜진은 올해 프로 대회에 6번 참가했다. 
 
LPGA 투어 호주여자오픈 7위, KLPGA E1 채리티 오픈 준우승, 한국여자오픈 4위, 초정탄산수 우승, US여자오픈 준우승, 보그너 오픈 우승이다. 6개 대회에서 우승 2회, 준우승 2회, 4위 한 번, 7위 한 번이다. KLPGA 대회만 치면 4경기에서 우승 2회, 준우승 1회, 4위 한 번이었다.  
 
아마추어 선수가 KLPGA투어 프로 대회에서 우승한 건 2012년 김효주 이후 그가 처음이었다. 아마추어가 KLPGA 대회에서 2승을 거둔 것은 1999년 임선욱 이후 18년 만이다. 최혜진은 지난 8월 프로로 전향했다. 최혜진은 김효주(2년간 10억원)보다 좋은 조건에 후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가 되어서는 아마추어때만큼 쉽지는 않았다. KLPGA 6경기, LPGA 투어 대회를 포함하면 8대회 만에 우승했다. 올해 US오픈에서 박성현에 이어 2위에 오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찬사를 받기도 했던 최혜진이 결국 우승 문을 열었다. 최혜진은 우승 후 눈물을 흘렸다. 
  
최혜진은 2017년 데뷔했지만 후반기에 출전을 시작해 2018년 신인으로 처리된다. 따라서 신인 개막전 우승이 된다. 신인이 개막전 우승을 한 것은 KLPGA 투어에서 처음이다.    
 
최혜진은 "5타차가 나고 있어서 별 기대 안 했다. 개막전 신인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 썼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랍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편하게 쳤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칩 인 버디 두 개가 컸다. 2017 시즌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처음으로 1년 풀 시즌을 치르게 될 이번 루키 시즌이 기대가 많이 된다. 하반기 5개 대회 뛰어 봐서 나름 파악했다고 생각하고 2018 시즌은 내 스타일 대로 공격적인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최혜진 [KLPGA 박준석]

최혜진 [KLPGA 박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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