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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아들, 야근하다 숨졌는데"…아버지, 청와대에 순직 청원

중앙일보 2017.12.10 12:24
지난 9월 야근 중 숨진 최모(30) 경장의 아버지가 최 경장의 순직을 인정해달라며 청와대에 청원을 냈다. [사진 청와대 청원 게시판]

지난 9월 야근 중 숨진 최모(30) 경장의 아버지가 최 경장의 순직을 인정해달라며 청와대에 청원을 냈다. [사진 청와대 청원 게시판]

야근 중 숨진 경찰관의 아버지가 아들의 순직을 인정해 달라며 청와대에 청원을 냈다. 
 

지난해 5월 첫 발령 받은 아들
평소 운동 즐기고 술·담배 안 해
지난 9월 야간근무 중 숨졌지만
"사망원인 불명…순직 인정 안돼"

지난 9월 숨진 최모(30)경장의 아버지는 지난 8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떠난 아들이 순직 처리돼 현충원에 묻히길 고대하며 죽지 못하고 힘겹게 버텨 왔는데 순직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아들이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하다 순직한 부끄럽지 않은 경찰관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명예를 찾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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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경장은 지난 9월 26일 오전 2시50분 포항북부경찰서 죽도파출소 2층 숙직실에서 숨졌다. 최 경장이 경찰 근무를 시작한 지 1년 4개월 만이었다. 최 경장은 전날 오후 6시부터 야간근무를 한 후 오전 1~3시 숙직실서 대기근무를 하고 있었다. 동료경찰관은 "누워 있길래 자는 줄 알고 깨우려고 했는데 일어나지 않았다.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 경장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에 따르면 최 경장은 25일 오후 6시 출근한 뒤 숙직실 대기 근무 직전까지 4번을 출동했다. 오후 10시15분쯤에는 술에 취한 사람이 대리운전자를 폭행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용의자를 제압했다. 경찰은 순찰차 뒷좌석에서 용의자와 최 경장이 함께 타고 오는 과정에서 용의자가 갑자기 저항하는 등 소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용의자는 최 경장보다 체격이 큰 남성이었다. 파출소에 온 뒤에도 최 경장을 향해 욕설하고 침을 뱉었다.  
 
[일러스트=박용석]

[일러스트=박용석]

최 경장의 아버지에 따르면 유족은 지난달 22일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순직 유족 불승인 통보라는 문서를 받았다. 공단 측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데 최 경장의 부검결과 그렇지 않다. 공무상 과로로 인한 연관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종태 노무법인 봄날 노무사는 "고인의 경우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지병도 없었으며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일하던 중 사망했는데, 순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청원글에서 최 경장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버린 아들의 사진을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아내를 보며 회사로 발길을 돌릴 수가 없다. 죽지 못해 살아야 하는 오늘 하루가 너무나도 괴롭고 힘이 든다"고 호소했다. 
경북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경북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또 그는 경찰관·소방관 등의 순직 심사 시 위험직무의 특수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최 경장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경찰관, 소방관 중 누군가는 또 우리 아들처럼 격무를 견뎌내며 새벽을 지키다 쓰러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복무 중 사망한 경찰관은 438명에 달한다. 4일에 1명꼴이다. 하지만 순직으로 인정된 경찰관은 79명으로 18%정도에 불과하다.    
 
10일 낮 12시 기준 '위험직무 수행 중 사망한 경찰관, 소방관 순직 심사 관련 제도 개선'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 댓글이 달렸다. 청와대 청원글의 경우30일 내 20만명의 참여가 있어야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다.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건장한 30살 청년이 일하던 중 사망했는데 순직이 아니라는 말에 다들 허탈해한다"며 "꼭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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