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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지배 약화 경계하고 수사기관 보조 역할에 그쳐야”

중앙선데이 2017.12.10 00:02 561호 6면 지면보기
개인이 처단 나서는 디지털 자경주의
‘디지털 자경주의(Digital Vigilantism)’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나 일반인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응징하는 행위를 설명하는 용어다. 자경주의는 19세기 개척시대에 미국 서부에서 등장했으며 경찰 등 국가의 치안·수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개인이나 단체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을 말한다. 남궁현 미국 덴버 메트로폴리탄주립대 교수는 디지털 자경주의를 개념화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논문을 지난 9월 형사정책연구원에 기고했다. 중앙SUNDAY는 남 교수와 e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美 개척시대 국가가 기능 못할 때
개인·단체가 역할 대신하며 등장

검경 등 공권력에 대한 불신 커
시민이 불의에 보복 거부감 낮아

 
디지털 자경주의는 어떤 개념인가.
“어떤 사람의 행위가 실정법을 위반했거나 온라인상의 상규에 비춰 부적절하거나 혐오감을 느끼게 했을 때 자발적인 개인이나 집단이 그 행위자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현실에서 보복을 하는 현상이다. ‘네티즌 수사대’가 일종의 디지털 자경단이다.”
 
최근 급부상한 배경은.
“한국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지만 기술적 환경의 변화와 함께 정치·사회문화적 환경이 결합해 그 빈도와 파급효과가 크다. 한국은 85%가 넘는 국민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중화되면서 누구나 쉽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올릴 수 있다. 반면 개인의 사생활 보호 개념이 서구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검경 등 기존의 공권력과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불의(不義)를 시민 스스로 다루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낮다.”
 
고(故) 김광석 사건처럼 디지털 자경단의 고발 내용과 수사기관의 결론이 다른 경우가 있다.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른 수동적인 활동 외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검거하려는 적극적인 수사활동은 자제돼야 한다.(※그는 논문에서 ‘디지털 자경주의를 명시적·묵시적으로 인정하면 법의 지배를 파괴하고 국가기관의 권위를 훼손할 수 있다. 무고한 사람이 범죄 용의자로 오인되거나 경찰의 수사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티즌이 고발하고 수사기관이 무혐의로 결론짓는 순환은 앞으로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네티즌이 모으는 증거들은 제각각으로 보면 사실(혹은 사실로 보이는)인 경우가 많다. 다만 증거들의 상관관계에 수많은 논리의 비약과 착오, 실수가 확대 평가된다. 증거가 실재하는 한 수사 착수는 해야겠지만 대부분 어렵지 않게 오류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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