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입 냄새 잡는 화끈한 청량감 일품

중앙선데이 2017.12.10 02:00 561호 22면 지면보기
독일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이들의 손마다 ‘쌍둥이 칼’이 들려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TV홈쇼핑 상품으로도 취급되는 독일제 헹켈 말이다. 흔해지면 당연히 인기가 시들해진다. 그렇다고 독일 땅까지 밟아본 여행객들이 ‘메이드 인 저머니’가 찍힌 오리지널의 유혹을 뿌리치긴 힘들다. 빈 손으로 돌아오기 머쓱하다면 쌍둥이 칼을 대신할 물건이 있어야 한다.  

윤광준의 新생활명품 <72> 아요나 치약

 
‘빨간 치약’으로 유명한 아요나(Ajona) 스트마티쿰은 이럴 때 필요하다. 알음알음으로 이 치약을 사오는 이들이 많다. 나도 독일에 가면 동네 슈퍼마켓에서 아요나 치약을 손에 집히는 대로 산다. 독일인이 이 모습을 봤다면 한국의 아저씨가 벌이는 영락없는 치약 사재기 현장이다. 고개를 갸우뚱해도 할 수 없다. 국내에서 팔지 않는 아요나 치약을 여유 있게 사두려는 것뿐이니까.  
 
치약 튜브의 색띠를 확인하라
요즘 세상에 생필품인 치약을 외국에서 사온다? 모자라고 없어서가 아니다. 의심되는 일부 국산 치약의 안전성과 유해 논란의 불신이 가져온 반동이다. 마음 놓고 쓸 만한 치약이 있다면 비싼 값을 얼마든지 치루겠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유럽과 호주에서 만든 안전하다고 소문난 럭셔리 치약의 높은 인기가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치약마저 수입품을 써야 하느냐는 탄식은 힘을 얻지 못한다. 사용자들의 절박한 심정이 더 힘을 얻고 있는 까닭이다.  
 
툭 하면 화학 제품의 성분 유해 논란이 불거진다. 독성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 업체의 도덕성이 비난받고 책임 당국의 감독 소홀까지 성토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잊을 만하면 다시 터지는 뉴스는 그칠 줄 모른다. 그야말로 어이없다. 개인 위생에 직접 연결되는 메탄올 물티슈, 다이옥신 기저귀, 발암 물질이 나온 생리대와 치약, 심지어 살충제가 든 달걀까지…. 이런 물건들로 얼굴을 닦아내고 직접 몸에 접촉하고 게다가 먹게 되는 상상을 해 보라. 어느 누가 피해의 당사자가 되기를 바랄까.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문제되지 않는 제품을 찾기가 더 어려울 거다. 화학성분이 담긴 제품이라면 유해성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일지 모른다. 문제는 이런 물건들을 쓰지 않고 하루도 살아갈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유명 업체의 제품이라 해도 100% 믿을 수 없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무방비로 노출된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케미포비아’(케이컬 Chemical과 포비아 Phobia의 합성어·화학물질 공포 증후군)는 현실이다. 소비자들의 불안은 당연하고 자발적 대처도 이유 있다.  
 
생필품의 유해성이 알려지면 모두 흥분하고 이내 공포에 휩싸인다. 집단 성토는 요란하고 피해자와 소비자들의 분노는 폭발한다. 회사와 정부를 상대로 한 지리한 소송마저 주저하지 않는다. 결과는 비슷하다. 사안의 중대함만큼 피해자의 구제는 언제나 시원치 않음을 우리는 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동안 시끌시끌했던 사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까맣게 잊혀진다. 이후의 대처와 확인에 대해서도 둔감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비슷한 화학제품은 여전히 만들어지고 무감각해진 소비자들은 별 의심 없이 쓴다. 공포는 순간의 공포일 뿐, 날이 바뀌면 낡은 일상은 습관적 되풀이로 이어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6년 9월 발표한 자료는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치약제조 업체 68개소 3679개 제품의 전수조사 결과다. 이 중 10개 업체에서 만든 149개의 치약에서 CMIT/MIT 란 발암물질과 트리클로산과 파라벤 성분이 검출됐다. 이들 메이커의 상당수는 알만한 대기업이고 많이 팔리는 익숙한 제품들이 끼어있다. 정부는 “유해 성분의 검출량이 규제치를 밑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보다 엄격한 기준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애써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는 듯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 발표는 공허했다. 여태까지 쓰던 치약인데 그 정도는 괜찮다는 모호한 판정이랄까.  
 
깨어있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다. 까다로운 선택의 기준으로 해롭지 않은 치약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이어진다. 유기농 생약성분과 향이 첨가됐다는 해외 유명치약에 솔깃해지는 건 순서다. 이탈리아·프랑스·독일·미국·호주에서 만들어진 치약의 수입량이 갑자기 늘어난 배경이다.  
 
좋은 치약을 들먹였으니 스쳐버리기 쉬운 비밀을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치약 튜브의 끝을 보면 색띠로 된 표시가 있다. 이는 치약 뚜껑을 막고 튜브의 끝에 내용물을 넣는 주입구 표시다. 기계에게 위치 인식을 시키는 ‘아이 마크’라 할 수 있다. 이런 기능에 더해 치약 성분까지 구분된다. 검정색은 100% 화학성분, 파란색은 천연성분과 의약품이 섞인 것, 빨간색은 천연성분과 화학성분의 혼합, 녹색은 천연성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화학성분이 들어있다 해서 모두 해롭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용중인 치약의 뒷부분을 한 번 확인해 보기 바란다.  
 
팥알 만큼만…자극적 향은 호불호 갈려
아요나 치약은 독일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 가운데 하나다. 평소 보던 폴리에틸렌 재질의 치약과 다르게 생겼다. 강렬한 빨간색으로 금속 튜브에 담겼다. 얼핏 보면 여행용 고추장 포장 같다.  
 
빨간색의 비밀은 간단하다. 향과 맛, 농축 정도가 다섯 배나 강력해 이에 대한 시각적 경고랄까. 반드시 일반 치약보다 1/5이하의 소량(팥알 크기)만 짜서 물 묻히고 닦아야 한다. 단번에 퍼지는 강렬한 향이 얼마나 센지 알게 된다. 작아 보이지만 150여 회를 쓸 수 있다.
 
성분이 궁금할 것이다. 천연과 화학성분이 섞여있는 혼합 치약이다. 항간에 떠도는 발암물질인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은 들어있지 않다.  
 
아요나 치약의 성분도 말이 많긴 하다. 유해 성분으로 알려진 계면활성제가 섞여있는 탓이다. 이 부분의 유해성 여부는 독일과 우리나라 규제 기준이 다르다. 아요나 치약은 성분보다 사용법을 강조하고 있다. 하루 두 번 3분 동안 양치하고 여러 번 물로 입안을 헹궈낼 것을 전제로 안전성을 보증한다. 독일 치과협회는 아요나 치약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아 인터넷 구매나 해외 직구로 유통된다. 써 본 이들의 호불호가 분명한 점이 재미있다. 입 냄새가 신경 쓰이는 이들이라면 강렬한 구취효과를 우선한다. 입 안의 텁텁함이 가시고 뽀드득 소리가 날 듯 개운한 청량감을 일품으로 친다. 반면 민감한 이들은 자극적 향의 거부감을 드러낸다. 암모니아 냄새와 독한 파마 약을 연상시킨다는 불만도 많다.
 
장식을 걷어낸 본질의 충실함은, 무뚝뚝하지만 정직한 독일인의 특질 같다. 아요나 치약은 충치예방과 잇몸염증 치주염까지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치아 하나는 기막히게 닦아주는 물건이다. 게다가 가격의 허세까지 없다. 난 아요나의 화끈한 청량감과 거친 향이 좋다. 한 달을 너끈히 버티는 25ml 용량의 작은 부피도 마음에 든다. 한 번 써보게 되면 끊지 못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윤광준 : 글 쓰는 사진가. 일상의 소소함에서 재미와 가치를 찾고, 좋은 것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즐거운 삶의 바탕이란 지론을 펼치고 있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