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거꾸로 가는 법인세율 인상

중앙선데이 2017.12.10 01:00 561호 30면 지면보기
Outlook
지난 5일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소득에 대한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법인세율 인상 개정안이 별다른 저항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적용 대상은 한국의 초(超)대기업 77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국민 대다수가 이번 세율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 건너 불 보듯 하니 안타깝다.

77개 기업 2조3000억 더 걷으려고
‘대기업 억제’ 정책의 신호 보낸 셈

경제 심리 식으면 피해는 모두에게
‘30-50 클럽’ 유지하려면 성장 필수

 
복지 등 국가정책 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조세부담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게 거두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주장이다. 이익이 많이 나는 일부 대기업이 3%포인트 세금 더 내는 게 뭐 대수냐고 하면 너무나 안이한 생각이다.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연간 2조3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증세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올해만도 세수가 예상치보다 20조원 더 걷힐 예정인데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세율을 올린다고 세금은 자연스럽게 더 걷히는 게 아니다.
 
개인도 여유자금을 투자할 때는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해외펀드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선호한다. 개인연금 가입 여부에 있어 세금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정부는 세제를 통한 유인책(인센티브)을 정책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법인세율 인상은 당연히 세후 투자수익을 중시하는 국내외 기업의 투자결정에 영향을 준다. 한국 대표기업의 늘어난 조세부담은 대기업에 투자하는 소액주주,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 중소기업과 근로자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돌아갈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앞다퉈 법인세를 낮추고 기업을 유치하려고 경쟁하는 판국이라 타이밍도 엇박자다. 미국 상원은 지난 2일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을 35%에서 20%로 낮추는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일본도 기업의 실질적인 세 부담을 현행 29.97%에서 25%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영국은 최근 10년 동안 법인세율을 10%포인트나 낮추어 19%에 이르렀다. 프랑스도 낮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만 이번 법인세율 인상으로 과표 구간이 더 복잡해져 4단계가 됐다. 반면 OECD 회원국(35개국) 가운데 26개국은 법인세 단일세율을 채택하고 있다. 법인세 과표 구간이 4단계인 국가는 OECD에서 포르투갈밖에 없다.
 
조세정책은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의 시금석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린 최고세율(22%)을 노무현 정부 시절(25%)로 회귀시킴으로써 문재인 정부는 국가경제의 운영 방향을 바꾼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냈다.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기술혁신 등 다른 요인들과 맞물려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경기전망, 경직적 노동정책에 더해 대기업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 하향 조정과 법인세율 인상은 분명히 초대기업에게는 불리한 정책이다. 이런 환경이라면 중견기업은 대기업이 되기를 포기하고 적당한 크기에서 성장을 멈추려 할 것이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 기업 분할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물론 투자와 고용도 함께 멈출 것이다.
 
초대기업을 총수와 그 일가로 구성된 재벌과 동일시한다면 법인세를 더 거둘 명분이 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대기업이 한국을 넘어 글로벌 대표기업으로 우뚝서기까지는 경영진의 자질과 능력이 한몫 한 것도 사실이다. 재벌의 존재만 부각시켜 대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소액주주와 수많은 임직원 그리고 협력업체의 존재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대기업의 성장을 억제시키고도 한국경제를 견인할 대책을 갖고 있거나 자신이 있는지도 스스로 되짚어 봐야 한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경제는 열정과 응원으로 활력을 불어넣어야 월드컵 4강 신화와 같은 실력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법인세율 인상으로 대기업 억제 정책의 시동을 걸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면 단순히 그 효과가 법인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정부에서는 기업하기 힘드니 눈치나 보면서 쉬어가자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다. 기업의 역동성은 사라지고 경제는 동면기에 접어들까 염려된다.
 
‘30-50 클럽’은 국민소득이 3만 달러이면서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를 말한다. 현재 조건을 갖춘 국가는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 6개국이다. 내년이면 우리나라가 7번째 국가가 된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저출산으로 인구 5000만 명을 유지하지 못해 들어가도 ‘잠깐’일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북한 인구 2500만 명을 더하면 영원한 30-50클럽의 회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소득이 2만 달러대로 주저앉아 버린다면 복지도 없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강국이 되려면 남한만으로 국민소득 5만 달러는 만들어야 한다. 먼 훗날 변방국가로 전락해 주변강국의 횡포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강국이 되기 위한 성장 동력을 꺼뜨려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저성장 속의 양극화를 참아 내기는 더욱 힘들 것이다. 그래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친 기업정책의 실낱 같은 희망을 품어 본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미래교육원 원장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