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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영하 26도에 백두산행…또 불길한 사건 터지나

중앙일보 2017.12.10 15:19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7일 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의 출생지라고 북한이 주장하는 백두산 밀영의 8일 기상을  “최저기온 영하 26도, 최고기온 영하 17도”라고 예보했다. 8일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에 오른 것으로 추정되는 날이다. ‘밀영’의 해발 고도가 1580m이고, 김정은이 머물렀던 곳이 2600m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백두산 정상의 기온은 영하 31℃~영하 22℃(100m 상승할 때 0.5℃ 하락) 가량인 것으로 기상 당국은 추정했다.  
북한 관영 언론들은 김정은이 백두산에 올랐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그는 독사진을 찍을 때는 모자를 벗었지만 수행원과 이야기를 하거나 지시하는 장면에선 털모자를 썼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 관영 언론들은 김정은이 백두산에 올랐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그는 독사진을 찍을 때는 모자를 벗었지만 수행원과 이야기를 하거나 지시하는 장면에선 털모자를 썼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일 이어, 김정은도 중대결심전 백두산행
장성택ㆍ현영철 처형 전, 지난해 5차 핵실험 후에도
미국 움직일 '카드' 사용? 군사적 긴장서 대화 국면으로 모드 전환?
정권수립 70주년 내년 신년사에 백두산 구상 나올 듯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8일 백두산 밀영지역의 최고기온이 영하 17도일 것으로 예보했다.[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8일 백두산 밀영지역의 최고기온이 영하 17도일 것으로 예보했다.[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이 집권 이후 5년간 백두산을 더러 올랐지만 12월에 찾은 건 처음이다. 최고기온이 영하 20℃인 엄동설한에 그가 최용해 부위원장 등과 백두산에 오른 이유는 뭘까. 북한 관영 언론들은 “백두 성산(聖山)을 혁명전통교양의 거점으로 더 잘 꾸리기 위한 과업을 제시했다”거나 “백두산 답사자들의 편의를 위해 여관(숙박시설) 등을 건설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표면적으로 북한이 ‘혁명의 성지’로 여기는 백두산 시설물들을 점검하고 보완을 지시한 셈이다. 주요 건설 사업 책임자인 마원춘 국방위 설계국장을 동행토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 관영 언론들은 김정은이 백두산에 올랐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그는 독사진을 찍을 때는 모자를 벗었지만 수행원과 이야기를 하거나 지시하는 장면에선 털모자를 썼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 관영 언론들은 김정은이 백두산에 올랐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그는 독사진을 찍을 때는 모자를 벗었지만 수행원과 이야기를 하거나 지시하는 장면에선 털모자를 썼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하지만 그가 중대한 결심을 하거나 결단을 앞두고 이곳을 찾았던 점을 고려하면 뭔가 ‘큰일’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김정은은 2013년 12월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2015년 4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직전 백두산을 찾았다.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이후에도 백두산이나 인근 삼지연을 찾았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도 1970년대 유일사상 10대 원칙(주민들의 생활 지침)을 발표하거나, 77년 김동규 부주석을 숙청하기에 앞서 백두산 인근의 낚시터에서 시간을 보내며 장고(長考)를 한 적이 있다”며 “북한 지도자들이 주요 결단을 내리기 전 백두산을 찾는 모습을 김정은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이 태평양 상에서 수소폭탄실험을 하거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장거리로켓(미사일) 발사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올해 들어 핵과 미사일을 총동원해 미국과 담판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더 센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9월 3일)이나 화성-12ㆍ14ㆍ15형 미사일 발사에도 미국이 움직이지 않자,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지 대화를 할지 판단해야만 할 정도의 더 큰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추가 도발 버튼을 만지작거릴 수 있다는 우려다. 지도자가 엄혹한 날씨에 백두산을 찾은 만큼 국제제재에도 잘 견디자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전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의 시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이 지난 7월 4일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후 (김일성,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듯 이번 백두산행은 지난달 29일 미사일(화성-15형) 발사 성공 후 핵 무력 완성을 신고하는 차원일 수 있다”며 “새해 들어선 미국이나 한국에 대화 공세를 통해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결의를 다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김정은이)‘11월의 대사변’을 이루고 백두산을 찾았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주 방북했던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 일행을 환대하고, 대화 채널을 유지키로 합의하는 등 외교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찾은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냉랭함을 유지했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정영태 동양대 통일군사연구소장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탈피하고, 대화 모드로 가기 위해 유엔을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내년은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인 만큼 김정은으로서는 정치, 경제,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성과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 해의 정책 지침을 밝히는 내년 1월 1일 신년사에 그의 백두산 구상이 구체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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