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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이스라엘 공습으로 팔 주민 사망…동맹국들도 반발

중앙일보 2017.12.10 17:31
서안 지대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 [EPA=연합뉴스]

서안 지대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 [EPA=연합뉴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과 중동의 동맹국들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군과의 충돌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발생하고 동남아와 아프리카까지 반발 시위가 확산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모양새다.
 

하마스 로켓포 공격에 맞서 공습해 2명 사망
시위대 2명도 총맞아 사망…부상자 1000명 넘어

유엔 안보리서도 트럼프 일제히 성토
영, 프, 독 등 EU 5개국은 함께 반대 성명

아랍연맹 22개국 “트럼프 결정 철회하라”
美 동맹인 사우디ㆍUAEㆍ요르단 등도 동참

중동과 아프리카의 아랍계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10일(현지시간) 새벽까지 긴급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미국의 결정은 국제법 위반으로 무효이며, 역내 긴장과 폭력을 고조시키는 만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예루살렘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경은 미국이 중동평화 프로세스의 후원자이자 중재자 역할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동"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비난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성명에는 미국의 중동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등도 동참했다.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은 아랍연맹 긴급 정상회의를 예루살렘에서 개최하고, 한 달 안에 외무장관 회의를 다시 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AP통신은 일부 국가들은 미국 제품 불매나 미국과의 외교 관계 격하를 주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했다(좌). 이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는 8일 긴급회의를 열고 트럼프의 결정을 강력 비판했다.(우) [연합뉴스, 유엔 홈페이지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했다(좌). 이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는 8일 긴급회의를 열고 트럼프의 결정을 강력 비판했다.(우) [연합뉴스, 유엔 홈페이지 캡처]

앞서 8일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영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 우루과이, 세네갈, 이집트 등 8개 이사국의 요구로 열린 회의에서 매슈 라이크로프트 유엔주재 영국대사는 "이번 결정은 중동에서의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국은 텔아비브에 있는 대사관을 옮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벳쇼 고로(別所浩郞) 일본 대사도 “어떤 일방적 조치도 반대한다”며 “폭력이 더 큰 위기로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연합(EU) 5개국은 안보리 회의가 끝난 후 별도 공동 성명까지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어긋난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협상해 국경을 정하기 전까지 예루살렘은 양측 모두의 수도"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단지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궁극적으로 국경을 결정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헤일리 대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선택한다면 ‘2개 국가 해법’에 대해 확고하다”고 수습에 나섰다.
서안 지역 라말라에서 시위를 진압하는 이스라엘 부대 [AFP=연합뉴스]

서안 지역 라말라에서 시위를 진압하는 이스라엘 부대 [AFP=연합뉴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분노의 날'로 선포한 8일 이후 팔레스타인 전역에서는 반미, 반이스라엘 시위가 계속됐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쪽으로 로켓을 발사했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무기 제조 및 보관 장소 등에 대한 공습에 나서면서 팔레스타인 2명이 숨졌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2014년 이른바 ‘50일 전쟁’ 이후 3년 만이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실탄을 쏴 두 명이 숨져 사망자는 4명이 됐다. 어린이를 포함해 팔레스타인 부상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 북부에서는 버스에 돌이 날아와 이스라엘 주민 세 명이 다쳤다고 BBC가 전했다.  
말을 탄 이스라엘 경찰이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있다. [AFP]

말을 탄 이스라엘 경찰이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있다. [AFP]

트럼프의 결정에 분노한 시위는 중동의 이슬람 국가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이슬람 국가에서도 일어났다. 하지만 서안과 가자지구 등에서 팔레스타인의 항의 시위는 8일 이후 참가 인원이 줄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중동에서 미국의 평화 중재자 역할은 당장 축소되고 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달 말 중동을 방문하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의 회동을 거부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압바스 수반과 통화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계획이라고 통보한 뒤 그를 백악관에 초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압바스 수반은 초청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9일 통화하고 미국 정부가 결정을 번복도록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중앙포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제사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발표를 비판만 할 뿐 하마스가 로켓 공격을 다시 시작한 데 대해선 주목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10일 마크롱 대통령, 11일 EU 외무장관들과 만나 외교전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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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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