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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위임·공감·역량계발로 직원의 열정 되살려야

중앙선데이 2017.12.10 00:40 561호 20면 지면보기
[SUNDAY MBA] ‘창업의 역설’을 극복하려면
무스펙 채용에 정년·징벌·상대 평가가 없는 ‘4무 경영’, 호텔 식당 수준의 점심식사 등 최고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는 IT 기업 마이다스아이티의 직원들. [중앙포토]

무스펙 채용에 정년·징벌·상대 평가가 없는 ‘4무 경영’, 호텔 식당 수준의 점심식사 등 최고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는 IT 기업 마이다스아이티의 직원들. [중앙포토]

피터 드러커는 기업이 일상적인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주력하고 미래의 새로운 기회를 보지 않는 것을 치명적인 죄의 하나로 봤다. 이른바 관성에 의한 경영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심각한 문제다. 많은 경영자들이 미래를 위한 기업가형 경영자(Entrepreneurial Manager)이기를 포기하고, 관리자형 경영자(Administrative Manager)의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업무와 현재 돈 관리에 열중한다. 미래를 위한 결정에는 지극히 보수적이고, 자신을 보호하는 보신주의형 관리자가 되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도 혁신보다는 관리에 집중시킨다. 이처럼 현 상황을 지키려는 활동적 관성(Active Inertia)은 결국 성장이 정체되면서 도태되는 현재의 저주(Curse of Incumbency)로 연결된다.
 

과거 성공에 안주했던 일본항공
독립채산 아메바 조직으로 부활

마이다스아이티, 창업 후 위기
‘사람이 답’ 10년 열성으로 돌파

일본 유수의 한 대기업은 기획본부가 권한을 독점하고 있었다. 이론에 능한 엘리트들로 채워진 기획본부는 다른 직원들의 새로운 제안을 거절하는 데 선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의 아이디어를 내는 열정 있는 종업원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웠다. 2010년 2월 2조3221억 엔 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져 파산한 당시 일본항공(JAL)의 이야기다. 일본 정부는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를 일본항공 회장으로 추대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한직에 머물러 있던 엔지니어 오니시 마사루를 사장으로 임명하고 아메바 경영을 도입했다. 끝없이 분열을 거듭하는 아메바처럼 큰 조직을 최대한 작은 사업체 조직으로 나누는 경영을 말한다. 일본항공은 조직을 노선별로 나눠 독립채산제를 시작했다. 직원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혁신을 주도하게 독려한 것이다. 그들 모두는 새로운 창업가가 되어 열정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13개월 뒤 일본항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년 9개월 만에 증시에도 재상장했다.
 
 
한국의 대기업병, 사내벤처가 대안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변혁기에 있다.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기술들이 속속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과거의 성공 기업에만 매달려 성장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인재와 거대 조직을 가지고 있지만, 관료화되면서 혁신을 만들어 가는 사내 기업가정신이 점차 약화된 탓이다. 이것이 대기업병이다. 현재의 초우량기업도 지속적인 혁신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성장이 정체되고 몰락하고 만다. 기업가정신은 미래에 도전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나모리의 일본항공 정상화는 한국의 대기업병을 치료할 강력한 대안을 제시한다. 사내조직을 통한 창업자 정신을 키우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벤처 생태계는 생계형이 지나치게 많고, 기회추구형 창업의 비중은 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인재들은 창업을 기피하고 대기업을 선호한다. 이들에게 고용과 창업의 기회를 줄수 있는 방법이 사내벤처다.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가치창출이 가능해지고, 직원은 기술과 경영에 대한 경험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창업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특히 경험을 갖춘 전문 기술인들의 사내창업과 분사를 통해 조직의 관료화를 막고, 혁신적인 조직으로 활성화하는 계기도 된다.
 
우리나라에서 사내벤처 창업은 1990년대부터 일부 대기업들이 운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창업 수준의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려면 독립채산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내벤처나 분사창업이 효과적이다. 네이버는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시작했고, 인터파크는 옛 LG데이콤, SK엔카는 SK(주)의 사내벤처로부터 분사했다. 삼성전자에서는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을 운영하고, 현대차도 17년째 사내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2000년 현대차의 사내벤처로 시작해 2003년 분사한 PLK테크놀로지는 자율주행의 핵심기술인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을 개발해 유망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한때 벤처버블 붕괴(2001)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 등으로 주춤했지만 이제 전 세계적인 스타트업 열풍과 맞물려 다시 활성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권위적 조직, 일방통행 소통이 문제
파산 위기에서 벗어난 JAL의 우에키 요시하루 사장과 신입사원들이 지난 3월 입사 기념식에서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산 위기에서 벗어난 JAL의 우에키 요시하루 사장과 신입사원들이 지난 3월 입사 기념식에서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창업한 지 3년 후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사라지는 ‘별똥별 기업’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신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는 창업기업들이 다음 세대의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개발하지 못해 사라지는 ‘창업의 역설(Paradox of Entrepreneurship)’이다. 이런 상황을 피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좋은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차세대 신제품이 계속 만들어진다. 기업가의 역할은 직원들이 지속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Humane Entrepreneurship)을 갖추는 것이다.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개발하게 하는 힘을 기업가형 지향성(Entrepreneurial Orientation), 직원이 개발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정도를 사람 지향성(Humane Orientation)이라 한다.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은 기업가형 지향성과 사람 지향성의 균형을 추구한다. 그래서 사람 지향성을 통해 직원의 몰입을 유도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조직의 기업가형 지향성을 통해 혁신이 이뤄지도록 한다. 즉 직원의 몰입과 기업의 혁신이 선순환하는 것이다. 기업가형 지향성은 선제적 대응, 혁신, 위험감수의 성향을 말하며, 사람중심 지향성은 권한위임, 공감, 육성을 말한다. 사람중심 지향성이 약하면 기업가형 지향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창업한 지 3년쯤 되면 초기단계의 사업중심 기업가정신은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으로 진화해야만 지속가능한 혁신과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
 
‘창업의 역설’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가 포스코 사내벤처 1호인 마이다스아이티다. 포스코건설에서 외산 설계소프트웨어의 국산화에 성공한 이형우 대표가 2000년 설립했다. 창업 후 3년까지는 기존 사업 중심으로 성장해 직원 80명, 연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후 점차 신제품 개발 능력은 떨어지고 종업원의 이직률은 높아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가부장적·권위적 조직, 일방형 소통문화, 착취적 인력관리에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다.
 
창업자 이형우 대표는 직원의 적극적인 몰입이 없는 사업중심 기업만으로는 혁신이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이후 10년에 걸쳐 사람중심 경영을 도입했다. 그의 핵심 역할은 구성원들에게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영의 목적을 인재의 육성이라고 정의하고 끊임없이 ‘사람이 답이다’를 기업 문화로 정착시키고자 노력했다. 첫째, 권한위양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자주성과 자발성을 높였다. 그 결과 직원의 업무 몰입도가 높아지고, 주도 의식과 창의성이 생긴다. 둘째, 기업과 직원의 공감을 통해 협력 의식을 강화했다. 기업 경영의 목표와 철학을 ‘종업원의 행복’에 두고 재무와 회사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직원들의 공감도가 높아질수록 열정을 한 방향으로 모을 수 있었다. 셋째, 역량계발이다. 직원의 역량 없이 기업은 성과를 만들 수 없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직원들의 역량을 계발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 대표는 무스펙 채용에 정년·징벌·상대평가가 없는 ‘4무 경영’을 시행한다. 업계 최고 수준의 보수와 복지도 제공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다니기 편한 회사가 아니라 일하기 편한 회사”라고 말한다. 자신의 일에 목숨을 거는 직원이 모여 큰 성과를 내는 것, 이 대표는 이를 ‘자연주의 인본경영’이라고 부른다. 마이다스아이티는 글로벌 1000억원 매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창업의 단계를 넘은 기업은 지속적 성장을 위해 사업중심을 사람중심으로, 관리자 중심 사고를 기업가 중심 사고로 바꿔야 한다. 이것이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이다. 사람중심 기업이 되면 권한위임(Empowerment)이 열정(Commitment)을 불러 오고, 공감(Empathy)이 협력(Cooperation)을 만들고, 역량계발(Enabling)이 직원들의 능력(Capability)을 키우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3E와 3C 사람중심 기업의 성공방정식이라 할 수 있다. 즉 기업 성과는 공감에 의한 협력, 권한위임에 의한 주인의식, 역량계발을 통한 능력발휘의 합이 된다는 것이다. 사내벤처를 통한 분사 창업이 대기업의 혁신을 자극하고, 분사 창업한 기업이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으로 지속가능한 성과를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기업생태계가 우리나라에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전 세계중소기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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