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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길에서 급브레이크 밟아보니…제동거리 7.7배 증가

중앙일보 2017.12.10 11:00
시속 30㎞를 초과하면 빙판길에서 차체 제어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 교통안전공단]

시속 30㎞를 초과하면 빙판길에서 차체 제어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 교통안전공단]

지난 5일 자정 무렵 눈이 내린 뒤 빙판길로 변한 인천 서구 석남동 북항 구름다리에서 삼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빙판길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자동차사고를 월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2월 평균 사고율이 23.5%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12월의 적설량이 1년 중 가장 많아 빙판길 추돌사고가 빈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속 50㎞주행 중 급브레이크 밟는 실험 진행
버스 제동거리 마른도로 17.2m, 빙판길132m
승용차 빙판길 제동거리도 48.3m로 길어
시속 30㎞ 이상이면 핸들과 브레이크 무용지물
빙판길 교통사고 치사율 마른도로의 1.6배
빙판길,눈길에서는 속도 줄이고 방어운전해야

그렇다면 빙판길 운전은 얼마나 위험할까. 지난 7일 교통안전공단이 경북 상주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빙판길 교통사고 위험성을 실험한 결과 빙판길에서의 제동거리는 마른 노면 대비 최대 7.7배까지 증가했고, 시속 30㎞를 초과하면 빙판길에서 차체 제어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영서 대부분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10일 오전 춘천시 우두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시민이 눈 쌓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영서 대부분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10일 오전 춘천시 우두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시민이 눈 쌓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버스와 화물차, 그리고 승용차가 각각 시속 50㎞ 주행 중 급제동했을 때 버스의 경우 마른 노면 제동거리는 17.2m였는데 빙판길에서는 132.2m나 간 다음에 멈춰 빙판길 제동거리가 7.7배 길었다. 승용차의 빙판길 제동거리도 48.3m로 마른 노면의 제동거리(11m)보다 4.4배 길었다.  
 
빙판길에서 핸들과 브레이크를 조작해도 차량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사진 교통안전공단]

빙판길에서 핸들과 브레이크를 조작해도 차량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사진 교통안전공단]

또한 빙판길에서 미끄러짐 현상이 발생할 때의 차체 제어 능력을 시험한 결과 시속 30㎞ 미만일 때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적절한 핸들조작만으로 차체를 제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속 30㎞ 이상에서는 차가 조향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핸들과 브레이크가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빙판길에서는 제동거리가 증가하고 조향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교통안전공단이 최근 5년(2012년~2016년)간 노면 상태별 교통사고 치사율을 분석한 결과 건조한 노면에서의 교통사고 치사율(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2.07명이지만 빙판길에서는 3.21명으로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위험한 빙판길이나 눈길에서 안전하게 운전하려면 차량 출발 전부터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우선 차량에 눈이 쌓였다면 쌓인 눈을 꼼꼼히 털어내고 운전해야 한다. 시야 확보를 위해 운전석 유리창에 쌓여있는 눈만 제거하고 운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차 지붕에 쌓여있던 눈이나 후드에 쌓여있던 눈이 운행 중 앞 유리에 가려 운전을 방해할 수 있다. 쌓여있는 눈은 전조등이나 방향지시등을 가릴 수 있어 운전자 및 상대방에게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10일 경기와 강원 일부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지역에도 오전 10시 총적설량이 4.3㎝를 기록해 광화문 경복궁이 하얗게 변해있다.[연합뉴스]

10일 경기와 강원 일부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지역에도 오전 10시 총적설량이 4.3㎝를 기록해 광화문 경복궁이 하얗게 변해있다.[연합뉴스]

 
또한 눈길에서는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 신발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게 안전하다. 눈이나 진흙이 브레이크 페달에 묻어버리면 신발이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출발할 때 기어를 수동은 1단, 자동은 D에 놓고 출발한다. 그러나 눈길이나 빙판길에서는 수동은 2단, 자동은 D 레인지에서 홀드나 윈터 버튼을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눈길이나 빙판길에서는 출발할 때 구동축에 힘이 많이 전달되면 그만큼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눈길이나 빙판길 위에서 바퀴가 헛돌 때는 당황하지 말고 근처에 모래나 흙을 구동 바퀴 주위에 뿌리고 기어를 2단으로 하여 천천히 빠져나오면 된다.  
 
눈길, 빙판길에서 운전을 시작하면 제동거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반드시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서행해야 한다. 또한 눈길, 빙판길에서 급제동은 차량의 조향력을 잃기 쉬우므로 아무리 고급 사양의 안전보조장치가 장착된 차량이라고 하더라도 눈길이나 빙판길에서는 급제동이 위험하다. 아울러 감속 시에는 가급적 엔진 브레이크를 활용하고  앞차와의 충분한 거리 확보를 통해 서서히 멈추는 것이 추돌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또한 노면이 얼었을 때는 골목길보다 큰길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제설작업은 차량 통행량이 많은 큰길부터 하기 때문이다. 또 큰길은 낮에 일조량이 많아 좁은 길보다는 상대적으로 눈이 더 잘 녹는다.  
 
장거리를 운전할 때에는 미리 가는 경로의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도로상황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것이 좋다. 눈이 자주 내리는 지역에서 운행하는 경우 타이어를 스노우타이어로 교체하는 것도 안전 운전의 한 방법이다. 스노타이어는 일반타이어보다 미끄러짐이 덜하기 때문에 눈길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교통안전공단 조정조 상주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장은 “겨울철에는 빙판길이나 눈길을 항상 염두에 두고 운전을 하고 빙판길이 예상되는 곳에서는 무조건 속도를 줄이고 방어 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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